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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꽃림과 릴케의 살로메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차보살 다림화 2011. 2. 21. 01:21


내가 한 주일 전부터 오늘까지 동화 같은 아침의 들에서 집으로 가져온 꽃들은

벌써 부드러운 압지의 넓은 천지 한 장 사이에 깊이 잠재워 두었소.

그러나 내가 오늘 그 꽃들을 들여다보니

그것은 나에게 소담스런 회상의 미소를 보내며,

모든 걸 그 때처럼 퍽 즐겁게 보이고자 하더군요…….


소중한 시간들 중의 한 시간이었소.

그러한 시간들은 촘촘히 들어찬 꽃들이 피어난 섬나라와 같아요.

물결들은 아주 나직이 봄의 울타리 뒤에서 숨쉬며,

어떤 나룻배도 과거로부터 다가오지 않으며 아무도 더 이상 미래로 향하고자 하지 않소.



평범한 나날로의 귀한(貴翰)이 존재하지 않는다 해도

이러한 시간의 섬에는 아무런 해도 끼칠 순 없소―

이 시간들은 다른 모든 시간과 무관하오.

어떤 훨씬 높은 존재 속에 살아온 듯이 말이오.

그같이 보다 높은 섬의 현존은 나에겐 너무나 소중한 사람의 미래인 듯싶소…….


나는 마음에 있고 싶소.

도시는 어쩌면 그다지도 시끄럽고 낯섭니까?

................



목마른 자는 일단 샘물을 마셔 기분이 좋고 또 감사를 표시한 뒤엔,

새로운 태양을 향해 계속 나아가기 위해 샘물에 투명하게 비치는 자신을 보면서

샘물을 시원스레 마음껏 들이마시지 못한다오. 그는 숨어 있으면 자신의 노래가 들릴 만큼

가까이 하나의 움막을 짓고서 그의 눈들이 햇빛에 지칠 때까지 고요한 초원의 골짜기에

머무르고 있다오. 그리하여 그의 가슴은 태양 앞에 풍성함으로 넘치오.

나는 움막을 짓고 거기서 머무른다오.

.........

모든 것은 그대가 바라볼 때 훨씬 아름답고 퍽이나 동화답다오―

........

고운 머리로 어루만진다오.


글 / 편 지 - 안드레아스 살로메에게- Rainer Maria rilke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르네상스 미술여행중

출처 : 그냥바람
글쓴이 : 바람꽃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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