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스크랩] [다림화님 사진]천리향

차보살 다림화 2008. 3. 4. 15:46
**다림화님이 제게 보내신 메일을 정리해서 올렸습니다**

 

정이월 다 가고 삼월입니다.
햇살이 좋아 나갔다가

친구집에서 잠깐 담소를 나누고 돌아왔습니다.
 

"누구 기다리는 사람도 없을텐데 저녁이나 먹고 가지..."
  "봄기운 들어오라고 창문을 활짝 열어놓고 왔어."
"뭐, 가지고 갈 것이 많은가봐!'
  "그런 건 아니지만, 기다리는 것이 많아.."
 
나갈 때 창문을 열어 놓은 것은 햇살이 천리향나무 향기와 거실에서
놀고 있어라 했거든요.
이 주말에 서울과 경기도 쪽 나들이 가려고 했다가 천리향 꽃잎이
벙글기 시작해서 그냥 아무데도 가고 싶지 않았답니다.
정이월 동안 내내 좁쌀만 한 꽃잎이 모여 꽃 한숭어리 숭어리
매달기를 하다가 끝내 이렇게 터집니다.
오므리고 있을 때는 절대 향기나지 않아요
 

 

 

 

 

 

 

 

야생 화단의 천리향입니다.
온실의 꽃나무와 이렇게 다릅니다.
대지에 뿌리 박고 가없는 하늘의 태양을 받고
온갖 시련을 견뎌내어 생명은 굳건하고 큰 나무로 자랍니다.
서둘러 꽃 피우려고 조바심 내지도 않습니다.

 

 

 

 

 

 

 

 

붙잡는 친구의 손을 마다 하고 돌아서는 마음이 좀은 쓸쓸한 것 같았지만
돌아와 현관문을 열자, 꽃향기가 밀려와 안겨오니 온 몸이 환히 벌어졌습니다.
그 누구도 어떤 대상이 이렇게 날 아늑하게 맞아줄까 싶었습니다.
그리고 아침에 벌여 놓은 찻상에서  꽃나무와 마주않아
남은 차관에 물을 넣어 세 번째 차를 우려 마셨습니다.
그 뭣과도 대신할 수 없는 넉넉한 마음이었습니다. 음미되는 청복입니다.

 

야생의 천리향나무를  비교해 볼 때
우리 현대인들이 저처럼 온실의 꽃과 같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향기 내는 꽃을 피우고 고운 자태를 하고
있을지라도 누군가 물을 주는 사람이 없다면 힘없이 시들고,
생명을 스스로 지키기도 힘든 세상살이가 될 것 아닐까요.

 

One Moment In Time / Whitney Houston

출처 : 그냥바람 마음
글쓴이 : 그냥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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