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이월 다 가고 삼월입니다.
햇살이 좋아 나갔다가
친구집에서 잠깐 담소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누구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텐데 저녁이나 먹고 가지..."
"봄기운 들어오라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왔어."
"뭐, 가지고 갈 것이 많은가봐!'
"그런 건 아니지만, 기다리는 것이 많아.."
나갈 때 창문을 열어 놓은 것은 햇살이 천리향나무 향기와 거실에서
놀고 있어라 했거든요.
이 주말에 서울과 경기도 쪽 나들이 가려고 했다가 천리향 꽃잎이
벙글기 시작해서 그냥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았답니다.
정이월 동안 내내 좁쌀만 한 꽃잎이 모여 꽃 한숭어리 숭어리
매달기를 하다가 끝내 이렇게 터집니다.
오므리고 있을 때는 절대 향기나지 않아요.
야생 화단의 천리향입니다.
온실의 꽃나무와 이렇게 다릅니다.
대지에 뿌리 박고 가없는 하늘의 태양을 받고
온갖 시련을 견뎌내어 생명은 굳건하고 큰 나무로 자랍니다.
서둘러 꽃 피우려고 조바심 내지도 않습니다.
붙잡는 친구의 손을 마다 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좀은 쓸쓸한 것 같았지만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꽃향기가 밀려와 안겨오니 온 몸이 환히 벌어졌습니다.
그 누구도 어떤 대상이 이렇게 날 아늑하게 맞아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벌여 놓은 찻상에서 꽃나무와 마주않아
남은 차관에 물을 넣어 세 번째 차를 우려 마셨습니다.
그 뭣과도 대신할 수 없는 넉넉한 마음이었습니다. 음미되는 청복입니다.
야생의 천리향나무를 비교해 볼 때
우리 현대인들이 저처럼 온실의 꽃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향기 내는 꽃을 피우고 고운 자태를 하고
있을지라도 누군가 물을 주는 사람이 없다면 힘없이 시들고,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도 힘든 세상살이가 될 것 아닐까요.
(3/1)
오늘, 3월 4일, 내일이 경칩이라는데요....
어제는 아이들 입학식이 있었지요. 해서 원정을 갔다 왔습니다.
아침에 상큼한 싸늘함이 맑은 하늘과 함께 새봄을 느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천리향이 꽃잎을 매일 많이 열어 향기도 짙어집니다. 베란다의 햇살로
나왔지만 햇빛이 일어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합니다. 하늘을 보니
해가 검은 구름층에 들어갔다 나왔다 하더니 잠깐 사이 구름이 하늘을 덮고
얼마동안 굵은 눈발이 세차게 내리는 겁니다. 동해안 쪽 폭설이 영향이 있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나타나던 태양은 구름 속에 갇혀 버립니다.
정말 봄은 언제나 올 듯 말 듯 하면서 숨바꼭질 하듯 옵니다.
창 안은 꽃 향기 가득하고 춘란분에서 새꽃촉이 조심조심 일어나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참 변덕이 심한 날이었어요.
창 밖에 갑자기 눈발이 내리고...
3월 8일입니다.
꽃들을 지켜보면 야생이든 온실이든
'화무십일홍'이란 말이 실감납니다
3월이 되기 전부터 피기시작한 봉오리들이
한 열흘만에 다 피어나는 것 같습니다.
식탁에 앉아 햇살이 내려앉은 천리향을
바라보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이제 꽃은 만발했습니다.
오늘은 춥지 않아 창문을 활짝 열어 직접 나무잎들에게
싱싱한 햇빛을 안겨주었습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유년의 아이들이 어린이 집이나 초등학교에 입학하였지요.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여 ‘아이와의 전쟁’을 호소하는 부모가 늘고 있다고 합니다. 현대인의 약 95퍼센트가 실내에서 생활한다고 하지요. 따라서 요즈음 아이들의 부모 역시 거의 대부분 온실의 화초처럼 살면서 온실에서 아이들을 보호해왔기 때문에 당황하게 될 것입니다. 도시생활 자체가 모든 일들이 자연과는 분리된 생활이어서 적극적으로 단계적인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람을 온실의 화초처럼 자라게 하여서는 진정한 사람으로 자라기 어려울 것입니다. 덕과 지혜를 갖춘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하지요. 위대한 선각자들의 향기는 세대를 초월합니다. 온실의 천리향처럼 자란 사람들이 어찌 사람의 진정항 향기를 지닐 수 있을지요. "새로운 세계로의 출발과 여행의 준비가 되어 있는 자만이 마비시키는 습관을 헤어날 수 있도다." 모든 시작에는 마술이 깃들어 있다고 했습니다. 한 단계 한 단계 씩씩하게 훈련해 가면 좋겠지요. 명랑하게 한 공간 한 공간을 통해 잘 갈 수 있도록 ...
One Moment In Time / Whitney Hou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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