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모음

전주 오목대에서 행촌화요모임

차보살 다림화 2011. 4. 21. 15:08

 

애틋한 사람과 나란히 걸어가면서 주고받는 말들은 서로의 가슴에 시원한 그늘을 드리워준다. 말과 말이 서로 얽혀 깊은 뿌리를 내리고 꿈틀거리며 튼튼한 줄기를 세운다. 그 줄기에서 무성한 잎들이 뻗고 애틋한 사람과의 추억이 그늘에 모인다. 영원할 거라는 바람을 담은 간절한 침묵의 기도가 그 앞에 있다. 그러나 우리 사는 일이 그렇듯 나란히 걷던 그 사람이 때로는 오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두리번거리며 그 사람을 찾다가 아프게 무릎이 꺾이기도 한다. 그러나 그 사람이 곁에 없는 시간에 가끔 그 그늘에 들면 꿈을 꾸듯 행복에 잠길 수 있다. 행복, 그 아릿한 그리움들.

아주 사소한 상상력이긴 하지만, 어쩌면 우리들이 나란히 걸으며 속삭였던 말들이 작은 언덕을 이루고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져본다. 이 도시에서 그곳은 오목대가 서 있는 언덕이라는 생각. 예전에 내가 무심코 발설해버렸던 그리움의 낱말이랄지 사랑한다는 수줍은 고백들이 그 언덕에 고스란히 모여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아니, 꼭 그것이 사실이 아니어도 나는 그렇게 믿기로 한다. 그 말들의 그늘에 들기 위해 오목대를 오른다.

숲의 허리를 가로질러 놓여 있는 계단을 오르면서 가슴 한켠이 쑥쑥 아려온다. 계단을 놓으면서 잘려나간 나무들과 파헤쳐진 흙더미들이 마치 누군가의 가슴 아픈 사연은 아니었는지. 가끔 찾아와 몰래 그 시절을 그리워하며 눈물 흘렸던 한 남자의 혹은 한 여자의 행복을 헐어내버린 것은 아닌지. 그도 아니라면 새끼손가락 걸며 약속했던 미래의 어느 날을 송두리째 묻어버린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들을 하다 보니 오목대 오르는 계단이 팍팍하다. 기실 오목대에 오르기 쉽도록 설치했을 계단이지만 자꾸만 걸음이 무뎌지는 건 무슨 이유일까? 다행히 아직 허물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숲 그늘과 산새들의 보금자리를 위안 삼아본다.

천하를 꿈꾼 곳, 오목대

계단을 다 오르면 넓은 공터 가운데 아담한 비각이 서 있다. 1900년에 세웠다는 비각 안에 서 있는 비석에는 “태조고황제주필유지(太祖高皇帝駐?遺址)”라는 비문이 새겨져 있다. 비문은 고종황제의 친필이다. 비각 뒤로 오목대가 굳건하게 서 있다.

오목대는 태조 이성계가 남원 운봉 황산벌에서 왜구를 물리친 뒤 돌아가는 길에 종친들을 모아 잔치를 베풀었던 곳이다. 이성계는 이 자리에서 중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이 불렀다는 ‘대풍가’를 읊었다고 한다.

大風起兮雲飛楊       대풍기혜운비양
威加海內兮歸故鄕   
위가하내혜귀고향
安得猛士兮守四方    안득맹사혜수사방

큰 바람이 일어나서 구름이 날아 오르다
위세가 해내에 떨치고 고향으로 돌아오다
디서 용맹한 무사를 얻어 사방을 지키게 할까

대풍가를 통해 이성계는 흉중에 묻어두었던 천하제패의 꿈을 은연중 드러냈다. 이에 종사관으로 참전했던 정몽주가 격분한 마음에 한달음에 말을 달려 남고산성 만경대에 올라 북쪽 개경을 바라보며 그 심정을 노래로 읊었으니 지금도 만경대에 그 시가 새겨져 있다.


시절이 태평하다고 해야 할까

대풍가 대신에 우리 화요모임 선남선녀들은

벚꽃잎 흐드러져 날리는 날

사철가로 춘흥를 일으켜 볼까 하구선...

오목대에 올랐습니다.

 

 

 

 

 

벚꽃을 올려다보며 파안대소 하시는 이기택 선생님...

 

 

 

진달래 조팝꽃들이 모두 내 것이라고 찜한다고...

 

오목대 산책을 하구선

마패에서 전복갈비탕으로 따끈한 점심을 하구..

버들벚꽃나무들이 무리지어 있는 가로를

구경나왔습니다.

 

화요모임 회원들 한 분 한 분 모두 오목대에 얽혀있는 추억담이

재미 있었습니다.

 

 

 

 

 

 

한꺼번에 봄곷들이 확 몰려오는 듯

모든 화초들의 눈부셔요.

 

 

 

 

 

 

 

 

완주 송광사 벚꽃 너털을 지났습니다.

유서 깊은 송광사에서 이 십자형 종루가 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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