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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산딸나무 꽃은 나비처럼

차보살 다림화 2010. 6. 14. 20:07

 

 

한라산에 가려다 원고 때문에 부담이 되어 못 가고 말았다.

철쭉이야 그렇지마는 눈에 삼삼히 떠오르는 설앵초의 자태가

아쉽지만 이번 작품을 끝내고 혼자서라도 가기로 했다.


눈도 쉬게 할 겸 4. 3때 모슬포와 성산포경찰서장을 지내신

문형순 할아버지의 무덤을 찾아갔는데 못 찾고 그냥 왔다.

인터넷 검색에는 어승생 아흔아홉골 평안도민회 묘역에

모셔졌다고 했는데, 그게 아니라 아라동 평안도민 묘역에

모셔졌고, 표시도 없다 하니, 다음 날을 기약해야겠다.     


산딸나무는 층층나뭇과의 낙엽 소교목으로 높이는 6m 정도이며,

잎은 달걀 모양이다. 6월에 흰 꽃이 가지 끝에 두상(頭狀) 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취과(聚果)이다. 목재는 가구의 재료로 쓰고 열매는

식용하며 정원수로도 재배하는데, 산지(山地)의 숲 속에 자란다.


 

♧ 말줄임표 그 뒤에는 - 목필균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거울 앞에 서 보면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더 많다

 

달려가는 일상 속에

고달픔이 보이고

쳐진 볼 살 속으로

버리지 못한 욕심이 뭉쳐있고


그렇게 아름다울 것 없이

살아왔어도

보이지 않은 저 편을 지우고

신기루처럼 다가오는

다시 저 편의 길


돌아보고 다시 지우며

뒷걸음 쳐보는 젊은 날


산딸나무에 내려앉았던

사랑이란 무수한 나비들

다 날아가 버린 이즈음


보이지 않는다고

없는 것은 아니다

말하지 않는다고

그립지 않은 것은 아니다



 

♧ 비가 1 - 장진숙


꽃산딸나무

꽃잎과 꽃잎 사이

와글와글 소란한 햇살 아래

어둠이 동그마니 또아리 튼 눈먼

그대 불러 두견주를 따르면

취기 속 시린 가지마다

무수히 돋아나는 초록 잎사귀들

그대 잎 잎의 고샅길 따라

무너진 돌담 너머 쑥대밭

베어진 그루터기마다

상처들의 옹이가

저마다의 울혈로

희디흰 상여 꽃을

다시 피우는

오월

 



 

♧ 요즘 내가 궁금한 것들 - 최원정


가평에 있는

곤줄박이 어미새가

하필이면 렌지후드 틈난 곳에

둥지를 틀어놓고, 새끼들 걱정에

재재재재 우는 것


자주달개비가 아침이면

보랏빛 얼굴로 피어나

하루 종일 방글거리며 웃다가

저녁만 되면 다시 초록 봉오리로

자취를 감추고 마는 속사정


엊그제, 그 뻐꾸기는

하루 종일 울고도 모자라

달빛 아래에서

밤새도록 울어야 했던 사연


산딸나무 꽃이

하늘을 향해 피는

어쩔 수 없는 이유

 

그리고 또 하나

그 사람 안부



 

♧ 저물녘 - 김경윤


산딸나무 그림자 흑염소처럼 밭두렁에 서성인다

콩밭 매는 어머니 등이 호미처럼 굽었다


호미 끝에 묻어나는 흙빛 같은 저 손 좀 봐라

한 가계(家系)를 지탱해온 고단한 내력이

그 손바닥에 장편(掌篇)처럼 새겨져 있느니   

 

산딸나무 잎새에 일렁이던 햇살 한 자락

설핏 어머니 굽은 등에 어둑어둑 얹히는 저물녘


밭둑에 메어 둔 새끼염소 먹먹한 울음소리 

황포(黃布)자락 같은 하늘 끝을 메헤메헤 말고 있다   

 



 

♧ 근정전에서 - 김수목


비는 비뚤거리며 내리고 있었다.

홍문관 옛자리 앞에서는 더욱 잘 보였다.

비구름이 느릿한 진양조로 한 곡조 읊어가며

하늘에서 땅으로

빗금들이 수도 없이 나타났다 사라졌다.

지우개 한 번 대지 않았지만 자국도 남지 않았다.

빗금이 닿는 곳에서는

어느새 비는 사라지고

거기서부터 길은 시작되고 있었다.

왕조의 몰락이 마음을 움직였나

은방울꽃에서는 은방울꽃의 길이,

산딸나무에서는 산딸나무의 가야할 길이 생겨났다.

산딸나뭇잎에서 산딸나뭇잎으로

물길이 몇 줄금 흘렀다.

줄기를 타고 끝없이 흙으로 스며들었다.

품계석 위에서도 길은 시작되어

내 속으로도 몇 줄금 스며들었다.

흐르던 물길이 어느새

내 속에서 물소리를 낸다.

내 안의 흐르는 물줄기가

비가 그치고 난 후에도

한참 후에까지 마르지 않았다.

조선왕조의 뜨락을 좀처럼 떠나지 않았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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