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붉노랑상사화 길

차보살 다림화 2015. 9. 6. 16:16

변산마실길 2코스에는 붉노랑상사화 길이 있습니다

 

상사화?

 

여름에 사찰에 가면 반드시 상사화를 볼 수 있습니다. 주로 분홍이나 노랑 상사화 그리고 가끔은 흰색 상사화입니다..

붉노랑상사화는 처음입니다.

꽃잎 끝이나 가장자리가 붉은 빛을 띱니다. 상사화를 사찰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은 어떤 전설 때문인지 모릅니다.

절의 어느 스님이 속세의 한 처녀를 사랑했지만 이룰 수 없었는데 스님의 무덤에서 꽃이 피었다지요.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사랑이라 하여 상사화라고 이름지었는가 싶습니다.

상사화의 잎은 넓은 난초 같아서 난초과에 속합니다. 봄에 소복이 잎이 무리지어 올라왔다가 7월 쯤이면 모두 없어집니다. 잎이 없어진 그 자리에

꽃대가 올라옵니다. 잎을 만나지 못하고 피는 꽃이어서인지 2,30cm. 쯤 되는 꽃대 위에 다섯 송이씩 무리지어 피어납니다. 그나마 덜 외롭겠지요.

꽃도 절대로 잎을 만나지 못해요. 서로 죽도록 그리워하다가 끝내 만나지 못하고 사라지고 말지요.

상사화 꽃은 열매도 맺지 않습니다. 같이 살지 않으니 절대로 열매를 맺지 못하겠지요. 임을 봐야 뽕을 따지 않겠습니까. 평생 죽도록 사랑하다가 끝내는 수절 수행에 전력을 다했나봅니다. 그 수행력이 하늘에 닿았을까요. 열매 대신에 이렇게 많은 꽃들이 번성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사랑도 그리 절대적인 사랑을 해야 한다는 말일까요.  한때 열렬했다가 속절없이 사라지는 그런 사랑 말고 영원을 노래하는 사랑 말입니다. 서로 만나지 못해도 그리움의 끝에서 꽃송이로 태어나는.... 해변을 끼고 걸어가는 꽃길은 파도 소리에 발맡추어 더욱 생기를 줍니다. 철썩 철썰 올라왔다가 미끄러지는 바다의 발걸음처럼 또 안타까운 일이 없겠지요. 뭍으로 올라와서 상사화를 만날 수 있으면 얼마나 좋겠습니다. 그 또한 파도의 운명인가 합니다. 그렇게 바다는 바다가 질머져야 하는  사랑의 길이 따로 있습니다. 파도 소리에 밀려 올라온 바닷게 한 마리가 기어이 뭍으로 올라와서 풀밭에서 그의 사랑을 찾고 있는 것도 모두 그리움 때문입니다.

어떤 꽃인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만,  붉노랑상사화야말로 그리움으로 노랗게 피었다가 그 그리움이 짙어져서 붉은 빛이 더해지는 것인가 싶습니다. 외로움보다 무리지어 있으니 오히려 환호작약하는 것 같습니다. 외로움의 꽃이 아니라 정열의 꽃이라 불러야 할 것 같습니다.  순간에 사라지는 기쁨이 아니라 이 붉노랑상사화는 만남의 설레임이 오래 갑니다. 참으로 상사병이 날 것 같습니다. 상사병이 나지 않도록 다음해를 애태우지 않고 기대하려 합니다.

우리도 이 세상에 한 번 왔다가 언젠가는 사라져야 할 운명을 태생으로 안고 있습니다. 같이 있다가 먼저 간 사랑, 멀리 있어도 자주 볼 수 없는 사람들,

한 하늘 한 땅 위에서도 서로 만나지 못하는 관계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같이 있다고 안심할 처지도 아닙니다. 함께 있을 때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옆에 없을지라도 상사화처럼 열렬한 사랑을 할 일입니다. 또 만나지 못한다고 함께 있지 아니 하는 것도 아닙니다. 사랑의 대상은 한계가 없습니다. 영원한 절대적 사랑을 이루면 좋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스스로 꽃이 되면 더 바랄 것이 없겠지요.

상사병이 도지려 해서  이 꽃들의 사진을 함께 즐기고 싶습니다. 상사병은 만들지 않겠습니다. 한 두 철 뒤에 만날 것 같은 그런 이별입니다.

언젠가 불갑산 꽃무릇 사진을 보내준 이가 있었는데, 그날 저는 그 붉은 색에 매료되어 시내로 가지 않고 불갑산으로 달려간 적이 있습니다.

이 꽃을 보고 변산마실길로 달려갈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아마도 많은 꽃들이 지고 있는 중일 것입니다. 부안 위도에는 흰상사화 꽃축제가 한창이더군요. 선운산, 내소사 등에 많이 피고 있습니다. 꽃무릇(석산)과 비슷한 꽃들이 모두 상사화라고 불린답니다. 꽃들의 특성도 같습니다.

약용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일상에 자그만 생기를 더하면  좋겠습니다.

8월 26일에 변산마실길 2코스를 완주했습니다. 변산해수욕장이 있는 송포마을에서 고사표 해수욕장까지였습니다. 자동차가 있는 송포마을까지

버스타고 돌아왔습니다. 그 때는 조금씩 개화하고 있었습니다. 햇볕이 많은 곳에 조금 핀 정도였습니다. 좀 무리가 되었지만 며칠 후 다시 갈 수 있었습니다. 만개한 꽃길은 상상보다 훨씬 더 환상적이었습니다.  아름다움을 즐긴다는 것이 생의 활력소가 된다는 것을 다시 절감합니다.

 

 

 

 

 

 

붉노랑 꽃에 검정 나비가 제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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