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원의 교룡산 아래
천년의 전설을 담고 있는 대복사의
모든 부처님들이 펼치는
눈의 축제입니다
첫 눈이 내리면 설레이던
그 까닭을 나는 알았네
울 엄마 뱃속 순결한 고향이 그리워
너만 보면 가슴이 뛰네
살다보니
찌들어 버린 가슴은 눈 오는 세상이 그리워
자꾸만 스산한 하늘을 바라본다네
첫 눈이 기다려지는
까닭을 나는 알았네
일년에 단 한번쯤이라도
너를 닮아보고 싶은 태초의 선한 사랑이
내안에 살고 있음에.
첫 눈에 까닭 없이
설레이던 이유를 나는 알았네
늘 내 곁에 첫 눈 오듯 기쁨과 떨림을 안겨주는
그대가 있음에
하얀 너울을 쓴 나무들을 올려다 보며
천상의 소리 더 가까이 들리는 대숲으로
눈축제 전 날의 빈 집이 다사했다
대숲 우거진 언덕 돌계단을 오르면 벌써 비워진 마음을
비운 마음마저도 점검하는 작은 집이....
새하얀 눈밭위에
아로새겨지는 그대 이름과 얼굴
수정처럼 맑은 미소가 꿈속에 가득하네
우리사랑은 밤새워
사락사락 눈꽃피우고....
눈이 내린다
내 사랑하던 사람의 마을에도, 마음에도
그리고
지금 내 마음에도.
눈송이 그대
비록 잠시 머물다갈지라도
상처가 아물고 구멍이 때워지고
골고루 기워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모두들 뽀얗게 설레고 있었어요
때맞춰 그대가 다가오고 있었어요
다시 눈 오거든 만나서 걸어요 우리
당신은 차고 흰 눈 가지려면 눈물 되는 눈
아득히 높은 裸木 가지에 내 그리움만 찔립니다
나는 들개처럼 고향 들판 헤매다 지쳐
눈 덮힌 버들개지 얼어붙은 개울가에라도
당신을 맑은 공기처럼 간직하겠어요
눈의 축제
김남조
불시에 기억난 듯 / 찾아온 손님 / 백설 분분, / 억만의 나비떼, / 만발하는 흰빛의 황홀, / 환경오염의 땅에 / 이리 지순함 괜찮은가
얼음강에도 눈 / 거대한 수정거울에 / 수정부르서기 부슬부슬 내리는 이거 / 산성눈 / 그런 것일 순 없지 / 불인두처럼 / 살결 데일 꺼야 꺼야... / 소리치며 뛰어 내리는 / 화끈한 순종의 / 그 백설이고 말고
한 초월자 임하시어 / 혈관 실꾸리 자꾸자꾸 풀어 / 땅 속에도 물 밑에도 / 피가 잘 돌아, / 투명한 보석두레박의 /피곤 접곤 하시는구나
천상의 정령들이여 / 얼음과 소금으로 / 사람의 세상을 소독해다오 / 사람의 마음도 그렇게 해다오
누구라도 참기 어려운 / 매혹의 흰 살결에 / 바람들 흘려 뒤쫓아가는데 / 아름다움이여 / 절망함으로 / 차라리 나는 평안하다
눈이여 땅끝까지 내려라
내려라 내려라
알프스의 눈 축제는 화려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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