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완주 화암사

차보살 다림화 2015. 7. 17. 16:28

 

 

화암사, 내 사랑 / 안도현

 

인간세 바깥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처음에는 나를 미워하는지 턱 돌아앉아

곁눈질 한번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나는 그 화암사를 찾아기기로 하였습니다

세상한테 쫒기어 산속으로 도망가는 게 아니라

마음이 이끄는 길로 가고 싶었습니다

계곡이 나오면 외나무다리가 되고

벼랑이 막아서면 허리를 낮추었습니다.

마을의 흙먼지를 잊어먹을 때까지 걸으니까

산은 슬쩍, 풍경의 한귀퉁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구름한테 들키지 않으려고 구름 속에 주춧돌을 놓은

잘 늙은 절 한 채

 

그 절집 안으로 발을 들여 놓는 순간

그 절집 형체도 이름도 없어지고,

구름의 어깨를 치고 가는 불명산 능선 한 자락 같은 참회가

가슴을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인간의 마을에서 온 햇볕이

화암사 안 마당에 먼저 와 있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세상의 뒤를 그저 쫒아다니기만 하였습니다

화암사, 내 사랑

찾아가는 길을 굳이 알려주지는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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