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역동적인 부산

차보살 다림화 2015. 9. 24. 16:22

역동적인 부산

 

조윤수

 

 

부산은 길의 도시다. 부산의 역사는 길이 열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선시대 부산은 동래였다. 근대적으로는 경부선의 철길과 부관 연락선이라는 바닷길이 서로 뚫리면서 동래가 아닌 부산이 도시로 형성된 것이다. 부산의 항만 도시로도 유명하다. 세계 6대 항만에 들어간다고 한다. 항만 시설이 잘 되어서 컨테이너 하나를 배에 실어 올리는데 2분밖에 안 걸린단다. 부산은 우리나라 항구 중 가장 큰 항구도시가 되었으며, 2의 도시로 불리는 것은 한국전쟁 때 임시정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조선 시대의 부산을 알려면 동래부성으로 가야한다. 전국의 주요 도로로서 수도 한양을 중심으로 한 아홉 개 대로가 있었다. 그중 부산은 영남 대로로 한양과 이어졌다. 영남 대로에는 좌도, 중도, 우도 세 갈래 길이 있었다. 그중 중도가 우리가 알고 있는 영남대로이며 가장 많이 사용된 도로였다.

지난겨울에도 부산을 한번 둘러보았는데. 전에 없던 하늘에도 길이 열려 있었다. 다리의 도시 부산에는 영도다리가 있다. 내 기억으로는 5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부산의 명물이라 하면, 영도다리와 국제시장과 자갈치 시장이었다. 길이라면 서대신동이나 동대신동, 나는 어렸을 때 대신동에 살았다. 대신동에서는 송도해수욕장이나 국제시장까지 걸어 다녔다. 그래서 길이라면 소위 서쪽 전통적인 동네라고 할 수 있는 대신동에서 길게 휘어진 도로 하나로만으로 기억한다, 9.28 수복 때 개성까지 갔다가 1.4 후퇴 때 부산으로 다시 와서 구덕산 기슭의 천막교실이 공부했던 기억의 내 어릴 적의 추억 아닌 추억이랄까. 한참 뒤에는 구덕 터널을 지나면 동부산으로 바로 갈 수도 있었다. 영도다리를 건너면 내 친구네 집이 있던 청학동이 있고 태종대가 있었다. 그리고 그 중간쯤에서 해운대로 가는 버스를 탈 수 있었지 싶다.

조용했던 어촌마을 같았던 해운대 해수욕장에 관광호탤이 하나 세워졌을 때 구경 갔고, 몇 십 년 뒤에 광안대교가 개통되었다고 해서 우리는 다시 관광 차 다녀왔다. 그리고는 친척들의 행사에 다녀올 뿐이었는데, 어느 때부터인가. 부산시 사상구 근처에 가면 도시 교통의 정체로 인하여 시간이 많이 걸렸다. 도시 고속도로가 세워졌으며, 부산의 인근 도시로 연결되는 길이 여러 갈래로 뻗어나가서 어느 곳이 어느 곳인지를 알 수가 없다.

2015912, 영호남수필문학회가 부산에서 열렸다. 내 어릴 적 놀던 마당 같았던 송도해수욕장 해안에 있는 송도비치관광호텔에서 묵게 되었고, 송도스포츠센터에서 행사를 하게 되었다. 겨울에 갔을 때도 해변을 걸으면서 주위의 높은 빌딩을 올려다보면 어느 먼 나라에 와 있는 것 같은 거리감에 놀랐다. 송림으로 우거진 언덕의 소나무만은 우람하게 크는 동안 얼마나 많은 잎갈이를 했던지, 거북등 같은 나무껍질에나 옛날이야기가 쓰여 있을지 쓰다듬어볼 뿐이었다. 모래도 물도 그때의 물이 아니기에. 송도해수욕장이 한눈에 보이는 창이 있는 호탤 방에서 일출을 맞는 기분은 어느 먼 나라에 떨어져 있는 것 같은 감상, 뭐라 해야 할지.

송도에서 남항대교가 세워져서 영도까지, 하늘에 떠있는 북항대교는 나선으로 이어졌다. 놀이 기구를 타는 것 같은 묘기를 체감했다. 그래서 부산은 하늘에도 길이 있는 길의 도시가 되었다.

어촌마을의 해수욕장이 있던 해운대는 우리들이 자주 다녔던 유원지며, 일출을 보러 새벽에 가끔 달려갔던 장소였다. 뉴욕을 방불케 하는 수영만에서는 국제 욧트 대회가 열리고 해운대 주변은 완전히 국제도시가 되었다. 광안대교는 수영구 남천동과 센텀시티를 잇는 74키로미터. 복층 구조 8차선 다리다. 백스코 등 부산시립미술관도 여기에 있는데, 몇 년 전에 부산비엔날레가 열려서 세계의 예술가들이 한자리에서 그들의 작품을 전시한 적도 있었다.

조용하던 동백섬에 국제회의장이 세워지고 해안은 말끔히 도시형 해안풍경이 되었다. 200511월 부산 APEC 2차 정상회의가 열린 누리마루에 들어서니, 정면에 12장생도가 화려하게 걸려 있었다. 모두 그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아시아. 태평양 21개국 정상들의 국기와 대통령 얼굴들이 벽에 붙어 있었다. 회의장에는 그 당시의 식사 메뉴와 선물로 드린 한복이 전시되어 있다. 또한 건축물 구석구석에 한국을 상징하는 단청이 곳곳에 새겨져 있었다. 각국의 대표들이 한복을 입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푸른 바다에 떠있는 광안대교와 오륙도를 조망하며 나누었던 환담처럼 우리도 그리했다. 딴 나라에 방문한 것처럼. 누리마루에서는 광안대교의 현수교와 해운대 마린시티를 가까이 조망할 수가 있다.

    

송도비치호텔에서 본 일출

 

송도 해안길

 

 

 

상어 입속으로 들어가는 줄 모른 채..

 

해양박물관에는 해양 관련 자료가 많이 전시되어 있다.  조선 통신사들이 탔던 배를 재현해 놓았다.

해저에서 발굴한 도자기들

 

 

위도 띠배를 여기서 보았다. 위도 띠뱃놀이이 민속 풍물로 전해 내려오고 있다.

해양박물관에 조형된 대형 수조. 로봇 배와 물고기들도 볼 수 있었다.

 

 

오륙도 가까이 가는 산책 나무계단이 있다.

 

 

 

 

 

 

 

 

고운 최치원 선생이 여기 와사 바위에 '해운대'란 글자를 새겼다.

천년 전의 사람의 발자국이 새겨진 자리에 앉아 보았다. 별난 감회를 느끼면서.

 

 

해운대 마린시티 빌딩들

 

누리마루 지붕 뒤로 광안대교가 보인다.

 

동백섬에서 바라보이는 해운대 해안

 

누리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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