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장흥 가지산의 보림사

차보살 다림화 2011. 8. 29. 16:59

 

 

푸른 보석을 가슴에 심고

장흥 보림사에서

 

 

 

 내려가는 길에서 스쳤던 그 꽃 올라가는 길에서 만나네.

 

 대적광전의 비로자나 철불을 다시 볼 수 있어 기쁘다. 보림사는 가지산파 선종의 종찰이다. 말 그대로 국보와 보물을 많이 지니고 있는 산이다. 장중하고 엄숙한 철불은 신라 말에 당나라 유학승들에 의하여 들어온 선종(禪宗)의 영향이지 않을까. 그 뒤 철불은 고려 때에 많이 조형했던 것 같다. 고려의 불교문화가 절정인 시절에 도자기와 불화와 불상들이 많았던 것은 고려인의 예술혼이기도 했다. 지극한 아름다움의 상징인 듯한 고려불화 ‘물방울 관음도’의 관음보살이 뜻 깊게 다가온 장흥이었다. 장흥 하면 늘 보림사(寶林寺)에 가고 싶다. 정남진리조트에서 하계세미나를 마치고 오전에 장흥의 명소를 둘러보고 올라가는 길이다.

 

  고대 그리스의 예술품은 건축과 조각상이 일색이다. 그리스 신화의 주인공들은 반인반수(半人半獸)상이 많다. 신의 형상으로 사람을 빚었다 했으니, 그들의 선진의식은 스스로 신이 되기를 바랐던 것인가. 그들에게 이상화된 청동 영웅상이 많다면 우리에게는 지고의 미를 지닌 금동미륵반가사유상을 비롯한 철불과 수많은 소조불과 석불이 많다. 스스로 절대자가 되는 꿈은 아예 꾸지도 못한 채 그토록 간절한 기원과 예술혼을 불상에 담았던 것인가. 로마시대 이후 중세까지 예수의 성가족 족보가 모든 서양 예술의 모티브가 된 것처럼 동양은 부처가 모든 예술품의 기원이 됐다.

  과거에서 지금까지 미(美)의 정의는 생명의 본질에 있었다. 그것은 철학에서 말하는 ‘진리’가 아닌가. 영원히 변치 않는. 우리는 고대 철학자들이 구축해온 이념들의 영향권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미술의 기준은 좀 다르지만 현재까지 유효한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 때 정해진 카테고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조화와 비례가 맞아야 한다. 미술에 있어서도 그리스 시대에 정립된 미의 기준이 지금까지 이어져 왔다. 가장 아름다운 몸매라는 남성 체형 ‘다비드’상과 8등신의 여신상들의 아름다움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신전에 조각된 여신상들이 모두 8등신의 균형미를 자랑한단다. 초현대적 시대의 미의 기준이 오늘날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그 시대의 기준은 유효하다.

  최고의 예술품은 역시 인간임에 틀림없다. 그리스의 다양한 신상들과 힌두교의 시바신으로부터 부처와 보살과 예수, 헤아릴 수 없는 선지식과 성인들. 세상에 와서 스스로 그런 인간이 되어 원각을 이루어야 하는 명제를 안고 있는 것일까. 그것이 최대의 행복이라고 설파한 것이 석가모니의 수행과 설법의 내용이었다. 다음 생에 더는 육옷을 입지 않기 위하여 수많은 생을 거듭하여 닦아온 뒤 마지막 생에서 모든 원을 이룩한 석가모니. 선업도 업인 바 꼬리에서 꼬리를 문 인간의 업장은 몇 억겁의 세월 동안 되풀이 될까. 56억 7천만 년 동안? 아! 아득하여라. 태양도 사라진다는 시간이 아닌가.

 

  철원의 도피안사의 비로자나 철불은 아담하고 고요하여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보원사지 철불은 우람하고 근엄하다. 남원 실상사의 극락전의 철불은 왜군의 침입을 막으려는 의지가 강한 엄격한 부처님이다. 보림사의 철불상은 깊은 고뇌가 서린 듯 엄숙하다. 진리의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거룩하고 거룩한 모습이다. 나라가 정한 보물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예술품으로도 추앙받는다. 궁극의 아름다움에 닿기 위해서. 진리의 본체인 법신불을 비로자나불로 형상화하여 고대는 종교의 대상으로 오늘날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우러른다. 진리의 표상으로서 우리의 정신을 일깨우며 영원의 세계로 안내한다.

  남원의 실상사와 보림사는 평지 사찰이다. 아마도 선종 사찰이 평지에 선 까닭은 보편적인 깨달음이 세상 속으로 가까이 왔다는 뜻이 아닐까? 보림사는 공포가 아름다운 일주문에서부터 사천왕문과 주 전각까지 일직선으로 통한다. 일주문 앞에서 대적광전 앞의 삼층쌍탑까지 깊숙이 한 눈 안으로 들어온다. 부여 무량사에서도 이런 눈맛을 볼 수 있다. 각각의 건축물의 문이 하나의 통로로 연결되어 대문 밖에서 안채의 속내까지 훤히 보인다. 현묘한 진리를 표현하고 있는 구조인 것 같다.

 

  비자림 속의 차밭까지는 올라갈 수 없음이 한 자락의 여운을 남긴다. 산이 좋으면 물이 좋기 마련이다. 이곳 약수는 맛이 뛰어나다. 불유(佛乳) 그 자체다. 깔끔하고 맑고 산뜻하면서도 깐깐한 느낌. 이 물을 정법으로 끓여서 차를 우리면 정말 좋은 차맛이 날 게다. 단번에 비자림의 차 잎을 따서 비비고 찻물을 끓인다. 진다(眞茶)와 진수(眞水)의 절묘한 만남. 모양 없는 다관에다 차를 넣고 형체 없는 찻잔에 찻물을 따라서 부처님들께 헌차한 후 돌아선다. 마음으로 올린 차 한 잔.

  왜 ‘물방울 관음도’를 그렸는지 그 뜻이 오묘했다. 물 공원에 조형된 물 한 방울의 의미를 여기서도 새긴다. 관음보살의 음성인 듯, 해산의 말씀인 듯 ‘물 한 방울의 깨달음’을 되챙긴다. 강물도 거대한 바다도 물 한 방울이 모여서 이룬 것. 물 한 방울 속에 온갖 생명체의 원형질이 담겨 있지 않은가. 물방울처럼 나무도 사람도 하나씩 모여서 숲을 이루기에, 오늘 다시 물방울을 관음한다. 보살이 그려진 푸른 보석을 가슴에 단다.

 

                                                                                                                 

 

 

 

 

 

 

 

 

 

 

 

 

 

 

 

 

 

  최고의 예술품은 역시 인간이다. 예수와 석가, 많은 선지식과 성인들. 사람은 스스로 그런 인간이 되어 최고의 원각을 이루어야 하는 명제를 걸고 이 세상에 온 것일까. 그것이 최대의 행복이라고 설파한 것이 석가모니의 평생의 설법이었다. 진리의 대명사인 비로자나불로 형상화하여 고대는 종교의 대상으로, 오늘날은 아름다운 예술품으로, 진리의 표상으로서 우리를 일깨우며 영원의 세계로 인도하는 것이다. 다음 생에 더는 육옷을 입지 않기 위하여 수많은 생을 거듭 닦아온 뒤 마지막 생에서 모든 원을 이룩한 석가모니. 수억겁 동안이나 인간은 그렇게 윤회하며 업으로 쌓이는 이야기들을 되풀이 할 것인가. 56억 7천만 년 동안? 아! 아득하여라.

 

 

 

    철원의 도피안사 철불은 아담하고 고요하여 여성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소장된 보원사지 철불은 우람하고 근엄하다. 남원 실상사의 극락전의 철불은 또한 왜군의 침입을 막으려는 의지가 강한 엄격한 부처님이다. 보림사의 철불상은 깊은 고뇌가 서린 듯 엄숙하다. 이 모두다 국보로 추앙받는다. 진리의 아름다움에 닿기 위해서.

 

 

 

 

 

 

  남원의 실상사와 보림사는 평지 사찰이다. 아마도 선종 사찰이 평지에 선 까닭은 보편적인 깨달음이 세상 속으로 가까이 왔다는 뜻이 아닐까? 보림사는 공포가 아름다운 일주문에서부터 사천왕문과 주 전각까지 일직선으로 통한다. 일주문 앞에서 대적광전 앞의 삼층쌍탑까지 깊숙이 한 문 안으로 들여다 볼 수 있다. 부여 무량사에서도 이런 눈맛을 볼 수 있다.구조가 하나의 문으로 통하여 대문 밖에서 안채의 속내까지 훤히 보인다. 현묘한 진리를 표현하고 있는 구조다.

 

 

 

 

 

 

 

 

 

 

  시간이 모자라 비자림 속의 차밭까지는 올라갈 수 없음이 또한 여운을 남긴다. 산이 좋으면 물이 좋기 마련이다. 이곳 약수는 맛이 뛰어나다. 불유(佛乳) 그 자체다. 깔끔하고 맑고 산뜻하면서도 깐깐한 느낌. 이 물을 정법으로 끓여서 차를 우리면 정말 좋은 차맛이 날 게다. 단번에 비자림의 차잎을 따서 비비고 찻물을 끓인다. 진다(眞茶)와 진수(眞水)의 절묘한 만남. 모양 없는 다관에다 차잎을 넣고 형체 없는 찻잔에 차를 따라서 부처님들께 헌차한 후 돌아선다. 마음으로 올린 차 한 잔.

 

 

 

어느 해 여름, 부여 무량사에서

 

 

 

 

 

 

고려시대 회청자 다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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