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막에 이르러야 영혼이 휴식할 수 있다
꿩! 꿩! 꿩, 모닝벨
아침을 깨우는 새소리들, 꿩, 까치, 산비들기, 비비새
법당의 문을 열고, 향 피워 108배 예불을 드린다.
나를 있게 한 우주의 모든 부처들께
감사하고 나를 있게 한 우주와 천지만물상께 조상과 이웃에게
감사하며, 잘못했음을 참회하며, 창조주의 뜻대로 살 것을
다짐하며, 이 아름다운 봄을 봄을 찬미한다.
아무도 없는 고요한 절집 마당에서 풀을 뽑기도 하며
생각을 정리하자니 마당을 깨끗하게 더 많은 풀을
뽑고 싶다. 그것은 잠시의 욕심이 일어나는 것, 산뜻할 만큼만
하고 허리를 편다. 생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아무도 없는 것이 아니라
많은 소리가 들린다.
여명 속의 산수유가 싱그럽다
사진을 별로 좋지 않지만
언덕 아래 창고 지붕을 덮고 있는 산수유
이 새와 놀자고 하니, 내 마음도 모르고
한동안 숨바꼭질이라니...
극락전 오르는 계단 옆 언덕에
저만치 홀로 핀 수선화가 아침에 말갛게
초점이 흐린 꽃이 그림 같다
온실에서
꽃술의 심지를 밑으로 내리고 매단 등처럼 밑으로 떨구는
게발 선인장
후쿠시아 (초롱꽃)
날개 달린 새 같은 초롱꽃등
땅 속의 힘이 올라오는 기운, 새들이 나무잎을
스치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황소개구리 울음,
바람결에 코끝을 스치는 매향. 가끔은 살랑이는 풍경소리가 적막 속의 깨침을 일갈하네.
하루 왼종일 집을 보는 이 시간. 넉넉하고 함께 하는, 혼자지만 정말로
함께하는 생명들의 소리가 있다. 혼자 사는 즐거움이 이런 것이려니.
아파트에서 온갖 소리통의 소리에서 기계속에 갇혀있던 날은
알 수 없는 외로움으로 스스로 소외시키는 때가 있다.
자연 속에서는 이렇게 함께하는 즐거움이 고요롭다.
봄의 가뭄을 해소하는 단비가 내리는 날. 비소리가 조용한 봄의 월츠처럼
봄의 무희들이 발끝으로 사뿐히 걸어오는 소리에 더하여
낙숫물 떨어지는 소리, 참으로 고향에 온 듯. 하루 내 조용히 내리는 봄비.
나무뿌리에서 가지 끝까지 세포속으로 베이는 물오는 소리. 모든 생명의 구멍에서 물먹는 소리,
벗나무 가지에서 초록 꽃받침이 꽃몽오리를 꼭 싸고 물기를 머금고 있다.
3월 21일 에서 23일, 주말을 남원의 교룡산 밑 대복사에서
지내고 봄의 정기를 몸과 마음에 가득 담고 오다.
Bill Douglas / Sweet R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