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스크랩] 입문(3) 차는 세계인의 음료

차보살 다림화 2008. 2. 17. 19:05
우리 생활에 깊숙히 배어있는 문화어 중에 '차'가 있다. 식후에 한 잔 마시지 않으면 소화가 안 된다는 말도 있고, 흔히 겪는 일을 밥 먹고 차 마시듯 한다 하여 '일상다반사'라 이르고, 손님 접대시 내어놓는 음식상을 '다담상'이라고 부른다. 뿐인가, 웃어른이나 조상께 예를 갖추는 것을 차례 지낸다 하고, 담배가 처음 들어왔을 때는 이를 '연차'라 불렀을 정도로 차는 우리네 생활 속에 다정한 용어였다. 차가 그만큼 뿌리를 내린 것은 우리 생활 문화의 중심이었기 때문이다.

차는 우리 민족의 정서를 상징했다. 차차 설명이 되겠지만 차생활로 거친 심성을 순화시켰고 예절을 익혔으며 멋과 풍류가 있는 사회를 이룩했다.
소박한 일상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심미안으로 자신의 미를 가꾸고 다듬었다.
덕분에 우리 민족은 언제 누구에게서나 단정하고 예절 바르다는 소리를 들었다. 공자도 '군자의 나라'라 칭송하면 건너와 살고 싶어했다.

그런데 근세에 와서 차생활이 사라졌다. 생활문화의 중심을 잃으면서 사회는 건조해지고 심성은 거칠어졌다. 쉽고 편하고 간단하고 빠른 것만을 선호하게 되면서 한국적인 멋과 풍류의 정서를 멀리하게 되었다. 우리 땅에 살면서 우리다운 모습을 잃게 되었고, 보다 이기적이고 가벼운 사람들이 되어 버렸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현상을 자본주의 사회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그것으로는 이해가 충분치 않다. 차생활이 사라지면서 생각하는 생활, 자연과 더불어 사는 조화로운 자세를 함께 잃은 것이다.

멋있는 생활

건강을 위해서는 운동을 한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일을 한다. 그럼 건강하고 직업도 안정된 사람들이 다음 차례로 찾는 것은 무엇일까. 그것은 '멋있는 생활'이다. 멋은 '무엇'의 준말이다. 멋을 안다는 것은 무엇을 아는 생활이다.

'무엇'에는 어떻게 접근할까. 참다운 멋은 형식 보다 내용에 있다. 따라서 사유하는 것으로 접근할 수 있다. 즉 생각하는 생활이다. 그런데 쉽고 간단하고 편한 생활에서는 '생각'이 쇠퇴한다.

인생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생각해 본 시간이 있는가? 아름다움은 만인의 것이 아니다. 아름다움을 아는 사람들의 것이다. 그러자면 스스로 아름답지 않으면 안 된다. 자기 자신을 가꾸고 다듬는 노력 속에서 상대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심미안'은 열린다. 매사에 정성을 다하고 한결 같이 진실을 모색하는 섬세한 자세에서 마음의 눈 '멋'을 보게 된다. 사유의 가장 훌륭한 반려는 '차'다. 차생활을 통하여 생각하는 삶을 영위할 수 있고 멋있는 인생에 접근할 수 있다. 동양에서 생산되는 차가 세계인의 음료가 된 것은 우연한 일이 아니다.

'차'는 고유명사

그러면 차란 무엇인가. 근세 역사의 격랑으로 차생활 습속이 사라지면서 우리는 차가 무엇인지조차 혼동하게 되었다. 커피도 차의 일종이라 여길만큼 차를, 그저 마시는 음료의 대명사 쯤으로 여긴다. 이는 차에 대한 모독이라 할만큼 부끄러운 일이요, 문화민족 역사에 먹칠하는 무지가 아닐 수 없다.

차는 고유명사다. 한국의 다성 초의선사는 동다송 첫 머리에 이렇게 적었다.

'한울님께서 덕을 지닌 아름다운 나무를 전하니 곧 차나무이다'

차나무는 상록활엽관목으로 키 작은 동백나무와 비슷하다. 강우량이 많고 안개가 자주 끼는 남쪽 산간지대에서 자란다. 이 나무의 잎에 머리를 맑게하고 소화를 도와주는 성분이 가득하여 잎을 그대로 가루내어 뜨거운 물에 풀어 마시거나 더운 물에 우려 그 성분을 취하는 것이다.

쓰고 떫고 시고 짜고 달고의 다섯 가지 맛이 있는데 처음 입에 닿는 맛은 쓴맛이지만 맨 뒤에 남는 맛은 향기로운 단맛이다.

우리 몸의 70%는 수분이다. 때문에 물을 가려서 마시지 않으면 금세 병이 난다. 체질이 약한 사람은 여행 중에 물이 바뀐 것만으로도 큰 병을 얻는다. 그 정도로 물은 우리 건강과 생명을 유지하는데 필수이다.

차는 그 뛰어난 성분으로 흐린 물을 맑게 하고 탁한 것을 정화하는 효능을 갖고있는 은혜의 생명수다. 중국이나 십수질이 나쁜 지방에 사는 사람들일수록 차를 필수 음료로 삼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좋은 물이 있으면 더욱 좋은 차를 우릴 수 있다는 점에서 차는 인간관계를 훈훈하게 하고 생활문화를 진보시키는 중심수단이 된다.

생각해 보자. 너나 없이 우리는 반가운 사람을 만나면 '차 한 잔 하자' 라고 말하지 않는가. 상대가 나에게 소중한 사람일 수록 우아한 장소에서, 예쁜 잔에, 색향미 훌륭한 일품의 차를 대접하고 싶어한다. 감미로운 음악이 있으면 더욱 좋고, 싱싱한 꽃까지 있으면 금상첨화가 된다.
이러한 차를 비서나 남 시켜 대접하지 않고, 손수 우려 대접한다면 상대의 기분이 어떨까. 주인이 직접 아름다운 모습으로 정성을 다해 우린 한 잔 차를 대접 받는 손님의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감동적이지 않을까.

이런 정도로만 짚어도 한 잔의 차를 중심으로 다듬어지는 예의범절과 심성, 훈훈하면서도 격조 높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문화의 향기를 피부로 느낄 것이다. 멋은 생활 속의 예술이요, 차는 분명한 그 중심인 것이다.




출처 : 인천시무형문화재10호범패와작법무
글쓴이 : 모봉형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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