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2012년 5월 금산사 숲에서

차보살 다림화 2012. 5. 9. 18:30

2012년 금산사 입구

전주 중인리에서 금산사 가는 길은 신록의 터널이었다.

벚꽃이 만개했던 가지에는 새잎이 만개하여 시원한 그늘을 만들고

숲 터널을 지나가는 길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것 같았다.

꽃잎이 흐드러지게 피었다가 낙화된어 날리던 그날의 전경이

눈 앞에서 저 멀리 사라지고 아득한 꿈 속의 풍경으로 다가오는 길.

 

 동인지 만드나도 원고 뭉치에 쳐박혀 있던 머리를 식히기 위하여

신록의 차밭을 찾고자 금산사로 달려왔다

입구에 들어서자 새빨간 철쭉꽃이 무더기로 환호하고 아직 겹벚꽃이

뭉게뭉게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완연한 신록에 빨간 철쭉꽃의 환상적인 조화

제각기 나타나고 사라질 때를 절묘하게 잘 아는 자연물이

경이롭기만 하다.

 

 일주문 아래 견훤성터를 복구한 모습이 새롭다.

 

 라일락 향기가 바람을 타고

 

 

야생차 잎을 따다가 삼나무 둥치에 기대어 하늘을 보았다.

5월의 숲을 올려다 보았다. 하늘을 향하여 뻗어올라간 나무 끝, 빈 자리에

어느새 낮달이 말갛게 떠서 마주한다. 새순들이 돋아나와 입안 단침이 고이는 이런 날,

생각이 든다.

언제라도 세상을 하직한다면 이런 숲 속에 영원히 누워 있는 것도 참 좋겠다 싶을 정도다.

 

 

 

 숲속은 결코 고요하지 않다. 사람 소리가 나지 않을 뿐, 적막한 것 같기만 한 숲속은

진짜 생명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원초적 생명의 활동은 시끄럽지 않은

하모니가 자연한 음악의 흐름 같다.  키큰 나무, 삼나무 서어나무 소나무 그리고 대나무들이

어우러져 서로 서로 함께 하늘을 향하여 자라고 그 아래에는 키 작은 관목들이 옹게종게,

또 그 아래 풀들이 각자 자기의 모습대로 살고 있다. 특히 키 큰 나무 아래에서 더욱 잘

자랄 수 있는 차나무는 기 새잎이 큰 나무 틈새로 들어오는 햇빛에 반짝반짝, 작설,

그 참새 혀만한 새잎이 혀를 쫑긋 내밀어 임맞춤하자고 여기저기는 유혹한다.

먹어달라고.. 여기, 여기 하며 손짓하는 것 같다. 흐믓한 마음에 흥분하기도 하고...

 

 연리지가 있는 나무까지 와서 사랑을 맹세해 본다.

생명이 있는 한 사랑으로 살자고...

 서로 손 뻗어 영양분을 주고받는 것처럼 생명은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사랑을 맹세한 쪽지들이 매달려 있다.

 

 유난히 큰달이 배불러져 나무 사이로 희멀겋게 떠 있다.

 

 

산사의 고즈넉한 경내를 둘러본다.  대적광전에 들어가서 30여 분 명상에 잠겨서 온갖 잡념을 제거하고

생수를 마신드한 마음이 되어 나온다.

 

 

5월을 피천득은 갖 세수한 열아홉살 처녀라고 했던가. 아니다. 그 시절의 5월은 그렇게 산뜻했을까?

결코 5월의 산을 바라보면 그렇게 간단히 산뜻하고 청신하기만 하지는 않다.

3월부터 깊은 골짜기에서 걸어나오기 시작하는 봄의 발걸음은 4월에 들어서면서 각종 꽃들을 피워내고

연둣빛 물오르기 시작하는 산은 온 지구를 맴돌다가 땅 속 어디선가부터 아장아장 스며나오듯 한 걸음씩 나온다.

산벚꽃은 연둣빛 속으로 뭉게뭉게 구름 같이 유영 하듯 떠도는 봄 나그네 같다.

4월의 꽃들이 한꺼번에 사라지는 자리에 신록이 들어서면, 환호성을 외치듯 철쭉 잔치가 한바탕 벌어지는 것이

아니던가.

5월을 채색하는 이는 결코 단순한 수채화를 그리는 화가는 아니다. 우주의 빛깔을 모으고 지구의 땅속에서

길어온 물감으로 깊고 그윽한 5월을 채색한다.

마치 조선의 초상화를 그리듯 밑그림을 그려놓고 뒤에서 채새을 하여 연록색에서부터 깊은 신록의 색을

나무에 따라 그 특성을 살려내고 있지 않은가.

조선의 초상화를 그 인물의 인격까지 그려낸다. 밑그림의 뒤에서 배채를 하는 것이다. 얼굴 표정에다 점 하나,

수염 하나까지 그 인물의 정신을 드러내기 위하여 소홀해서는 안 된다. 열굴의 피부색을 뒤에서 채색하므로 해서 피부의 깊은 속까지

배어나오게 하지 않는가.

5월은 그렇게 배채법 이상을 사용하고 있다. 아니, 그 어떤 기법으로도 5월의 초상을 설명할 수는 없다.

5월, 어찌하여 사람은 일찌기 5월을 계절의 여왕으로 불렀던가. 여왕은 그렇게 아르답지는 않다.

그냥 계절에서 으뜸간다는 단순한 의미로 불러져야 괞찮을까 싶다.

5월에 어떤 찬사를 붙여야 할지 나는 모르겠다.

무수한 5월을 보았음에도 한 번도 이런 5월을 본 적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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