마을 사람들은 새옹의 불행을 마치
자기 자신들이 당한 것처럼
슬퍼하며 노인을 위로했다.
그러나 새옹은 별로 슬퍼하지도
이 불행이 더 큰 행복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느긋한 마음으로 살았다.
그로부터 두 달이 지났다.
새옹은 이미 도망쳐버린 자신의 말을
기억 속에서 거의 지우고 있었다.
늦은 오후였다.
광야의 먼 지평선으로는
빠알간 저녁 노을이 곱게 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디에선가 말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나마도 한 마리가 아니라
두 마리의 울음소리였다.
'어? 이게 무슨 조화냐?'
새옹은 무슨 일인가 하고
마굿간 쪽으로 나가보았다.
“웬걸?”
뜻밖에도 두 달 전에 없어졌던 말이
어디로부터 데리고 왔는지 살찌고
기름진 암말 한 마리를 대동하고
나타난 것이다.
어쨌건 새옹은 자신의 말도 찾고
명마도 공짜로 얻었으니
기분이 안 좋을 리 없었다.
그러나 새옹은 웃지 않았다.
'아니다! 뭔가 석연치 않다!'
뭔가! 불길(不吉)한 마음이 들었다.
아침부터 마을사람들이
새옹의 집으로 모여들었다.
“축하합니다! 잃었던 말이 호지의
명마까지 데리고 왔다면서요!
축하해마지 않습니다!
촌장의 축사에 새옹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오, 아니오!
이 복이 화가 될 지도 모르는 일이오!”
"공짜로 명마까지 얻었는데,
그게 무슨 화근이 되겠습니까?”
두고 볼 일이오.”
말타기를 무척이나 즐기는 아들이 있었다.
“아버지,
저 새로 시집 온 암말은 저를 주시지요.”
새옹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안 된다! 저것은 수놈의 것이다!
인간이 타면 불길하다고 돼 있었다!”
그러나 아들은 새옹의 주의를
귀담아 듣지 않았다.
부친 몰래 가만히 끌고 나왔다.
"저 들판의 끝까지 달려가자!”
좋은 말인데다,
아들은 너무 욕심을 내었기 때문일까.
“으악!”
마음껏 속력을 내다말고
말의 앞발이 돌부리에 걸리는 통에
아들은 그만 앞으로 나뒹굴어졌고,
그 바람에 왼쪽 발목뼈가 부서지고 말았다.
마을사람들이 또다시
새옹의 집으로 몰려들어 왔다.
"참 안됐습니다!
어쩌다가 이런 불행한 일이…!"
새옹은 자신있게 대꾸했다.
“복이 화로 바뀐다고 하지 않았더냐!”
"이런 화가 복이 될지 어떻게 알겠소!”
아들이 절름발이가 된 지 한 해가 후딱 지났다.
흉노들이 중국의 요새 밑으로 밀물처럼 쳐들어 왔다.
"마을의 젊은이들이여, 오랑캐를 막아야 한다!
모두들 전투에 참가하라!”
그러나 새옹의 아들은 다리를 쓸 수 없었기 때문에
전쟁터로 나갈 수가 없었다.
그 전투에서 마을 젊은이의 십중팔구가 전사했으나,
새옹의 아들만은 종군할 수가 없었기 때문에
살아남을 수가 있었다.
촌장이 부러운 듯이 중얼거렸다.
“과연 화가 복으로 바뀌었군."
이런 일로 저런 일로 돌고 돌아 한 세상
쓰다달다 투정을 말고 툭 털고 일어나 봐요
실타래 감기듯이 오는 세월은
너의 희망 나의 꿈이지
어찌어찌 그렇게 좋은날만 있을까
개였다 흐렸다, 흐렸다 개였다 우리네 인생살이
인생은 새옹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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