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불국사에서, 영호남수필문학회 문학기행

차보살 다림화 2011. 10. 24. 18:55

 

아! 불국사

 

 

가을비 촉촉히 내리던 날
안개비를 헤치고 불국토에 닿아
꿈 같은 화엄세계, 장엄한 불국의 정취를
보았으나, 난 아직 그 꿈 속의 아름다움을 다
찾을 수가 없다네.
갑자기 사바세계를 건너 불국토에 떨어졌으니
들어가는 길도, 나오는 길도 아련하여
깨고 나니 역시나 꿈이었던가!
그 꿈 속의 불국을 아직 더듬고 있다네


백제의 미륵사지에서 이루지 못한 미륵세계의 꿈이
허무하고 허전하여 불국사에 가고 싶고,
불국사에서 채우다가 그래도 채울 수 없는 아쉬움 남아 
그냥 미륵사에 다시 가고 싶다네.
앞으로 올 미륵세계를 건설하는 꿈을 꾸어야 하리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건가, 불국이 어디 형상에 있으랴

불국의 정토를 이루는 실현지는 바로 내 안이 아닐까!


불국사에 가면 석조 건축물을 유심히 들여다 볼 일이다.
1400여 년의 세월을 견뎌준 석조미술품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으니
불국으로 들어가는 계단부터, 청운교를 밟고 백운교를
밟아 자하문을 지나면 법화경을 근거로 한
석가모니불을 모신 대웅전으로

연화교와 칠보교를 밟아 오르면 안양루를 거쳐
아미타경을 근거로 한 아미타불을 모신 극락전으로
극락전보다 대웅전이 2층처럼 높고 넓은 까닭이
있고 무설전과 관음전 그리고 비로전이 뒤에
배치한 것 모두 화엄세계 정신을 표현한 것이리라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다보탑과 석가탑,
석가탑은 이전과 이후에도 없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어 오히려 우아하고 날렵한 백제탑이
그리워지기도 하는 순간
모든 아름다움에는 비례와
조화와 균형의 세 가지 조건이 있다는 것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석가탑
황금비례의 비밀이 있다는데.... 

화엄세계의 정신을 형상화한 불국토를
받치고 있는 것은 석축에 그 모든 뿌리가
있어, 기단의 석축의 짜임새를 보라
자연돌에 맞추어 깎은 돌로 엉성한 듯
무심한 듯 튼튼하여 그 바탕 돌 위에 불국이

당당히 설 수 있었다. 

불국사의 목조건축은 임진홰란 때 불타고 18세기 조선시대에 중창되고
회랑 건물은 1960년대에 복원된 것이다. 석조물만이 기적적으로 남아 있었다.
석가탑과 석굴암의 본존불의 아름다움을 과학적으로 먼저 밝힌 사람은
일본의 측량기사인 요네다 미요지였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비밀을 다시
따져보고 또 보고. 모든 아름다움에는 과학적인 수의 배렬이 있었던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에 피보나치 수의 배열이 있는 것과 같은 것.
아직도 다 볼 수 없었던 곳곳의 비밀, 자하문의 천정 들보의 조각과 대웅전 오르는
계단 옆 모서리, 버선코처럼 돌려깎은 솜씨를 세밀히 보고싶다. 나무를 주무르듯
일심으로 조각했을 옛 사람들의 숨결을 어찌 담을 수 있으리.

정신을 담으려면 저리 튼튼한 기초 석축이 남아 있었기에 다시 건설할 수 있었다.

사람도 그 기초가 튼튼해야 하고 마음을 담을 수 있는 몸이 건강할 때

그 정신을 구현해야 하지 않을까. 영원한 불국을 품기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