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만경 광활 땅.
전주시 삼천 천을 지나 김제시를 가로질러 어느새 광활한 들판이 펼쳐진다.
누런 지평선이 그어지는 광활들판을 가로지르는 코스모스 꽃길이 열린다.
몇 해을 거듭해 해마다 가을이면 이 들판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도 얼마나 큰 축복인가.
어릴 때 늘 바다만 보아왔던 내게 어른이 되어서야 이 벼꽃 난무하는 들판은 그냥 놀라운 쌀 바다이다.
벼이삭이 파도치는 쌀 바다는 내게 가슴이 확 열리는 놀라움이다. 아! 광활 그 자체다.
이 땅이 바로 왜정 때, 조선의 쌀에 걸신들린 일본인의 훈수 아래 빈농의 농부들이 거렁뱅이처럼
허름한 농사꾼들이 뻘밭 같은 이 땅에 뒹굴어가며 농토를 늘렸다는 땅이란다. 그래도 그 당시
농부들의 배는 결코 배부른 적이 없이 보릿고개는 호랑이보다 무서운 굶주림 고개였다지 않는가.
지금은 전설 같아 심중에 아릿함도 없이 그저 시원한 그림 한 폭을 감상하는 것 같다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빛이 너무 많은 한낮이어서 사진이 선명하지는 않지만...
어는 땅에나 생명력 있게 한 번 피면 해마다 그 땅에 씨 뿌리고 계속 피어나는 꽃. 코스모스꽃이 가장 아름다운 꽃길은 김제 평야 논배미 사잇길이 죽 이어지는 길이다. 앞 자동차를 뒤따라 가다보면 앞 차가 일으키는 바람에 살살거리는 코스모스꽃들이 춤을 추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어 더욱 흥이 나는 길. 좁은 이 차선 길이 더욱 운치가 있어 차를 타고 천천히 따라가다 기어이 차에서 내려 잠깐 꽃들을 안아보고 가야 한다. 논둑에 피어있는 꽃길이라면 영락없이 누가 되었건 같이 걷는 사람의 손을 잡고 따라가야 하리라.
가꾼 사람은 따로 있겠지만 늘 그대를 기다리며 꿈의 축제를 벌이는 꽃길이다. 코스모스의 꿈을 같이 꾸러 가야한다.
망해사 오르는 길 가 숲에서. 메밀 꽃인가...
활짝 핀 무궁화 보다 더 활짝 웃고 있는 꽃님.
우리의 찬란한 무궁화, 무궁화도 만나고...
귀여운 달개비 꽃도 만나서 서로 웃고...
망해사 전경. 우람한 팽나무 밑둥을 보면 세월의 질곡이 느껴진다.
오른 쪽 전각이 범종각, 그 아래가 망망한 바다..
절 입구 해우소 안, 눈 높이의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바다 풍경도 또한 일품이다.
망해사 뜰에서 앞 바다를...
부설거사가 도통 후 보림하시기 위해 창건했다는 절, 망해사.
지평선을 향해 달리다가 끝 날 때 쯤 언덕에 오르면 거기 수평선이 멀리 보이는 곳.
낙서전 앞 뜰의 늙은 팽나무의 옹이에도 노을빛이 들면 언덕에 오른다.
노을이 바다와 하늘을 온통 벌겋게 달굴 때면 오묘한 구름의 잔치에 잠시 넋을 잃는다.
땅거미가 시샘하여 검붉어지며 돌아간 구름이 하늘에 초롱초롱 별들을 부르던 어느 가을날이 있었지.
20년 전쯤인가. 한 여름철을 우리는 망해사에서 단식수행에 열중 했었지.
마당에서 아이들에게 자전거 타기도 가르쳐 주고... 그 땐 낙서전 앞에서 몇 발짝 밑으로 난 절벽 길을
울퉁불퉁한 갯바위를 딛고 내려갔었다. 잔 파도가 솨솨 부서지는 소리에 손발을 적시기도 하고
고기잡는 사람들도 있었지. 지금은 성벽 같은 둑을 높이 쌓아 먼바다 끝을 바라볼 뿐. 시선이 닿는 끝이 군산 땅이란다.
새만금 둑이 이 앞 바다를 막아서 망해사 앞 바다는 사실상 호수라고 해야 한다고.
벽골제에 서서
지금은 광활한 논이 된 곳,
시선 끝이 보이지 않는 그 넓은 곳이 논에 물을 대기 위한 저수지였으며
그 물이 정읍까지 갈 수 있다 했다. 그 광활한 저수지의 모형 사진을 바라보며
벽골제 제방에 서면 가슴이 울컥거린다.
그 옛날처럼
무자세로 물을 퍼올려보기도 하며...
신이 인간에게 선물한 사랑의 현신인 꽃이라지. 첫사랑으로 지상에 피어나게 한 완전한 꽃.
완전한 생명이 아닌 생명이 없지만. 인간의 눈에 가장 단순하게 천진스럽게 완벽한 꽃인 것 같다.
별명이 살사리라는 꽃. 우주꽃. 코스모스.
벽골제의 둑에 서서 망해사 오르던 숲에서 만난 달개비꽃빛 하늘을 올려다본다.
애드벌룬을 타고 꿈의 나래를 펴는 연들. 청남빛 하늘에 흰 구름처럼 그리운 얼굴들을 띄워 보고,
잃어버린 추억을 찾아보고, 우리는 무엇을 바라며, 무엇을 하며, 왜 여기까지 왔나 돌아보며
코스모스 우주꽃에 물어보기도 한다.
2007년 가을이 무르익어가는 한 날. 10월 12일
열정적인 한 문우의 덕에 시월의 멋진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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