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스크랩] 차와 불 (역대 음차 방법) / 중국차문화사 17.18.19.

차보살 다림화 2014. 2. 13. 11:15

.

 

 

중국차문화사

차와 불 (역대 음차 방법)

 

차와 물, 불의 삼합이 차탕의 품음 이뤄내

 

 

▲ 역대 조원 육우팽다도

 

 

한 잔의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반드시 차와 물과 불이 삼위일체를 이루어야 하며 이 중 어느 것 하나라도 결코 없어서는 안 될 필수 3대요소이다. 따라서, 좋은 차를 마시기 위해서는 좋은 차와 좋은 물이 필요한 것은 물론 차를 달이기에 적절한 ‘불의 세기[火候]’를 살피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하다.

 

명나라 전예형(田藝蘅)도 《자천소품(煮泉小品)》에서 “물이 있고, 차가 있어도 불이 없어서는 안 된다(有茶有水, 不可以無火)”고 말하였다. 그만큼 이 세 가지 요소는 차를 마시는데 있어 가장 중요한 기본적인 필수조건이면서도 오히려 모두 제대로 갖추어 내기가 어려운 것이기에 육우는《다경》의 <5.차 달이기>에서 차를 달이는 절차를 상세히 기록해 놓았다. 그러므로 이 기본적인 세 가지 요소를 적절히 잘 갖추어 차를 달이거나 우려내는 것만 살펴보아도 능히 그 사람의 다도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 볼 수가 있다.

 

특히 그중에서도 불의 세기는 매우 중요하다. 차를 잘 달였느냐 아니냐는 바로 불의 조정에 달렸기 때문이다. 현대의 포다법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불은 물의 온도를 좌우하고, 물의 온도는 차의 침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불은 그만큼 중요한 것이다.

 

처음 차를 마시기 시작한 고대에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음차방법 또한 시대의 변천에 따라 변해왔다. 즉, 당대 이전의 자다법(煮茶法)과 전다법(煎茶法), 당대의 전다법, 송대의 점다법(點茶法), 명대의 포다법(泡茶法) 등으로 각 시대에 따라 변화를 거듭해 왔다. 아울러 각 시대의 음차방법은 또 다기의 변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오직 ‘차와 물, 그리고 불의 삼합(三合)’이다. 각 시대별로 변화해온 음차방법에 따라 차와 물 그리고 불의 사용이 어떻게 조화롭게 좋은 차탕의 품음을 이루어낼 수 있는지를 여러 문헌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 구다(灸茶)

 

 

1) 육우의 전다법(煎茶法) ― 당대(唐代)의 표준 전다법 

 

옛 사람들은 차를 달이는 것을 전문적 기술성이 매우 요구되는 학문의 한 영역으로 간주하였다. 전설에 의하면 육우는 전다(煎茶)의 고수였다고 한다. 육우를 주워 기른 지적(智積)선사는 평생 차 마시기를 매우 좋아했을 뿐 아니라 차에 대한 요구도 무척이나 까다로웠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육우가 달인 차가 아니면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이러한 소식을 전해들은 당나라 대종(726~779년)은 이를 기이하게 여겨 지적(智積)선사를 황궁으로 불러들이고는 몰래 자수전다(煮水煎茶:물을 끓이고 차를 달이는)의 고수를 시켜 차를 달이게 한 뒤, 지적선사에게 주었다. 지적선사는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찻잔을 내려놓고는 “이것은 육우가 달인 차가 아닙니다.”라고 말했다.

 

대종은 다시 몰래 사람을 시켜 육우에게 황궁으로 들어와 차를 달이게 하였다. 그리고는 육우가 달인 차를 지적선사 앞에 내놓았다. 지적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는 희색이 만연하여 말하기를 “이 차는 육우가 직접 달인 것입니다.” 이에 대종황제는 크게 감탄하며 커튼 뒤에 숨어있던 육우를 나오게 하여 지적선사와 상봉토록 해 주었다고 한다.

 

고대의 자다법(煮茶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 끓이기(煮水)’와 ‘차 달이기(煎茶)’이다. 먼저《다경(茶經)・오지자(五之煮)》에서 육우가 설명한 전다법에 대해 간단하게 알아보도록 하겠다.

육우의 전다법은 크게 네 단계로 나누며, 그 어느 것도 소홀히 할 수는 없으나, 그 중에서도 특히 ‘물 끓이기’와 ‘차 달이기’ 부분이 비교적 상세하게 다루어져 있어 육우가 이 두 부분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겼는가를 짐작케 한다.

 

▲ 육우자다도(陸羽煮茶圖)

 

 

① 차 굽기(구다:灸茶)
차는 바람에 불씨가 날리어 꺼져가는 불에 굽지 않는다. 차를 구울 때는 불에 바싹대고 자주 뒤집어가며 골고루 구워지도록 한다. 차가 언덕처럼 도톰하게 부풀어져 거북등처럼 갈라지면 불에서 잠시 다섯 치 정도를 뒤로 물려서 말렸다가 부풀어졌던 차가 원상태로 펴지면 다시 처음 방식대로 굽는다. 이렇게 해서 다시 불이나 햇볕에 말리는데 불에 말린 것은 불기에 데워지면 멈추고, 햇볕에 말린 것은 부드러워지면 멈춘다.

 

② 불(火)의 재료
불은 숯을 이용해서 지피고, 숯이 없을 경우 굳센 섶나무(뽕나무・홰나무・오동나무・참나무 등)를 사용해서 지핀다. 일찍이 지지거나 굽기를 겪어서 누린 기름 냄새가 나는 숯과 진이 있는 나무(측백나무・전나무 등)와 썩은 그릇은 쓰지 않는다.

 

③ 물(水)의 선택
차를 다일 때 물은 산의 물이 으뜸이요, 강물이 그 다음이며, 우물물은 하품에 속한다. 산의 물 중에서도 젖샘과 돌못에 천천히 흐르는 것을 가리어 떠낸 것을 으뜸으로 친다. 폭포의 물 솟음이나 양치질 소리가 나는 여울물은 마시면 안 된다. 오래 마시게 되면 목병이 나게 된다. 또 산골짜기에 많은 샛 줄기는 맑게 잠긴 채 흘러가지 않는 고인 물이기 때문에 물꼬를 터서 나쁜 기운을 흘려보내고 새로운 샘물이 졸졸 흐르게 한 뒤에 잘 잔질하여 쓰는 것이 좋다. 강물은 사람들이 사는 곳과 많이 떨어진 곳에서 취하며, 우물물은 사람들이 많이 길어 쓰는 것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④ 물 끓이기[煮水]와 차 달이기[煎茶]
물이 끓는 상태는 삼단계로 나누어 구분하는데, 첫 번째 끓음을 일비(一沸)라 하고, 물고기 눈[魚眼]같은 물방울이 생길 때를 말한다. 두 번째 끓음을 이비(二沸)라하고, 구슬 같은 물방울이 목걸이를 꿰어놓은 듯 연이어 샘솟을 때[湧泉連珠]를 말한다. 세 번째 끓음을 삼비(三沸)라고 하며, 이때는 솥 안의 물이 펄펄 끓어서 파도를 치듯 일렁이며 북치는 소리가 나는 상태[騰波鼓浪]를 말한다.

차는 삼비(三沸)의 단계에 이르기 전인, 이비(二沸)의 단계에서 다리게 된다. 삼비 이상 끓이게 되면 물이 쇠어져서 먹지 못한다. 차를 달이는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여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 당대의 자수호(煮水壺)와 풍로(風爐)

 

 

㉠ 일비(一沸)에 물을 분량에 맞추고 소금 맛으로 고르며 간을 맛보던 것은 버린다.

㉡ 이비(二沸)에서는 물 한 표주박을 떠내고 대젓가락[竹筴]으로 끓는 물 가운데를 세게 빙글빙글 휘저으면서 가루차 적당량을 탕의 가운데에 떨어뜨린다.

㉢ 삼비(三沸)에서 찻물이 펄펄 끓기 시작하면 미리 떠내 놓았던 물을 다시 부어 물의 끓음을 멈추게 하고 차의 성분이 우러나도록 한다.

㉣ 차가 처음 끓기 시작하면 거품위에 생겨난 검은 운모를 걷어서 버린다.

㉤ 차를 잔질하여 여러 사발에 옮겨 담을 때는 거품과 발(餑)을 고르게 하여 따른다.

㉥ 차 맛은 첫 번째와 두 번째 잔이 제일 낫고, 세 번째 잔이 그 다음이며, 네 번째와 다섯 번째 잔 이상은 부득이 목이 마르지 않으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당대에는 육우(陸羽) 외에도 뛰어난 다인들이 많았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소이(蘇廙)’같은 이는《탕품(湯品)》을 저술하여 물 끓이기를 할 때 필요한 도구와 연료 및 각종 끓인 물에 종류 등에 대한 모든 것을 ‘십육탕품(十六湯品)’으로 귀납・정리하였다.

 

 

 

(18) 차와 불(역대 음다법)

 

"가볍게 거품을 일으켜 마시는 수준"

 

 

1.차 달이는 절차

 

차를 달여 마시는 방법에 있어 당대(唐代)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물 끓이기’와 ‘점다법’이다. 당나라 때는 어안(魚眼), 용천연주(龍泉連珠), 등파고랑(騰波高浪)의 삼비(三沸)로 이루어지는데 비해 송나라 때 와서는 어안(魚眼) 앞에 해안(蟹眼:게의 눈모양)이 한 단계가 더 추가 되어 사비(四沸)로 이루어지게 된다. 즉 일비(一沸:해안)→이비(二沸:어안)→삼비(三沸:용천연주)→사비(四沸:등파고랑)의 순으로 이루진다. (알기 쉽게 도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 송대 점다법(모형)

 

 

차를 달이는 방법에 있어서 다른 점은, 당대(唐代)에서 솥에서 끓인 물에 차가루를 넣고 다린 후, 각 차발에 나누어 따라 마시는 ‘전다(煎茶)’가 송대에 이르러서는 차가루를 넣은 찻사발에 끓인 물을 붓고, 다선(茶筅)으로 격불(擊拂)하여 거품을 일으켜 마시는 ‘점다법(點茶法)’으로 바뀌게 된다는 점이다. 


2. 점다법(點茶法)

송대 점다법에 대한 기록은 채양(蔡襄)의《다록(茶錄)》과 휘종(徽宗)황제의 《대관다론(大觀茶論)》에서 각각 전하고 있으나, 휘종황제 조길(趙佶)의 《대관다론》이 비교적 더 구체적인 편이다. 《대관다론》에 의하면 점다법은 대략 정면점(靜面點), 일발점(一發點), 칠탕법(七湯法) 등의 3가지 방법이 있다.

①‘정면점(靜面點)’

 

차 반죽에 끓인 물을 붓고, 손은 무겁고 찻솔(다선:茶筅)은 가볍게 휘저어(擊拂) 좁쌀무늬나 게눈(해안:蟹眼)모양이 없게 하는 것으로, ‘찻물의 표면이 고요하게 달여진’ 상태를 말한다. 이 상태는 가벼운 휘젓기(격불)로 인해 차의 거품을 피워 세울 수가 없다. 물젖(水乳)이 묽지가 않아서 다시금 끓인 물을 더 붓게 되면 윤이 다 없어져서 화려한 거품도 잠기고 흩어져서 차는 세워 만들어진 것이 없는 셈이다.

 

 

▲ 송대 투다도(鬪茶圖)

 

 

②‘일발점(一發點)’

 

끓인 물을 연이어 부으면서 손과 찻솔을 모두 힘차게 격불하여 거품이 부글부글 일어나게 하는 것인데 한 번에 거품을 피워 달인다는 뜻에서 ‘일발점’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끓인 물을 다 써버렸기 때문에 손가락이나 팔의 움직임이 원활치 못하여 미처 죽면(粥面), 즉 차죽의 표면도 걸쭉하게 엉기지 않아서 차의 힘이 다 없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비록 차탕의 표면에 운무(雲霧)가 뜨더라도 금이 생겨나기 쉽다. (여기서 금이란 ‘수각(手脚)’이라고도 말한다. 이는 찻사발에서 엉기었던 찻가루와 끓인 물이 고르게 잘 섞이지 않고 분리되어 갈라지는 금으로 ‘수흔(水痕)’ 또는 ‘수선(水線)’이라고도 한다.)

 

 

▲ 송대의 말차로 포다한 모습

 

 

③‘칠탕법(七湯法)’

 

점다법 중에서 가장 뛰어난 방법이다.
‘제1탕’은 차의 양을 재어 끓인 물을 받고, 아교(阿膠)를 녹여 개듯이 고루 섞은 뒤, 잔의 가장자리를 따라 탕을 따르되 차를 적셔서는 안 되며, 또한 그 기세가 세차서도 안 된다. 처음엔 차를 고르게 뒤섞이도록 천천히 반죽 하다가 점차 속도를 높여서 격불을 한다.

손은 가볍고 차솔은 무겁게 하면서 손가락은 감싸듯이 하고, 팔을 돌린다. 이로써 위아래가 모두 투명하게 되어 마치 효모나 누룩에 밀가루가 부풀어 오르듯 하여, 마치 드문드문한 별과 희고 밝은 달이 찬연(燦然)이 생겨난 듯하다. 이로써 차의 근본(根本)이 선 것이다. 즉, 말차(末茶)를 우려내기 위한 기본 조건이 조성되었다는 것이다.

‘제2탕’은 차의 표면에 직접 따르고 둘레를 한 줄기 돌린다. 급히 따르고 급히 멈추면 차의 표면이 움직이지 않는다. 격불을 힘차게 하면 빛깔과 광택이 점점 나기 시작하여 진주구슬 같은 거품이 많이 나타나게 된다.

‘제3탕’은 수량의 다소(多少)는 전과 같지만, 격불은 갈수록 가볍고 고르게 하는 것을 귀히 여긴다.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에 돌아와 차의 표면과 속이 환히 통하게 되면, 좁쌀무늬와 게눈(蟹眼)이 뜨고 모여서 뒤섞이며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차의 빛깔은 이미 십 분의 육 내지는 십 분의 칠까지는 얻어진 것이다.

‘제4탕’은 아낌을 중시한다. 솔(筅)을 돌릴 때는 약간 넓게 느슨하게 돌려야하며 빠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차의 맑고 참된 화려한 색채가 이미 환하게 피어날 뿐만 아니라, 차죽(茶粥)의 표면 위로 점점 뽀얗게 가벼운 운무(雲霧)가 생겨나게 된다.

 

▲ 송대 다완

 

 

‘제5탕’은 분량을 약간 멋대로 따른다. 솔은 가볍고 고르게 해서 통하여 뚫리게 한다. 만약에 거품 피워 세우기가 미진하면 부딪치기(擊)로써 일으키고 거품의 피워 세우기가 이미 지나쳤다면 떨어버리기(拂)로써 거둬들이고 마시면 된다. 이 상태는 깊은 아지랑이가 모이고, 눈이 엉기어 모인듯하고, 차의 향(색)은 최고에 다다른 것이다.

‘제6탕’은 거품 피워 세우기의 모양을 보고 젖 같은 액이 한도에 이르러 힘차게 일어나거든 솔로 붙여서 느슨하게 두르고 떨어버릴 뿐이다.

‘제7탕’은 가볍고도 맑은 것과 무겁고도 흐린 것을 분간하며, 묽고 진함을 살펴보아 중용(中庸)을 얻도록 따르고,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격불(擊拂)을 멈춘다. 그러면 ‘젖 같은 안개’ 즉 유무(乳霧)가 솟아올라서 찻잔을 넘쳐서 일어나 은은히 둘레에 엉기어 움직이지 않게 된다. 이것을 ‘잔 물림’, 즉 ‘교잔(咬盞)’이라고 한다. 마실 때는 그 가볍고도 맑으며 둥실둥실 떠 움직여서 겹친 것(거품)을 균등하게 갈라서 마신다.

 

《동군록(桐君錄)》에 이르기를 “차에는 발(餑)이 있는데 이를 마시면 사람에게 알맞다.(桐君錄曰, 茗有餑, 飮之宜人)”고 하였다. 비록 많이 마실지라도 지나침은 없는 것이다.

이상은 송대의 휘종(徽宗)황제가 저술한《대관다론(大觀茶論)》의 원문을 토대로 번역과 약간의 보충 설명을 덧붙였지만, 실로 일반 독자들이 보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점과 잘 이해 가지 않은 부분도 있을 것이다.

 

특히 원문 번역에 충실하다보니, 문체가 매끄럽지 못한 부분이 대분이다. 그러나 현대적 감각의 문체로 쉽게 설명하다보면 자칫 오역(誤譯)의 과실을 범하기 십상이어서 일단 직역에 가깝게 문장을 번역하였다. 나중에 다시 기회가 되면, 더 쉬운 말과 문체로 설명할 것을 기약해 본다.

참고로 ‘점다(點茶)’의 점(點)이란 ‘물방울’ ‘점(點)’이란 뜻이다. 즉 거품이 물방울, 점처럼 일어나게 차를 우려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점다’이란 명칭이 붙게 된 것이다. 현대 퓨전 음료인 ‘녹차 라떼’라고나 할까? 일단 그런 정도로 쉽게 이해를 해 주었으면 하는 것이 필자의 간절한 바람이다.

 

 

 

(19) 차와 불(역대 음다법) ③명대이후의 포다법

 

3) 명대(明代) 이후의 차 우려 마시는 방법 (포다법:泡茶法))

 

 

▲ 동호(銅壺)와 개완(蓋碗)

 

 

명대에 이르러 태조 주원장이 새로운 차법(茶法)을 공포하면서 사차(私茶:개인 차 판매)와 말차(末茶:가루차)로 만들어 마시는 방법이 국법으로 금지되고, 산차(散茶:엽차)의 음다법이 장려되었지만, 송대의 점다법(點茶法)이 완전히 없어진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주원장의 열일곱 번 째 아들인 주권(朱權:1378~1448년)은 여전히 점다법을 즐겼을 뿐만 아니라, 말년에는 직접 점다법에 대한 《다보(茶譜)》를 저술할 정도였다. 그 형식과 절차가 독창적인 면은 있으나, 송대의 점다법과 대동소이(大同小異)하여 중복되므로 생략하기로 하겠다.

 

명대 이래 현재에 이르기까지 소박과 검소를 목적으로 실시되었던 포다법도 세월의 흐름에 따라 점차 발전하고 강구되어 송대의 점다법 못지않은 화려함과 사치가 조성되었다.

포다법(泡茶法)은 말 그대로 ‘마른찻잎을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 마시는 방법’이다. 그럼 포다(泡茶)에 필요한 기본다기와 그 절차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 장취동호(長嘴銅壺)로 개완(蓋碗)에 물 따르는 공연

 

 

1) 기본다기 

① 차호(茶壺):차를 우리는 주전자
②차충(茶盅):분차(分茶)용 차호
③자수기(煮水器) 혹은 전차호(電茶壺):물 끓이는 주전자 혹은 전기포트
④차선(茶船):차호 보온용 받침사발
⑤차건(茶巾):차수건 ㉥차하(茶荷):차를 떠내는 수저 
⑥ 차엽관(茶葉罐):차 보관하는 통
⑦차배(茶杯)와 문향배(聞香杯):찻잔과 차향 맡는 잔
⑧차탁(茶托):찻잔 받침대
⑨차반(茶盤)혹은 수반(水盤):차를 우려마시기 위한 다반(통상 양 층으로 되어있어 상층은 물이 빠지도록 그물망식으로 되어있고, 하층은 퇴수한 물을 보관하는 퇴수기 역할을 한다.)
⑩사시(渣匙):우려낸 찻잎 빼내는 수저 
⑪다차(茶車):제반 다기 및 차관(茶罐) 수납장
⑫계시기(計時器):포다 시간 측정하는 시계

 

 

▲ 개완을 이용하여 무이암차 투다(鬪茶)하는 장면

 

 

2) 공부차 포다법

①상차(賞茶):차하(茶荷)를 이용해 차관(茶罐:차통)에서 꺼낸 찻잎의 빛깔과 향을 감상한다.

②온호(溫壺):자수기에서 끓인 물을 차호에 넣고 차호를 데운다.

③치차(置茶):차호를 데운 물을 쏟아내고 찻잎을 넣는다.

④온윤포(溫潤泡): 차호에 끓는 물을 넣고 차호 덮개를 이용하여 거품을 걷어낸 뒤 차호의 물을 차선에 붓는다. 이는 차의 거품을 제거하는 동시에 찻잎의 향이 빨리 우러나게 하기 위한 예비동작이다. 차선(茶船)을 사용하지 않을 경우에는 수반에다 그대로 쏟아 붓는다. 이를 속칭 ‘세차(洗茶)’라고 한다.

⑤충포(沖泡):온윤포를 거친 찻잎은 이내 곧 차성을 밖으로 표출하려고 하기 때문에 온윤포(세차)과정이 끝남과 동시에 곧바로 이어서 끓인 물을 차호에 부어 차를 우린다.

⑥충호(沖壺):충포단계에서 차호에 끓인 물을 붓고는 곧바로 차호 뚜껑을 덮는다. 그리고 이어서 뜨거운 물을 차호 위에 골고루 부어준다. 이는 차호 안의 온도를 유지시켜 줄 뿐만 아니라 안과 밖의 온도가 상응하여 차향이 제대로 우러나도록 해준다. 이때 차선에 담겨진 물은 찻잔을 데우는데 사용한다.

⑦계시(計時):시간 재기. 각종 찻잎의 종류에 따라 포다하는 시간이 달라지며, 또한 포다의 횟수에 따라 포다하는 시간을 적절히 늘여가야 하며, 시간의 정확성에 따라 차의 맛이 좌우됨으로 시간재기를 하는데, 어느 정도 포다에 익숙해지면 계시기(計時器:시계)를 사용하지 않고 감각적으로 포다하는 게 일반적이다.

 

⑧온배(溫杯):잔 데우기는 차를 포다하는 동안에 이루어져야하기 때문에 재빨리 이루어져야한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온윤포(溫潤泡) 즉, 세차 단계에서 잔 데우기를 함께 한다.

⑨운호(運壺) 및 건호(乾壺):차가 적절히 우러났을 시간이 되면 차선의 물속에 담겨 있는 차호를 꺼내어 차선 위의 가장자리에 차호 밑바닥을 올려놓고 차선의 가장자리를 따라 돌리게 된다. 이를 운호(運壺)한다고 한다. 이는 차호의 외부에 묻은 물기를 떨어내고 차호 표면을 건조시켜 차를 따를 때 찻잔 속에 차호 표면에 묻은 물이 들어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만약, 차선을 쓰지 않고 수반 위에서 직접 차호를 사용할 경우는 생략된다.)

⑩도차(倒茶):차 따르기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째는 차충(茶盅)을 거치지 않고 찻잔에 직접 차를 따르는 것이다. 이때는 찻물의 농도와 사람 수에 따른 차의 양을 적절히 안배하여야 한다. 우선 찻잔을 붙여서 놓고, 각 찻잔의 농도를 고르게 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준의 요령이 요구된다.

예를 들어 첫 번째 놓인 잔에 4분의 1을 따르고, 두 번째 잔에는 4분의 2를 따르며, 세 번째 잔에는 4분의 3을, 네 번째 잔에는 4분의 4를 따르며, 다시 되돌아 따라 오면서 각 잔을 다 채우면 된다. 왜냐하면 잔을 옮겨 따를 때마다 차의 농도는 점점 진해지기 때문에 농도를 맞추기 위한 방법이다.

두 번째 방법은 차호에 우러난 찻물을 차충(茶盅)에 옮겨 담은 뒤, 차충에서 다시 잔으로 따르기 때문에 농도가 같다. 고로 이 방법은 간단하여 장유유서(長幼有序)에 따라 각 잔에 다 채워 따르면 된다.

⑪봉차(奉茶):차를 권하기이다. 각 찻잔에 차가 다 채워지면 주인이 손님들에게 차 마시기를 권하면 된다.

 

⑫품다(品茶):주인이 차를 권하면 손님은 각자 자기 앞에 놓인 찻잔을 들고 마시게 되는데, 이때 공손히 두 손으로 찻잔을 받쳐 들고 먼저 차탕을 감상하고 차향을 맡은 뒤 천천히 차를 마시면 된다.

⑬역위(易位):주인과 손님이 자리를 바꾸어 각자의 다풍(茶風)을 교류하는 것인데, 주인이 권하면 손님 중에 포다에 익숙한 사람이 주인과 자리를 바꾸어 포다하여 주인에게 자신 혹은 자기 집안의 다풍을 보여줌으로써 서로의 우의를 다지는 예절의 일종이다. 그러나 이 단계는 전문가나 혹은 차동호인들 사이가 아닌 이상 거의 행해지지 않는 게 일반적이다.

⑭차여(茶餘):차를 다 우려 마신 뒤에는 찻잎을 꺼내어 주객이 함께 차의 엽저를 감상하며 차에 대해 다담을 주고 받는다. 한편 주인은 사용한 제반 다기를 깨끗한 물에 헹구어 깨끗이 닦아 정리하여 수납한다.

 

▲ 유리잔 포다법

 

 

이상에서 전통 공부차 포다법에 대해 알아보았다. 공부차도 각 지역에 따라 안계식(安溪式), 조주식(潮州式), 의흥식(宜興式), 조계식(詔溪式) 등으로 나누어지기도 하나, 거의 대동소이(大同小異)하다.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포다법이 있는데, 북경의 대완차(大碗茶), 사천의 개완차(蓋碗茶), 일반가정에서 간편하게 큰 차호에다 찻잎을 넣고 뜨거운 물을 부어 적당히 우려마시는 대호포다법(大壺泡茶法), 항주의 용정(龍井)이나 아미산의 죽엽청(竹葉靑) 등의 고급녹차의 침포(浸泡)과정을 감상하며 마시는 ‘유리잔 포다법’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중국에서는 특정지역의 차문화인 ‘공부차(工夫茶)’보다는 사천(四川)에 기원을 두고 있는 ‘개완차’나 북경의 ‘대완차’, 또는 일반 가정에서 흔히들 편하게 사용되는 ‘대호포다법’ 및 유리잔 포다법 등이 ‘대중(大衆) 음차문화의 주류를 형성하고 있다.

 

 

▲ 차항자(茶缸子) 포다법

 

 

아울러 중국 대륙의 일반인들이 주로 마시는 차는 대부분이 녹차(綠茶)나 화차(花茶)가 거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경제개방 이후, 중국인들의 삶의 질이 높아지면서, 오룡차(烏龍茶)나 보이차(普洱茶), 백차(白茶), 황차(黃茶), 홍차(紅茶) 등의 보급화가 점차 확대되어 가곤 있지만, 여전히 특정지역이나 특정계층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중국인들의 일상생활에 까지 널리 보급화 되어 있지는 않은 실정이다.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불교저널

 

 

 

 

 

 

 

 

출처 : 마음의 정원
글쓴이 : 마음의 정원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