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호에 맞는 전차(錢茶) 만들기 황기록 (사)한국차문화협회 이사 전차(錢茶)·떡차(餠茶)·단차(團茶)라고 이름지어진 고형차 종류는 그 흔적을 찾아보기 어렵게 된 지 오래다. 『우리차의 재조명』(최례원 저)의 내용 중 전차에 대한 언급을 보면 장흥 보림사 주변과 강진 월남사지(현 (주)태평양 차밭 근처)의 민간에서 1980년대까지 전차가 남아 있었다고 기술하고 있다. 전남 곡성지방에서도 예부터 가정의 상비약으로 전차를 만들어 처마에 걸어두고 감기나 여름 배알이에 사용하였다는 말을 들은 바 있다. 필자는 1986년 쯤에 한국제다 서양원 사장님과 평소에 관심이 있던 전차 이야기를 나누다 시험용으로 떡차를 만든 것이 있으니 맛보라며 2~3덩이를 선물받은 적이 있다. 엽전 크기의 전차가 아닌 손바닥 반 정도 크기의 떡차였다. 지금까지 남은 한 개를 소중하게 간직하였음은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고 싶은 이유에서였다. 그 떡차 한 개가 15년 동안 차 상자에 담겨 있어 영향을 받았음일까? 결국 전차에의 관심은 몇 년 전부터 소량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이어졌다. 필자는 전차를 매년 3~4번씩 10여 차례 이상 만들어 왔다. 만들 때의 미숙함을 보완하며 나름대로 정리해본 전차 만드는 방법을 공개하고자 한다. 아직 미흡한 실험과정을 소개함이니 부족한 점이 있더라도 질타보다는 좋은 의견 제시로 상호연구 협조하는 관용을 베풀어주기 바란다. 무분별하게 들어오는 외국의 차를 선호하기 보다는 우리의 차를 다양하게 연구해야 할 때라 여긴다. 늦은 감도 없지 않으나 지금부터라도 전국의 제다공장에서 우리 기호에 알맞는 발효차와 고형차의 생산에 관심을 갖고 개발해야 한다. 소비자가 그것을 원하는 시점에 와 있으니 사업적 측면으로도 권장해 볼만 하다. 시기별로 3~4회 나누어 4년 동안 전차를 만들어본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전차를 만드는 찻잎은 입하(5월 5일) 이후부터 하지(6월 21일)까지의 기간중 딴 찻잎을 사용하였다. 찻잎 따기―건조―유념―건조―유념―찌기―유념―찧기―만들기―건조―굽기―포장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아 단오경에 딴 찻잎이 전차를 만들기에 적당하였다. 단오는 6월 초순이었으나 올해는 윤사월이 들어 6월 하순이다. 단오 때의 찻잎은 성숙하여 따기도 좋고 구입 가격 또한 가장 낮은 시기이다. 찻잎을 구입하여 그늘에 10cm 정도 두께로 펼쳐 10시간 정도 두었다가 가볍게 유념하여 위아래를 뒤집어 하룻밤이 지난 후, 오전에 다시 한 번 유념하여 더 건조시킨다. 차를 구입하여 24시간 정도 되는 동안 두 번의 유념과 뒤집기를 하여 찻잎이 약간 건조해지고 초기 발효가 되었을 때 찜통에서 찐다. 차를 찔 때 가능하면 옹기시루에서 쪄야 하며 쪄진 차는 들어내어 식혀 멍석에서 장갑을 두껍게 끼고 유념한다. 생찻잎을 유념하는 것과 쪄진 차를 유념할 때 장갑을 두껍게 사용함은 탄닌 배출을 위함이다. 찻잎이 으깨어질 정도로 유념이 되었을 때 절구통에 넣어 찧는다. 찧을 때 유의할 점은 너무 미세하게 찧지 말고 80% 정도만 부스러지게 찧어야 건조관계나 발효과정이 원만하다. 너무 미세하게 찧어버리면 건조와 발효시 겉과 속이 다르기 때문이다. 고르게 찧어진 차를 전차틀에 넣어 다식 만들 듯 박아낸다. 직경은 4cm 정도, 두께는 7~8mm 정도가 건조나 사용에 적합하다. 고형들이 편리하게 만들어져야 작업 능률이 높다. 고형틀에서 박아낸 전차는 건조망에 올려 건조실이나 깨끗하고 따뜻한 방에서 말린다. 80~90% 정도 건조되면 참나무 숯불을 완전히 일구어 30cm 정도의 높이에서 타지않게 뒤집어가며 굽는다. 이것은 건조와 향을 상승시키는 방법이다. 건조와 굽기가 완성된 전차를 공기 유통이 되지 않는 덮게를 사용한 도자기 그릇에 보관한다. 전차는 만들어 바로 마시는 것보다 1~2년 후에 마셔야 숙성된 차맛을 느낄 수 있다. 또한 우려 마시는 방법을 택할 수도 있으나 위와 같이 만든 경우는 끓여 마셔야 한다. 다섯 번까지 끓여 마셔도 되며 그 후는 음용수로 사용할 수도 있다.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도 쉽게 차를 즐길 수 있는 전차는 실생활에 많이 이용하고 있고 간편하고 향과 맛이 뛰어나다. 전차를 만들어 음용하면서 또다른 차에 대한 고마움을 소중하게 간직할 구실이 하나 더 생겨서 즐겁다 |
출처 : 인천시무형문화재10호범패와작법무
글쓴이 : 모봉형진 원글보기
메모 :
'차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다인자료 (0) | 2010.04.25 |
---|---|
[스크랩] 흑차(黑茶) (0) | 2008.03.30 |
[스크랩] 茶 와 禪 - <5>‘물과 불의 어울림’을 마시다 (0) | 2008.02.17 |
[스크랩] 발우 끈의 미학 (0) | 2008.02.17 |
[스크랩] 농차(濃茶)의 세계 (0) | 2008.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