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 수집

전주 인문학 한마당

차보살 다림화 2013. 6. 24. 11:13

 

 

  • 트위터
  • 페이스북
  • 미투데이

인문학 한마당

 

 


예로부터 양반의 도시, 선비의 도시라 불려온 전주. 그들이 향유했던 맛과 멋이 먼저 떠오릅니다. 지금도 한정식과 한옥, 한지, 판소리 등이 그 전통을 이어오고 있죠. 하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 교육과 문화, 고매한 정신이 깃들어 있기에 더욱 빛을 발하는 도시라고 생각합니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유교경전들을 통해 인격과 성품을 갈고 닦았다면 지금 우리 시대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이라는 학문을 통해 지성인으로 생활해 간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 시대에 인문학이라고 하면 난해하고 어려운 학문, 배고픈 학문, 심하게는 쓸모없는 학문이라고 까지 여겨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이러한 편견을 타파하고 좀 더 친숙하고 재미있게 다가가기 위해서 지난 7일부터 8일, 전주 전통문화연수원에서 ‘인문학 한마당’이라는 토크콘서트 형식의 강연과 다양한 체험행사를 진행했습니다. 그 현장 속으로 함께 가보실까요?

흐려지는 역사의식 속에서 우리의 인문학을 발견하다
인문학은 간단히 말하자면 인간의 사상과 문화를 대상으로 하는 학문입니다. 여기에는 크게 문학, 역사, 철학, 고고학, 예술 등의 다양한 내용이 포함되지요. 이번 인문학 한마당에서는 세 가지 이야기 마당이 펼쳐졌습니다. 첫 마당은 판소리 공연과 함께하는 문학 “완판본, 인문학의 지평을 넓히다.”, 두 번째 마당은 영상과 함께하는 역사 “광해군, 그 위험한 거울”, 세 번째 마당은 클래식 기타공연과 함께하는 철학 “전주의 힘! 간재 전우”. 각 마당들의 제목만 들어도 알찬 구성임이 느껴지시나요?

 


전 두 번째 마당에 참여했었는데요, 딱딱한 강의실이나 책상이 아니라 정읍고택 마루와 마당에서 이루어지는 강연은 참 색다르고 신선한 느낌을 주었답니다. 점점 흐려가는 역사의식 속에서 바르게 역사를 바라보는 빛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글 속에만 인문학이 있나요? 듣고, 보고, 만지면서 익히는 '전주 인문학 한마당'
인문학 한마당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연수원의 너른 마당에서 프로그램이 진행되었는데요. 먼저 정읍고택 마당에서는 ‘손병풍 만들기’ 체험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단순히 만들기 프로그램이 아니라 우리나라 역사 연표와 신사임당의 초충도를 나름 재현해 보는 체험활동이었답니다. 역사의식이 부족한 아이들이 직접 손병풍을 만들며 자연스레 우리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한번이라도 더 들여다 볼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매화를 그려 넣고, 글씨를 쓰는 모습들이 꽤 진지해 보이죠? (손병풍 체험은 참가비 5천원)


정읍고택을 지나 임실진참봉고택(사랑채) 마당으로 들어서면 ‘전주 시민 한소리하기’라는 무대가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전주권역에 있는 노인복지관과 문화센터에서 소리를 연습한 시민소리꾼들이 마음껏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주셨답니다. 제가 본 공연은 양지노인복지관에서 나온 어르신들이었는데요. 사랑채 마루에 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시고 우리 소리를 하시는 모습이 정말 아름답죠? 푸르른 하늘 밑에서 우리 소리를 귀 기울여 듣고 있으니 어쩐지 그 아득한 옛날 이 땅을 밟았을 이름 모를 한 아씨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 같았답니다.
어르신들의 소리를 들으며 제가 알고 있던 인문학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알고 보면 이렇게 우리 가까이에서 살아숨쉬는게 인문학이구나.. 새삼 그 모습이 새롭게 다가옵니다. 아마 인문학하면 저처럼 학자들이나 이야기할법한 어려운 분야라고만 생각하실텐데요. 이렇게 우리 예술과 역사 지키고 그를 통해 우리 고유의 사상을 기억하는 것도 인문학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직접 선비가 되어 인격과 성품을 익혀본다

사랑채 옆쪽 동헌에서는 선비체험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직접 선비복을 입어보고 인사예절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윗사람에게 하는 인사, 또래끼리 하는 인사, 아랫사람에게 하는 인사가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는 점!
공수(손을 모으는 것) 한 다음에 그 손을 눈까지 끌어올리면 윗사람에게 드리는 인사 상읍례, 입까지 끌어 올리면 또래끼리 하는 인사 중읍례, 가슴까지만 끌어올리면 아랫사람의 인사를 받는 하읍례입니다. 공수한 손을 무릎 밑으로 내려가도록 정중히 허리를 굽히는 모습에서 사뭇 진지함이 느껴집니다.


체험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예법과 예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는데요. 요즘 쉽게 말하는 '개념'이라는 뜻도 아마 이런 작은 예법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웃어른을 보며 인사하기, 양보하고 배려하기 이 작은 정신과 예법이 사라지고 있기에 어쩌면 인문학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학문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6월, 우리 문화가 더욱 알차게 익어가는 계절
다양한 체험행사들을 간단히 소개해 드렸는데요. 전주 대사습놀이와 인문학 한마당이 있어 우리의 문화가 좀 더 알차게 익어가는 6월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을 한층 더 풍요롭게 해줄 인문학에 대해서도 다시 한 번 생각해보게 됩니다. 어렵다고, 지루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좋은 강연들에 한 발짝 다가서 보시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전주 전통문화연수원


홈페이지 : www.dongheon.or.kr
대표전화 : 063-288-9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