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인디다큐페스티벌’을 가다
‘다큐멘터리’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은 그리 달갑지만은 않은 부분들이 있다. 사실성에 기반한 이 영상물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을 때로 잔인할 만큼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에 더욱 사람들에게 외면 받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그런 ‘다큐멘터리’로도 모자라서 ‘상업성과 동떨어진’ 의미를 잔뜩 담은 ‘인디’라는 단어까지 붙어있다. ‘인디 다큐멘터리’라는 단어 만으로도 사람들은 어려움을 느낀다. 하지만 단순히 단어들이 주는 어감 때문에 ‘2008인디다큐페스티벌’을 외면 하는 건 그저 편견에 지나지 않는다.
올해로 8회째를 맞은 ‘2008인디다큐페스티벌’은 크게 ‘오늘의 아시아를 어떻게 다큐멘터리로 기록할 것인가?’에 대해 화두를 던진다. 우리가 사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속에 감추어져 왔던 많은 모습들을 보여주는 다큐멘터리 감독들의 카메라는 우리가 모르던 또 다른 세상을 열어주는 창이다. TV의 ‘르포 형식의 고발프로’와는 또 다른 이 다큐멘터리들은 때로 우리가 살아가는 동시대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담담히 일러준다. 그렇지만 그 담담한 시선 자체가 받아 들이는 이들에게 조차 담담할 수는 없다. 르포 형식의 프로처럼 충격을 안겨주고자 하지는 않지만, 분명 어떠한 지점에서 우리들의 현실을 환기하게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출품된 다큐멘터리들이 담고 있는 주제는 다양하다. 가수 한대수의 이야기부터, 전쟁, 한센병을 앓는 이들이 사는 소록도, 10대 동성애,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까지 다큐가 담고 있는 스펙트럼은 우리의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다만 이들의 공통점을 찾으라면,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환기하지 못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와 같은 세상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일 것이다.
3월 31일, 주말이 갓 지난 뒤 총 22편의 다큐멘터리가 무료로 상영되고 있는 종로 2가의 ‘인디스페이스’를 찾았다. 28일 개막해 4월 3일 폐막식이 예정된 때 까지, 이제 막 중반을 넘어선 행사는 주말을 기점으로 상당히 안정된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월요일 오전임에도 불구하고 60여명의 관객들이 객석을 채우고 있었다. 찾아갔던 그 시간, 상영되고 있던 다큐멘터리는 ‘언니’라는 제목을 달고 있었다. 성매매 여성들의 이야기를 다룬 ‘언니’가 상영된 이후, 이 다큐를 찍은 계운경 감독과의 GV(Guest Visit; 관객과의 대화)가 있었다. 감독은 이 영화를 찍기 전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활동을 하면서, 현실과 생각의 차이를 체감하게 됐다’고 말했다. 더불어 ‘이 다큐멘터리가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진 관객들의 질문 중에는 ‘이들에 대한 합리적인 대안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느냐?'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 질문에 계운경 감독은 ‘그 답을 내어 놓을 수 있다면, 아마 내가 노벨 평화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라며 말을 시작한 뒤, 곧 ‘내가 어떠한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를 통해 사람들이 그녀들을 보는 시선을 조금 바꿀 수 있다면 좋겠고, 더불어 정책과 현실 사이에 대한 고민이 좀 더 늘어났으면 좋겠다’라는 답변을 남겼다.
어떤 관객은 '실제로 어떻게 하면, 이 여성들을 후원할 수 있느냐'라는 물음을 남기기도 했다. 다큐가 현실을 알리는 것을 우선으로 한다고 봤을 때, 상당히 의미있다고 볼 수 있는 질문이었다. 이에 감독은 구체적인 답변 대신 '이 다큐멘터리의 조감독이 더 잘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상영관 안에서 바로 조감독을 소개시켰다. 덧붙여 이 다큐멘터리의 조감독을 했던 그녀가 오랜 시간 동안 성매매 여성들을 돕는 공동체에서 활동을 해 왔고, 감독에게 어떠한 계기를 만들어 주는 등 큰 도움이 되었다는 말을 남겼다.
솔직하게, ‘2008인디다큐페스티벌’이 여타 다른 영화제들에 비해 재미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다큐멘터리는 어디까지나, 현실에 기반한 영상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저 ‘꾸며진 이야기’로 치부하고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점점 거짓말 같이 변해 가는 현실 때문에라도, 이런 다큐멘터리를 보는 관객의 마음이 편할 수 만은 없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8회에 이른 지금까지 운영될 수 있었던 만큼 꾸준히 관심을 갖는 이들도 많다.
실제로 '2008인디다큐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통해 그동안 소개된 다큐들 중 일부는 이후 정식으로 극장에서 개봉해, 관객의 입소문을 타고 좋은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 중 재일 교포들, 그 중 특히 조선인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다룬 '우리학교'(감독 김명준)는 작년에 관객들로 부터 좋은 반응을 얻어냈는데, 이는 2006년 '인디다큐페스티벌'의 개막작이었다. 또한 비전향 장기수들의 이야기를 다루어 화제가 됐던 '송환'(감독 김동원) 또한 2003년의 폐막작이자 2007년의 개막작이었다.
올해에 특히 호응이 높았던 부분은 국내 신작 다큐멘터리를 소개한 섹션. 30일 일요일 저녁 7시 10분에 '오직 하나의 길이 남아있다', '뉴코아 이랜드 투쟁 보고서', 'way home' 3편을 연달아 상영 했다. 이 시간 대에는 객석이 꽉 찼다. '아무래도 지금의 현실과 더 가까운 문제이기 때문에 관심도 더 높을 것'이라는 관계자의 평가처럼, 신작에 대한 관객들의 관심은 높은 편이었다. 물론 다른 날 역시 평일 혹은 휴일이라는 시간적 제약을 감안하고 보더라도, 상영관 객석 점유율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우리는 때로 지나치리만큼 무심하다. 물론 그 무심함을 마냥 탓할 수 많은 없다. 좋은 마음으로 친절을 베풀려던 마음 조차 왜곡되어 상처로 돌아오는 것이 다반사인 세상에서, 아예 타인의 삶에 대해서는 관심조차 갖지 않는 것이 적어도 자신에게는 정직한 방법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우리가 동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면, 한번쯤은 관심 가져 줄 의무도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우리도, 그들의 이야기 속 인물이 될 지도 모를 일이니까. 혹여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함께 부딪히며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이니까.
'2008인디다큐페스티벌'을 통해 그들이 원하는 것은 결국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시대 사람들에 대한 관심, 바로 그것이다.
문화관광부 대학생기자단
조수빈 (가톨릭대 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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