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숲
신경림
굴참나무 허리에 반쯤 박히기도 하고
물푸레나무를 떠받치기도 하면서
엎드려 있는 나무가 아니면
겨울숲은 얼마나 싱거울까
산짐승들이나 나무꾼들 발에 채여
이리저리 나뒹굴다가
묵밭에 가서 처박힌 돌멩이들이 아니면
또 겨울숲은 얼마나 쓸쓸할까
나뭇가지에 걸린 하얀 낮달도
낮달이 들려주는 얘기와 노래도
한없이 시시하고 맥없을 게다
골짜기 낮은 곳 구석진 곳만을 찾아
잦아들 듯 흐르는 실개천이 아니면
겨울숲은 얼마나 메마를까
바위틈에 돌틈에 언덕배기에
모진 바람 온몸으로 맞받으며
눕고 일어서며 버티는 마른 풀이 아니면
또 겨울숲은 얼마나 허전할까
2007년 12월 어느 날
죽림 온천에서 몸 풀고 밖을 나오니
파란 하늘이 가득했다.
눈이 시렸다.
서신동 어는 골목 빈터
자잘한 알맹이 가득 달고 있는
은행나무, 아무도 그 열매를 탐하지 않네
잎을 떨권낸 나무가지 사이로 아파트가 뾰족이
하늘의 구름을 올려다보네
상관 저수지
풀푸레 나무가 거꾸로 물 속에 그림자를 띄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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