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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들장미가 찔레꽃이라니까

차보살 다림화 2010. 6. 14. 20:12

 

찔레꽃을 두고 들장미라고 한다는 것은 진작부터 짐작했지만

국어사전에 그렇게 나온 줄은 몰랐다. 제주 출신 가수 백난아가 부른

옛노래 ‘찔레꽃’ 가사엔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나라 내 고향’이라

되어 있다. 그러나 보통 찔레꽃은 새하얗지, 붉은 것을 못 봐서

혹 들장미 계통은 붉은가 짐작만 했다. 어제 노루손이오름에서

막 내려온 곳, 저녁 햇살을 받고 수줍게 피어있는 이 분홍빛 순정….

간혹 꽃이 피거나 져갈 때 분홍빛을 띤 것은 보았지만 그냥

이렇게 감질날 정도로 예쁜 빛을 띤 것은 드물다.


찔레나무는 장미과의 낙엽 활엽 관목으로 높이는 2m 정도이고

가시가 있으며, 잎은 깃모양 겹잎이고 잔잎은 긴 타원형으로 톱니가

있다. 5월에 흰 꽃이 원추꽃차례로 피고 열매는 장과로 10월에

빨갛게 익는다. 열매는 약용하고, 관상용, 산울타리용으로 재배하기도

한다. 산기슭의 양지와 개울가에서 자란다.

 



 

♧ 들장미 - 황금찬

  

피어 있다


부서진 청자

백합무늬 매병

그 조각조각 위에


전쟁이 쓸고 간

저 귀 아픈

벌판

그 날의 포연처럼 ㅡ


어제도 아니고

이제는 전설일 수밖에 없는

젊은 피의 생명 밭에

자유롭게 핀

들장미


말하고 있었다


처음 만났을 때


사랑을 눈으로 퍼올리듯이

그렇게 하늘만 보고

피어 있었다.



 

♧ 밀월蜜月 - 김종제


부전나비 날아와

살며시 앉았다 간 자리마다

희망 둥글게 부풀어가는 유월로

숲은 밀월 아니었던 때가 있었나

들장미 떨어져

빗물 가득 고인 자리마다

소망 붉게 물들어가는 유월로

강은 밀월 아니었던 때가 있었나

손 잡았던 겨울부터

입술 맞닿은 봄까지

꼿꼿히 목숨 지켰던 것은

죽은 듯 있다가도

숨 가볍게 뛰며 살아나

따뜻하게 불 지펴준

당신이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나

살 맞대고 꿀 같은 말을 주고받아서

생이 그토록 달콤하였던 것인데

배필의 당신으로 

신혼 같은 날 아닌 적 있었나

연인의 당신으로

밀월 같은 날 아닌 적 있었나

향기로운 꽃에게

나비처럼 멋드러지게 날아가

탐스런 열매 맺게 하는 것

벌겋게 달아오른 햇살로

지상이라는 밭에

씨 가득 뿌리고 있는 것

가만, 세상도 밀월중인가 보다

 


 

♧ 혹은 넝쿨장미에 대하여 - 허영미


제 사랑의 그릇

흘러 넘쳐나 꽃가지 허리가 휜다

세상사 흐드러진 꽃보다

더 향기로운 풍경이 어디 있으랴

저렇듯 한번쯤 피어 볼 일이다

사랑하기 이전부터

상처의 시린 자국이 두려워 뒷걸음질치는

연약한 인간의 자리, 

사랑한 이후, 그 외로운 자리에

수없이 돋아날 들장미의 눈물도

한갓진 생의 아름다운 이야기로 엮이어

돌아가는 길

비망록 한 장으로 펄럭여 줄 수 있다면


진정, 저렇듯 피어 볼 일이다



 

♧ 그가 오리라 - 이향아

    

어느 날 그가 말을 타고 오리라

들장미 올린 통나무 집에 살겠다던 내게

'오래간만입니다'

그가 낮은 뱃고동 소리로 모자를 벗는

문밖엔 철따라 안개며 눈비

방안엔 꽈리색 램프 짙게 타오를 때

예감처럼 그가 오리라

강물은 흘러감,

백년이 짧음

손풍금소리 구슬픈 축제의 날

반짝이는 유리잔에 적막이 고일 때

그는 내게 오리라

이제서야 철이 드나

슬픈 나를 찾아서

 



 

♧ 주일 미사 - 홍윤숙


거기만 동그랗게

해가 들고 있었다


生木 울타리 늘어선 사이 사이

빨간 들장미도 피어 있었다


바람은 울타리 밖에

파수를 서고


구름은 한 발자국 비켜서

돌아갔다


한 층 높은 빛 속에서

눈부신 사나이가

금빛 목소리로 호명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뽑힌 사람들이 줄지어 걸어나와

순결한 얼굴로 무릎 꿇었다


그러면 갑자기 거기만 동그랗게

불이 켜지고

그 밖은 캄캄한 어둠으로 변했다


빛이 도려내는

차가운 가위질


나는 어둠 속에 혼자 남아

문득 두터운 빛의 유리벽을 보았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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