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약꽃 앞에서
모란을 앞에 서 있는 목월을 그린다
모란 앞에서
[ -금년(1969년)의 모란꽃 첫 송이가 오늘(5월12일)피었다 ]
박목월
1.
긴장하라.
긴장하라.
시간의 처진 시울을 조아매고,
탄력있는
오늘의 모란꽃
잎새 뒤에는 내일의 봉오리.
2
먹고 마심을 근심말자.
물만 마시고도 환한 모란꽃.
꽃이야
하나님의 뜻으로
피지만
구질구질한 용무로 분주한
오후의 오늘의 약속
3.
내일은
강릉으로 떠난다.
예약된 좌석에
이미 내가 타고 있다.
내일을 날으는 비행기의
흰 그림자.
내가 없는
뜰에
모란꽃.
순금의 화심에 빛날 햇빛을 생각하며
오늘
오후를 긴장하라.
⊙ 수록시집명 : 박목월 유고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