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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망초꽃 칠월
칠월 들판에는 개망초꽃 핀다.
개살구와
개꿈과
개떡과
개판.
'개'자로 시작하는 헛되고 헛된 것 중
'개'자로 시작되는 슬픈 야생의
풀꽃도 있습니다.
'개망초'라는.
복더위 하늘 밑 아무 데서나
버려진 빈 터 허드레 땅에
개망초꽃 여럿이서 피어나고 있다.
나도 꽃, 나도 꽃,
잊지 말라고.
한두 해, 영원살이 풀씨를 맺고 있다.
개망초 지고 있는 들 끝에서는
지평선이 낮게 낮게
흔들리고 있을 거다.
어머님은 어린 시절 들판에서 쑥을 뜯어오면 절구에 쑥을 빻아서 밀가루와 섞어 '개떡'을 만들어 주셨습니다. 개떡에 맛이 들려 어머님이 바쁠 때에는 누님들과 함께 개떡을 만들어 먹는다고 소란을 피웠습니다. 쌀떡이 아니라도 참으로 맛난 기억입니다.
전국 산야에 지천으로 피어있는 개망초는 우리 토종꽃은 아니고 북미가 고향인 귀화종입니다. 그러나 이제 풀섶 어디에서나 흔하디 흔하게 오랜 세월 이 땅에서 피고 지니 우리의 들꽃으로 보아주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딘 핀들 꽃이 아니랴
감옥안에 핀다고 한탄하지 않고
갇힌 자들과 함께 너희들 환한 얼굴로 하루를 여나니….
그렇습니다. 어디에 피어도 개망초는 개망초이듯이 어디에 있어도 사람은 사람입니다.
6월초에 개망초가 하나 둘 피어난다 싶었는데 한 달여 만에 개망초 세상입니다. 그래서 그렇게 오래 갈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지인 한 분이 이슬을 머금고 있는 개망초 하나만 찍어서 보내달라고 부탁을 하십니다.
뭐 어려운 일도 아닐 것 같아 아침 일찍 집을 나섰습니다. 그런데 그 흔하던 개망초들이 어디로 다 사라져 버린 것인지, 개똥도 약에 쓰려면 없다더니 그 꼴이었습니다.
결국 바람에 이슬이 말라버리고 이슬을 머금고 있는 개망초를 담질 못했습니다. 한 달여 지천으로 피어있던 개망초가 서서히 내년을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듯 합니다.
"너, 내가 여기저기 많다고 시덥지 않게 여겼지? 흔한 것이라도 흔하지 않을 때가 있는 법이라구."
무언가를 알면 그것에 얽매여 또 다른 모습을 보지 못하고, 또 다른 가능성을 닫아버리는 것 같습니다. 꽃을 보면 이름을 불러주고, 그러면 그 꽃에 대해서 다 아는 것처럼 행세했던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입니다.
흔하고 흔해서 뽑히는 것도 모자라 낫에 베이고, 제초제에 뿌리까지 말라가면서도 해마다 초여름이면 다가오는 개망초. 어쩌면 타향살이도 고달프니 개 같은 인생이라고 한 번 절망할 만한데, 절망하지 않고 피어나는 개망초는 그 옛날 꽁보리밥 도시락 밑에 들었던 그 맛난 계란후라이 같습니다.
출처 : 그 남자
글쓴이 : 멋진 남자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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