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천년 연꽃 -부여 수분재에서

차보살 다림화 2015. 7. 31. 18:12

깨달음의 꽃

 

 

모든 생명은 종족 번식기의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 활짝 피기 시작하면서 짝을 부르는 몸짓을 한다. 꽃은 성숙의 절정을 이루어낸 뒤, 그의 결실로 열매를 맺는다. 그러기에 태어나면서부터 꽃을 피우기까지 얼마나 많은 정성이 필요한가.

 

연꽃은 잎에 기대지도 않고 바닥에서부터 시작하여 물속에서 외롭게 긴 시간 투혼을 불사르며 떠오른다. 어두운 미망을 걷어 헤치고 밝은 빛을 보기만 하면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는 희망을 안고 일심(一心)으로 정진한다. 탄생부터 연꽃은 꽃과 종자가 운명적으로 인과(因果)가 된다. 삶의 시작은 죽음을 동반하고, 또 다른 생명의 태동은 기다림을 위한 은혜의 강물에 고요히 잠겨든다. 삶과 죽음사이의 거리가 본래 있었던 것일까. 스스로 고통과 번뇌를 짓고 부수고 부대꼈다. 아침부터 밤까지 백팔 번뇌의 사다리를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진흙탕에 떨어졌다. 시궁창 흙탕물을 서로 튀기면서 허우적거렸다. 문득 고개를 들고 하늘을 보았다. 빛을 향하여 나르는 연습을 해야 했다. 수영을 배울 때 수영장 물 속에 뛰어 들어 바닥을 차면 반사적으로 튀어 올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내려가야 했다. 밑바닥까지.

    

 

 

 

 

 

 

 

 

 

대하연(大賀蓮, 오오가 하스)

대하연은 연꽃 애호가들 사이에 전설의 연꽃으로 알려진 세계 최고, 가장 오래 된 꽃이다. 일본의 식물학자인 오오가 이치로 박사가 19513월 지바시 도쿄대학 운동장 유적지에서 2000년 전의 연 씨 3개를 발굴하여 그 해 5, 1개를 발아시키는 데 성공, 다음해인 1952718일 분홍색 꽃을 피움으로써 탄생하였다.

이 연꽃은 발굴자의 이름을 따 오오가 하스라 명명되었으며, 연 씨가 지구에서 가장 오랫동안 종자의 생명력을 지닌 것이 과학적으로 입증되어 당시 세계적인 큰 반향을 일으켰다. 부여 궁남지의 대하연은 이석호 전 부여문화원장이 1973년 우리나라 최초로 일본에서 들여와 재배해오다가 2008520, 부여군에 기증하여 심어진 것이다.“ 궁남지에 붙여진 팻말의 내용이었다.

 

2015년 7월 28일

전 부여문화원장 이석호 선생님 댁에서 만난 '오오가 하스'의 후손.

당시에 분양 받아온 연뿌리에서 번식한 전설의 꽃이다.

천년의 고독을 이겨내고 꽃 피운 연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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