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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나루에서 콩나물국밥으로

차보살 다림화 2013. 9. 29. 17:31

<전주의 명물, 콩나물국밥>

 

 

  음식문화가 발달한 고장을 얘기하자면 단연 전주全州를 꼽는다. 전주는 예로부터 호남평야를 끼고 있어 먹을 것이 풍부하였다. 여기에서 오는 생활의 여유를 음식문화와 풍류로 발전시켰다. 이곳의 독특한 음식문화 저변에는 주변의 넓은 들에서 나는 곡식에댜 무주, 진안. 장수 등 동부 산간지역에서 나는 산채, 서해에서 나는 젓갈 같은 신선하고 질 좋은 재료가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에는 비빔밥을 비롯하여 콩나물국밥, 한정식, 오모가리탕 등이 있다. 이런 전주의 음식 맛을 이야기할 때 음식의 재료가 되는 8味 또한 빼놓을 수 없는데, 전주는 가히 맛의 고장답다.

  이 고장의 맛깔스런 음식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비빔밥을 친다. 어는 식물공학과 교수는 비빔밥이야말로 '오색오미五色五味의 화합으로 음양오행의 조화를 추구하는 영양 만점의 음식'이라고 극찬을 하였지만, 나의 경우 비빔밥보다는 콩나물국밥을 더 좋아한다. 영양면에서나 값으로 보나 미관상으로나 비빔밥이 훨씬 고급 음식이라고 할 수 있지만 조금 빽빽한 것이 내 식성에 맞지를 않는다. 물론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콩나물 맑은 장국이 준비되어 있기는 하다. 어려서부터 기관지가 약하고 감기에 민감한 나는 늘 목이 답답한 편이다. 이런 몸에 가금씩 시원한 콩나물국밥 한 그릇을 비우고 나면 답답하던 속이 그렇게 개운할 수가 없다. 땀을 많이 흘리는 탓에 더운 여름에는 먹는 일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그런 여름조차도 나는 기꺼이 뜨거운 콩나물국밥을 즐겨 먹는다. (전하연의 <콩나물국밥> 중에서)

  - 중략 -

 

 전주에는 지역마다 국물맛을 달리한 콩나물국밥집들이 있다. 하지만 관광객이 많은 요즈음은 지역마다 관광용으로 알려진 맛 집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관광 용 맛집과 지역민에게 잘 알려진 맛 집을 달리 하는 경우가 있다. 좀 더 세심한 블로거들은 관광 용 맛 집과 지역에서 소문난 맛 집을 선별하여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전주의 콩나물국밥집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인터넷에 올려져 많이 알려진 집도 좋지만 지역민들이 즐겨 찾는 맛 집으로 손꼽히는 '콩나루'를 소개하고 싶다. 전통적으로 콩나물국은 콩나물만 많이 오래 끓여서 새우젖으로 간을 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현대인의 맛에는 너무 고루한 맛인지도 모른다. 콩나루라면 콩나물을 거꾸로 키워서 내는 콩나물 맛이 끝까지 아삭한 느낌을 주는 특별한 콩나물국밥을 즐길 수 있다. 20여 년 전통을 자랑하는 집이어서 지역의 기사들에게는 널리 알려져 있으며 한옥마을 끝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곳에 있기 때문에 관광객들의 시내 즐기기에도 도움이 되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전주 관광의 일번지는 단연 한옥마을에 있는 태조 이성계의 어진을 봉안한 경기전과 건너편의 전동 성당이다.

해설사들은 경기전에서는 조선의 왕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할 것이지만, 건너편 전동 성당 앞에서면 다른 면모를 들지 않을 수 없다.

 조선의 유학에 박해받았던 천주교인들의 흔적을 이야기 해야 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일제시대의 잔재와 현대의 모든 이념을 아우르는 공간이 또한 전주 한옥마을이다.

 

  경기전 북쪽 담 끝 서쪽에서 북으로 내려오면 한옥 스파를 지나서 큰 사거리를 만나는데, 이 사거리 코너에 '콩나루'가 있다. 나른한 발걸음을 콩나룻터에서 쉬면서 국밥으로 속을 시원히 풀면 될 것이다.

 

 네 거리에서 동쪽으로 난 길이다. 바로 옛적 동문사거리로 가는 길이다.

조선시대에는 경기전 담이 도성의 외곽이었다. 동쪽 담을 타고 북으로 내려가다 보면 동문사거리가 나오지만, 지금은 동문 누각이 없다.

 

  2013년 한여름밤의 콘서트가 이 동문사거리에서 동문을 재현하고 관광객과 지역민의 여름밤을 식히기도 했다.

 

 

 

 콩나루 간판이 붙은 곳.  사거리 코너인 셈이다.  이곳, 경원동 일대는 일제시대는 본정통 거리였고, 1970년대까지는, 현재 KT사무실이 있다. 이곳이 옛 법원자리가 있었기 때문에 변호사 사무실이 많이 있었던 곳이다. 콩나루 건물도 본래 한옥으로 변호사사무실이었다. 콩나루 주인장의 아버님의 사무실을 개조하여 지금은 콩나루를 운영하게 된 것이다. 구시가의 전통의 거리인 셈이다.

 

 사거리에서 윗쪽은 경기전 서문으로 가는 길이며, 자동차는 서편으로만 일방 통행이다.

 

 

 

 

 사거리에서 동편으로 가다가 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한옥마을과 경기전으로 나가는 길이다.

 

 

 

 

 

콩나물비빔밥과 콩나물국밥

 

 

 

 

 

 

 

 "콩나물국밥은 예나 지금이나 전주의 명물이다. 그래서일까. 전주에는 비슷한 이름의 콩나물국밥집들이 많다. 그러나 어느 집을 찾아도 맛의 정도는 도토리 키 재기이다. 콩나물에는 아스파라긴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에는 그만이라고 한다. 내가 1980년대 kt&G전북본부에서 근무하던 시절, 술을 마셨다 하면 고사동 골목 삼백집을 찾았다. 창업자, 이봉순 할머니의 손맛에 손님들이 몰리다 보니, 일손은 딸리고 몸이 쇠약해져 하루에 300그릇 이상은 팔지 않겠다고 결심하고서, 목표가 달성되면 무조건 문을 닫아버렸단다. 그러다 보니 입소문이 퍼져 상호를 아예, 삼백집이라고 바꾸고서 자그마한 글씨로 아래에 '욕쟁이 할머니 집'이라고 써놓았다."

 

 

 

  할머니는 입담이 좋아 거침없이 말을 해서 그렇지 험한 욕설은 아니었다. 오히려 욕을 얻어먹기 위해서 할머니를 슬슬 건드는 사람도 있다. 욕쟁이할머니에 대한 에피소드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어느날 박정희 대통령이 전주에 내려왔다. 대통령이 이튿날 아침 잠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어제 저녁 마신 술로 머리가 무겁고, 속이 역겨웠던지, 수행원에게,

  "전주에 개운한 음식 없나?"

  수행원은 부랴부랴 삼백집을 찾아가 콩나물국밥을 주문하고서는 즉시 배달해달라고 하였다. 할머니가 하는 말이,

  "당신은 눈도 없나? 지금 기다리고 있는 손님이 얼마나 많은데 두 발 달린 사람이 와야지, 누구보고 오랴 가라 하냐? 먹고 싶은 사람이 와서  쳐먹으라고 해." 하며, 면박을 주었다는 일화도 있다."  한 문인의 글 한 토막이다. 뒤에 박대통령은 그 콩나물국밥집에 직접 가서 국밥을 먹었다지?

 

  지금은 욕쟁이 할머니 이야기는 전설처럼 남았고, 한옥마을과 가까운 경원동과 동문사거리 일대의 콩나물국밥집들이 성시를 이루고 있다.

 

 

 

 

 

 

 

널직한 홀에 들어가면 벽에 각종 텔레비전 방송에 소개되었던 프로그램 포스터가 붙어 있다.

 

 

 

 고급 비빔밥이라 해서 놋그릇에 삼합의 찬에다 전통적인 반찬이 여러가지가 나오는 곳도 있다. 값은 만원이나 만이천원 정도 하는 곳이다. 비빕밥에 이미 충분한 반찬이 포함되었기 때문에  관광객이나 서민들에게는 상당히 비싼 값의 비빔밥은 낭비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없지 않다. 이 정도의 비빔밥이라면 충분하지 않을까?

 

 

 

 

 

 

"전주에서 콩나물 요리가 발달한 데는 까닭이 있다. 기후와 수질이 콩나물을 기르기에 적합하기도 하지만, 풍토병인 디스토마로 인한 토혈을 예방하거나 기침이나 열병, 홍역의 해독작용을 위해 많이 먹었기 때문이다. 콩나물은 당뇨병 치료에도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콩나물국밥은 그야말로 서민적인 음식이다. 오늘같이 날씨가 쌀쌀한 날,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사람들이 3천 원짜리(지금은 5천원이다) 국밥 한 그릇으로 추위와 허기를 달랠 수 있는 시골 장터 풍경에 어울리는 것이 이 콩나물국밥이다.

   본래 콩나물국밥은 술꾼들의 속풀이 음식에서 출발하였다. 그래서 일명 해장국으로 불리기도 하는데, 아침에 국밥집에 가보면 남정네들이 많은 것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고장 출신의 국문학자이자 시인인 최승법 교수도 그분의 저서 <<풍미산책風味散策>>에서 "밤술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신 다음날 아침이면 아내가 생일상을 차려준대도 귀가 트이질 않는다. 쓰라린 속을 달래며 마구 콩나뭃국밥집으로 내달아 가야 한다."고 했을 정도이다. 애주가라면 여기에 모주 한 잔을 빠뜨릴 수 없다. (전하연의 <콩나물국밥> 중에서)

  하연씨는 집에 가끔씩 손님이 찾아와도, 걱정하지 않는다. 전주 사람답지 않게 음식 솜씨가 없지만, 전주에는 소문난 음식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룻밤 묵어가는 손님도 없지 않은데, 눈치 빠른 손님이  몸의 불편함을 알고 먼저 외식을 자청한단다. 해장국까지 맛을 본 손님들은 거의가 값이 가장 싼 이 콩나물국밥을 전주 음식의 백미로 곱는 것은 물론이란다.

  생활이 넉넉해진 현대인들은 음식 하나를 먹어도 건강과 연관지어 생각한다. 식의동원食醫同原이라는 말에서 보듯 음식과 약은 뿌리가 같다고 한다. 그렇다 하더라도 그는 몸에 좋다는 음식을 일부러 찾아다니며 먹지는 않는다. 다만 콩나물국밥이나마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음에 늘 감사하며 산다.

  이 외에도 전주사람들 중에는 <콩나물국밥>의 추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콩나루는 현재 전국에 체인점이 100여 군데가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