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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나누다, 예술을 즐기다_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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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뜻하지 않은 곳에서의 감동
글 : 김문정(관객, 경기도 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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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하지 않은 곳에서 뜻하지 않게 좋은 공연을 보았습니다.
문경 관광 후, 식사를 하러 가는 중에 <한밤의 세레나데> 공연을 한다는 대형 현수막을 보았습니다. 농촌지역에서 이런 공연을 한다는 게 다소 생소했고,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공연료가 5,000원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영화보다 저렴하다니 말입니다.
문경 시내를 구경할 때에는 사람 구경하기도 힘들었는데 막상 공연시간이 되자 어디서인지 구름처럼 관객이 몰려왔습니다. 보면서 이 공연은 엄마와 같이 보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대국밥집에서 벌어지는 일로 노처녀 딸이 자신의 남자친구를 이해하지 못하는 엄마와의 갈등을 꿈을 통해서 해결해가는 과정을 유머러스하고 감동적으로 그린 작품이었기 때문입니다.
복권수익금이 주택사업에만 쓰이는 줄 알았는데 이런 공연 사업에까지 두루 사용되고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무엇보다 이런 훌륭하고 재미있는 공연을 서울이나 대도시가 아닌 농촌지역에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너무 반가웠고 앞으로도 계속 이런 공연을 전국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
▶ 백설공주를 사랑한 난장이
글 : 김옥삼(관객, 경북 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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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소도시에서 연극을 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2학년인데 연극의 감동을 전해주고 싶은 부모의 욕심에 공연을 알리는 현수막을 보자마자 예매를 했다. 덕분에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아이와 투덜이 신랑 그리고 이제 겨우 2살 된 아이까지 오랜만에 일찍 저녁을 먹고 외출을 했다.
연극에 관한 기본상식이 없어서 일까? 난 유모차를 밀고 들어가서 우리 꼬맹이에게도 보여주려고 했다. 물론 감정이 풍부한 우리 꼬맹이가 무대를 보고 내지른 환호성에 10분 만에 강제 퇴장을 당하고 말았다. 이럴 줄 알았다면 내 자리는 예매하지 말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문예회관 로비에 설치되어있는 대형화면을 통해 간간히 보았지만 안에서 직접 보지 못한 아쉬움이 너무나 큰 시간이었다.
초등학교 2학년인 우리 공주는 "엄마 반달이 죽었데이. 너무 너무 슬펐어. 있잖아, 반달이가 백설 공주를 좋아했는데 마지막에 안개꽃에 묻혀서 죽었어" 내가 보지 못했다고 생각을 해서일까 공연을 마치고나서 나를 보자마자 충혈 된 눈망울을 반짝이면서 쉴 새 없이 종알거렸다. 나도 마지막 장면은 몰래 들어가서 꼬맹이랑 봤는데 말이다. |
우리 지역에서는 이틀 동안 공연을 했다. 당연히 다음날 난 아는 사람들에게 전날의 감동을 전화로 전하고 있었다. 그리고 공연장에서 가져온 프로그램 가이드북에 내가 사는 곳과 가까운 곳의 공연일정표를 보면서 무엇을 보러 갈까 열심히 고르고 있다. 신랑이 협조를 해 줄지 모르겠지만 말이다.
약간의 투자로 너무나 좋은 시간을 보냈으며, 시간은 많은데 이런 좋은 기회가 있는 줄 몰라 놓친 공연이 많았다. 앞으로도 이런 기회가 자주 주어졌으면 좋겠다.
*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지원
지방문예회관 특별프로그램 지원사업은 문예회관의 운영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지역민들에게 수준 높은 문화예술 관람 기회를 제공하여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신장시키기 위한 사업으로 전국문예회관연합회가 주관하고 있다.
본 사업은 우수한 공연프로그램을 선정하여 지방문예회관이 유치하는 프로그램의 경비를 일부 지원하는 사업과 문예회관이 자체적으로 제작·운영하는 기획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사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도에는 91개 문예회관이 참여하여 총 188회 공연을 추진하였으며, 이를 통해 많은 지역민들이 좋은 공연프로그램을 가까운 공연장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보는 기쁨을 누렸다.
○ 복권기금문화나눔 www.lotteryarts.or.kr
○ 전국문예회관연합회 www.nacac.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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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아카이브 시리즈_5(바우하우스 아카이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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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아카이브 (Bauhaus Archiv) |
글 : 박상애(전 구겐하임 미술관 프로젝트 아키비스트) |
생활 속에서 금속과 가죽의 미니멀리즘을 표현한 디자인 상품이나, 날카롭지만 원의 성질을 표현한 건축물들을 볼 수 있다. 디자인과 결합된 작품들이 주는 느낌들은 지극히 주관적인 것들이라 일률적으로 이야기 할 수는 없겠지만, 앞서 언급한 작품들은 바우하우스(Bauhaus) 사조의 영향을 받았다고 감히 이야기 할 수 있겠다. 바우하우스는 각 분야의 예술을 모두 결합한 "미래의 건축"이라는 이상을 추구하기 위해 20세기 초 독일에서 시작되었다. 순수예술과 실용예술의 결합을 위한 교육을 위해 학교가 설립되었고, 금속, 직조, 도예, 가구, 활자, 벽화 등의 각 분야 워크숍 위주의 실용 강좌들을 중심으로 바우하우스 이념을 교육을 통해 전파시켰다. 이러한 바우하우스의 대표 작가들로는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 리오넬 파이닝거(Lyonel Feininger), 요하네스 이튼(Johannes Itten), 바실리 칸딘스키(Vassily Kandinsky), 파울 클레(Paul Klee), 라슬로 마홀리-나쥐(László Moholy-Nagy)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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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스쿨은 1933년 독일 비밀경찰에 의해 문을 닫게 되었지만, 대표 작가들은 사조를 미국 및 서방국가들에 계속해서 연구하고 전파하였고, 이후 시카고에서 뉴바우하우스(New Bauhaus)운동으로 이어졌다. 따라서 바우하우스는 현재에 이르기까지 건축 및 디자인 분야에서 독특한 특성을 가진 사조로 평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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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우하우스 거장들 ⓒ Bauhaus Archiv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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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1919년부터 1933년까지 독일에서 연구된 바우하우스 사조의 기록들을 보존하기 위해 1960년 독일의 다름슈타트(Darmstadt)에 설립되었다. 1971년 베를린으로 옮겨지고 현재의 빌딩이 1972년에 착공된 이래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베를린을 거점으로 바우하우스 사조와 관련한 문서, 사진, 도서, 작품, 기록들을 소장하고 있다. 현재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바우하우스와 관련한 사료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소장품 전시를 통해 현대 디자인 및 건축에 관한 새로운 담론도 제기하고 있다.
바우하우스 사조의 대표 분야는 다름 아닌 건축이다. 이런 경향에 맞추어 베를린에 위치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건물은 1979년 완공 이래 베를린의 랜드마크로 불리고 있다. 건축가 그로피우스 디자인의 건물은 몇 차례의 수정을 거쳐 현재의 건물로 완공되었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뮤지엄 오브 디자인(Bauhaus Archiv Museum of Design)이라고 명명된 건물에서 바우하우스 사조를 대표하는 오브제들을 전시 중이며 동시에 리서치를 위한 아이템들을 열람할 수 있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 뮤지엄 오브 디자인 ⓒ Bauhaus Archiv ▶ www.bauhaus.d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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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품의 증가에 따른 공간의 필요성이 증대됨에 따라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2005년 새로운 건물 건축을 위한 공모전을 개최하였고, 일본의 SANAA의 디자인을 채택하였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아카이브는 뮤지엄의 부속 기능 중 하나'라는 일반론에 반하여, 아카이브 영역을 확대 독립하여 운영하고 있으며 자체로 독립성을 가지고 전시 및 리서치 기능을 수행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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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하우스 아카이브 컬렉션은 바우하우스를 기록하는 문서뿐만 아니라 다양한 오브제들을 포함하고 있다. 바우하우스 거장 및 학생들의 그래픽 아트 작품 8,500여 점들을 비롯하여, 포스터 및 레터링을 포함한 상업 그래픽 작품들, 가구, 도자기, 금속제품, 섬유제품 등을 포함하는 광범위한 컬렉션이 소장되어 있다. 또한 건축가 미스 반 데 로에(Mies van der Rohe)가 주관하였던 건축 수업의 200여 작품들 및 바우하우스 건축과 관련한 문서 8,000여 건을 비롯해 그로피우스 디자인 건물 모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바우하우스 건축 아이템들이 포함되어 있다. 사진 아이템들은 5,000여 점의 바우하우스 작품 사진 및 1,500여 필름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이와는 분리되어 사진 아카이브(Photo Archive)라고 명명된 컬렉션은 50,000여 장의 바우하우스 기록 사진들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의 문서 컬렉션은 바우하우스 학교를 거쳐 간 500여 명의 교사와 학생들의 기록들을 비롯하여 바우하우스 사조 형성을 역사적으로 증거 할 수 있는 모든 문서 자료들을 보존하고 있다. 이 기록들은 1919년의 공식 출범 이전의 정치적 논쟁을 시작으로 바우하우스의 모든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 크리스찬 델, 와인주전자, 1922 ⓒ Bauhaus Archiv |
바우하우스 사조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현재 다양한 디자인 및 건축 작품들을 다수 배출하였다. 바우하우스 사조를 기록하고 보존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다른 아카이브에 비해 한 가지 주제를 깊이 있게 조명하고 있다. 아카이브 컬렉션은 바우하우스 대가 및 관련인물들의 유품 기증으로 형성되어 있으며, 일반 문서 컬렉션 외의 광범위한 오브제 컬렉션은 바로 예술과 상업의 결합이라는 바우하우스의 이념을 관통하는 컬렉션 구성이라고 볼 수 있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를 통해 바우하우스 역사를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다. 또한 바우하우스 이념의 결정체인 건축물을 통해 그리고 계속되는 전시들을 통해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담론을 생성해 내는 진화된 아카이브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바우하우스 아카이브는 바로 과거의 기록일 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 아카이브의 예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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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을 찾아서_4(우피치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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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은 르네상스의 회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미술관이며, 피렌체는 르네상스 시대의 요람이었다. 피렌체의 메디치가는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피렌체 문화, 예술에 깊이 관여했다.
우피치가 이탈리어로 사무실을 뜻하고 있는 것처럼 우피치 미술관은 본래 미술관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고 메디치가의 백작 코시모 1세가 공무를 집행하기 위해 궁중 화가였던 바시리에게 의뢰한 건물이었다. 당시에는 혁신적은 공법으로 지어진 건물 위에 메디치가가 수집한 소장품들을 전시하기 위한 공간을 만들었던 것이 시초다.
1737년 메디치가는 소유하고 있던 예술품들을 공익을 위해 국가에 기증함으로써 우피치 미술관이 시민들에게 공개되었다.
◀ www.arca.net/db/musei/uffizi.htm
(Photo kindly taken from Flickr at jwallace) |
우피치 미술관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이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이다.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비너스는 시모네타 베스푸치라는 여인으로 15세기 피렌체를 대표하는 미인이었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화면 중앙에 조개껍질 위에 서 있다. 고대 로마 신화에 따르면 비너스는 바다의 물거품에서 탄생했는데 이 물거품은 하늘의 신 우라노스가 행한 잔인한 행위에 대한 복수로 아들 크노소스가 잘라 바다에 버린 우라노스의 생식기 주위에서 만들어졌다.
이 작품 속의 비너스는 희미하게 반짝이는 흰 피부로 인해 마치 대리석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또한 보티첼리는 고대 조각에서 영감을 얻어 비너스의 자세를 정숙하게 표현했다. 그는 검은색 선으로 인물의 윤곽선을 뚜렷하게 표현해 인물의 명료함을 강조했으며 비너스의 탄생을 알려주기 위해 고대 전설을 인용했다. 고대 전설에 의하면 장미꽃은 비너스의 탄생과 함께 생겨났다고 한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의 탄생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 조개껍질과 화면에 떠다니고 있는 장미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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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너스의 탄생>, 1486년경, 캔버스에 템페라, 184*285,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
하지만 고대 시인 호메로스의 비너스의 탄생에 대한 찬가에 감명을 받은 보티첼리가 이 작품에서 여신의 탄생을 묘사한 것이 아니라 탄생 후에 키티라 섬에 도착한 여신의 모습을 표현했다.
화면 왼쪽에는 미풍 아우라에게 단단히 끌어안긴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날아오고 있다. 그 두 사람은 사랑의 여신 비너스를 해변으로 불어 보내려 하고 있다. 화면 오른쪽에 있는 계절의 여신 호라 중 하나가 해변에서 비너스를 맞으며 그녀를 위해 옷을 펼쳐들고 있다. 호라의 옷을 장식하고 있는 꽃은 그녀가 봄의 여신임을 알려주고 있다.
<비너스의 탄생>은 메디치 가문의 주문을 받다 제작한 작품으로서 1480년대 중반에 완성되어, 16세기 초 이후부터 <봄>과 함께 메디치 가문의 시골별장에 장식했다. <봄>은 보티첼리가 그리스로마 신화를 주제로 그린 첫 번째 작품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16세기 이후부터 봄이라고 불렸다. <봄>의 모델은 <비너스의 탄생>과 같은 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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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여인 비너스가 금색으로 빛이 나는 오렌지 나무 숲 가운데 꽃으로 장식된 풀밭 위에 서 있다. 비너스의 머리 위에는 아들 큐피트가 눈을 가린 채 사랑의 화살을 쏘고 있다. 화면 뒤로 약간 물러나 있는 팔을 들어올리고 있는 비너스의 모습이 화면 전체를 지배하고 있으며 곧게 서 있는 오렌지 나무는 화면 아래쪽의 서 있는 인물이며 오른쪽에 구부러져 있는 월계수 나무는 님프의 자세와 닮아 있다. 인물의 자세와 동작이 나무의 형태에도 그대로 반영되어 있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화면 왼쪽에는 비너스를 따르는 삼미신이 춤을 추고 있고 그 옆에는 신들의 전령인 메르쿠리우스가 비너스 정원의 침입자가 들어오지 못하게 지키고 서 있다. 얇게 비치는 옷을 입고 즐겁게 춤을 추고 있는 미의 세 여신은 조화와 평온의 이미지를 상징한다. 삼미신은 비너스와 더불어 르네상스 시대에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성상의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
▲ <봄>, 1482년, 패널 위에 템페라, 203* 314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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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오른쪽에 있는 서풍의 신 청회색의 제피우스는 숲속의 연인 클로리스를 뒤쫓고 있다. 봄바람에 클로리스는 플로라로 변신해 세상의 꽃을 가져온다. 이 작품에서 가장 특이한 것은 아홉 명의 등장인물 중에 청회색의 제피우스다. 화려한 꽃을 치장하고 있는 플로라와 대조를 이루고 있는 클로리스를 제피우스는 잡고 있다. 아무 장식도 없는 옷을 입고 있는 클로리스는 두려움을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변신> 이야기에 나오는 봄의 정경을 그린 것으로 클로리스와 플로라는 동일한 인물이다. 이것은 보티첼리가 의도한 것으로 두 사람이 동일한 인물이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는 것은 클로리스의 입에 물고 있는 봄꽃이다.
산드로 보티첼리(1445~1510)는 선 원근법을 채택하고 고대 조각을 연구하면서 르네상스의 미술양식과 고딕양식 모두를 수용했다. 또한 그는 신화나 종교화를 그리면서 인물을 그대로 재현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적이고 정치적인 의도를 작품에 담아냈다.
르네상스 시대 베네치아 미술은 피렌체나 로마의 미술과는 다르게 색채와 질감, 분위기를 강조했다. 16세기 베네치아 미술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화가는 티치아노다.
우피치 미술관에서 볼 수 있는 티치아노의 전성기의 작품은 <우르비노의 비너스>다. 이 작품은 당대에 베네치아 화가들뿐만 아니라 앵그르와 마네에 이르기까지 후대의 화가들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티치아노는 이 작품을 위해 르네상스 시대 처음 기대어 누워 있는 누드를 주제로 한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의 모티브를 그대로 사용했다.
조르조네의 목가적인 작품을 티치아노는 가정적인 분위기로 바꾸어 놓았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는 여신이 아니라 잠에서 깨어나 자신의 매력을 드러내고 있다. 즉 귀족 가문의 여성 같이 보이는 것이다.
<우르비노의 비너스> 작품 속의 비너스는 침대에 누워 화려한 보석 팔찌를 두르고 장미꽃 다발을 손에 쥐고 있다. 커튼 뒤로 보이는 독특한 모양의 기둥이 있는 창문은 우르비노의 궁전을 묘사한 것으로 이 작품이 어디에 걸리게 될 것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우리비노의 비너스>, 1538년, 캔버스에 유채, 119*165 ▶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소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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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 난간에 있는 둥근 은매화 나무는 비너스가 들고 있는 장미꽃과 더불어 결혼의 영원한 애정과 헌신을 상징하고 있다. 개는 주인에게 복종을 하는 충성스러운 동물이다. 이 작품에서 비너스 발밑에 개를 그려 넣은 것은 부부가 서로 결혼의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서로에게 정절을 지키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또 창가의 두 사람의 하녀가 옷궤에서 옷을 꺼내고 있다. 결혼식의 함으로서 신부의 옷이 들어 있는 옷궤에는 그 당시 보통 남녀의 누드가 그려져 있었다.
이 작품처럼 실내를 배경으로 등장하고 있는 누드는 그리스 로마 시대의 고전문학에 영향을 받아서 비롯되어 16세기 전반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 이전의 누드화는 남성을 대상으로 표현되어져 왔다.
티치아노 베첼리오(1487년경~1576)의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메시지는 사랑의 여러 가지 측면과 순결 그리고 관능의 결합이다. 곤차가 가문의 귀도발도 델라 로베레와 줄리아 다 바라노의 신혼 방을 장식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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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피치 미술관에서 르네상스 시대의 고전작인 전통을 무시하고 독자적인 화풍을 보이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 파미지아니노의 <긴 목의 성모>다. 이 작품은 일명<긴 목의 마돈나>라고 불리는데 그 이유는 성모의 목이 마치 백조의 목처럼 길쭉하게 기려졌기 때문이다.
비정상적으로 그려진 성모의 모습으로 인해 이 작품은 파미지아니노의 가장 중요하면서 가장 악명이 높은 작품으로서 이탈리아 매너리즘을 대표하고 있다.
<긴 목의 성모> 작품에서 성모는 불편하고 비틀린 자세로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에게 가슴을 내밀고 있다. 화면 왼쪽의 보좌 천사와 대조를 이루는 예언자가 화면 오른쪽에 있다.
파미지아니노는 이 작품에서 인체의 비례를 기묘한 방식으로 길게 늘어놓았다. 성모의 무릎 위에서 잠들어 있는 아기 예수조차 그는 인체의 비례를 무시했다. 또한 화면 오른쪽에 천사의 긴 다리 그리고 두루마리를 펼쳐 보이고 있는 예언자도 인체의 비례와 상관없이 묘사했다.
이 작품에서 뒷 배경의 큰 기둥과 인물들이 인체 비례에 맞지 않게 그려 넣은 것은 우연이 아니라 파미지아니노의 의도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는 이 작품에서 구성의 조화를 기피하고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져 있는 형태를 좋아한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고자 했다.
파미지아니노(1503~1540)는 이 작품을 제작하면서 정통적인 기법을 피했다. 그는 자신만의 특징을 고수해 당대의 비평가로부터 비난을 받았다.
▶ <긴 목의 성모>, 1532~40, 패널화, 216*13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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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공동작업을 마치고_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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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스타일, 서로 다른 작업 환경과 대우 |
글 : 손인영(안무가, NOW무용단 예술감독) |
GNP가 높고 잘 산다는 나라 아일랜드, 그러나 공동창작작업을 위해 처음 6주간 머무르면서 체감한 잘 산다는 의미는 단지, 자신을 위하여 시간을 더 많이 가진다는 것과 여유로움이었다. 유로화 체재로 전환한 이후 엄청난 물가상승으로 검소하게 살 수밖에 없는 사회적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불평불만이 전혀 없었던 이상한 나라, 아일랜드. 그들의 느긋함은 정도를 넘어 초월적이다. 십 분에 한 대씩 도착해야 하는 버스가 40분간 안와도 불평이 없다. 당시 한참 촛불집회로 어수선하던 한국과는 너무나 대조되는 에너지를 가진 나라였다.
Dance Theatre of Ireland(DTI)와 NOW무용단과의 공동 작업은 두 나라 안무가가 각각 40분 정도의 새로운 작품 2개를 만드는 것이었다. 음악은 라이브로 연주하기로 했고, 이를 위해 양국의 연주가 4명과 무용수 8명, 그리고 조명, 의상, 무대미술 등 스태프진이 합류했다. 2008년 6월 NOW무용단이 먼저 아일랜드를 방문, 아일랜드 안무가가 창작 작업을 시작했고, 이후 DTI의 무용수들이 8월 말에 한국에 왔을 때는 내가 안무를 헸다. 이렇게 만들어진 40분 길이의 두 개 작품은 9월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 참가하여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등 6개 극장에서 총 8회의 공연을 했고 이어 11월에는 아일랜드 파빌리온 극장 등에서 한 달여 동안 총 7개 극장에서 10회 공연을 하는 일정으로 진행되었다.
아일랜드의 안무가는 두 나라가 “압제”(occupation)를 받은 것에 초점을 두고, 두 나라의 만남과 두 나라의 공간적 유사성 그리고 “occupation"이란 단어를 끌어와 초고속으로 발전하는 사회에 압도당한 현대인과 연결시켰다. 그들은 “두 나라”를 두 지평선으로 보았고, 두 지평선이 나란히 역사를 같이 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작품명으로 <나란한 지평선들>(Parallel Horizons)이란 제목을 달게 된 반면, 나는 한 지붕 아래라는 울타리 개념 즉, 가족적 이타성의 문제를 세계성의 문제로 확대하자는 의미로 그 차원을 넓게 설정, <지붕 아래>(Under the Roof)란 제목을 달았다.
아일랜드 안무가의 안무 방법은 독특했다. 나는 안무 구성의 기본 단위를 솔로로부터 시작하는데, 그들은 안무구성의 기본 단위를 듀엣 움직임으로부터 출발하였다. 아일랜드 안무가와 올 1월부터 새로 공동 작업을 시작한 아르헨티나 안무가의 안무방법은 완전히 달랐다. 두 사람의 안무 작업을 체험한 것은 나로서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작업에 임하는 태도, 연습시간, 또한 무용수들의 작업 경향 등 모든 것이 판이하게 달랐다.
DTI의 공동작업 과정에서 느꼈던 특이한 점은 무용수들의 연습 스타일이었다. 연습시간은 점심시간 한 시간을 빼고 아침 10시부터 6시까지 꽉 채우지만 실질적으로 몸을 움직여 연습에 임하는 시간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나머지 시간은 끝없는 질문과 대답, 그리고 안무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또는 무용수들끼리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한 대화였다.
이번 공동 작업에 참여한 DTI의 무용수들은 정작 아일랜드가 아닌 다른 곳에서 왔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에서 활동하는 무용수들이었으며 오디션을 통해 선발되었고, 그들은 DTI로부터 집세의 반과 식사를 제공받고 일주일에 5일 하루 7시간을 작업하는 대가로 주당 550유로의 연습비를 받았다. 이 돈의 액수는 우리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많다. 그러나 이런 정도가 대부분의 유럽 무용수들이 받고 있는 일반적인 수준이라고 한다. 이 하나만으로도 한국의 무용수들이 얼마나 열악한 상황에서 작품을 만들고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한국은 그나마 아르헨티나보다는 훨씬 나은 편이다. 아르헨티나는 무용수들에게 돈을 아예 지급하지 않는다. 춤은 좋아서 하는 취미이고, 연습이 끝나면 무용수들은 생업을 위하여 부지런히 일터로 가야만 한다.
현재 유럽은 무용수들의 이적 현상이 흔한 일처럼 되어가고 있다. 단원을 두고 있는 무용단들은 극소수이고 거의 대부분 작품 당으로 오디션을 봐서 좋은 무용수들을 선별하여 한 달 정도 집중적으로 작품을 만들고 그 작품으로 투어를 하는 경우가 많다.
| 춤 유통 확대와 대중화에도 기여
DTI와 NOW무용단의 한국 투어과정은 나에게 새로운 체험을 선사했다. 서울에서만 주로 공연을 했던 나로서는 서울근교의 공연장에 무용관객이 있을 거라곤 상상하지 못했다. 몇 공연장엔 학생들일지언정 제법 빼곡하게 앉아있는 관객을 보고 내심 무척 놀랐다. 관객을 확보한 공연장은 거의 극장기획자들의 오랜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었다. TV, 게임, 뮤지컬 등 볼거리, 즐길 거리가 풍부한 이즈음, 춤 공연관객을 확보한다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몇몇 극장의 노력은 정말 대단했다. 아일랜드의 안무가는 한국의 현대화된 극장에 무척 놀라는 표정이었다. 아일랜드의 극장들은 대부분 작고 오래되어서 기술적인 면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하였다.
연달아 6일간 일을 하면 노동법에 위배된다는 무용수들의 반발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8회 공연을 하는 동안 맘고생도 많이 했다. 거의 대부분은 무용수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그렇게 많은 돈을 받고, 좋은 조건에서 작업을 하건만 공연일정에 대한 그들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우여곡절을 거치면서 순회공연을 끝내고 드디어 11월 4일 NOW무용단과 연주자들이 아일랜드 투어를 위해 더블린에 도착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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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는 해마다 그들 무용단이 근거지로 있는 더블린의 파빌리온 극장에서 공연을 한다고 했다. 이 극장은 서울의 강동쯤에 있는 중 극장으로 조명시설이나 극장시설이 아주 좋으며 연극을 전문으로 하는 극장이라고 하였다.
아일랜드는 공연문화가 확고하게 자리 잡은 나라이다. 그들의 연극역사도 오래 되었지만, 아일랜드 음악은 세계적 명성을 가지고 있기에 각 도시나 조그만 마을도 극장을 가지고 있으며 관객층이 두꺼운 나라이다.
비록 공연장이 많지만, 대부분 자국민들 공연단 위주의 공연을 하였다. 그 이유는 유럽의 여느 극장들처럼 극장이 기금을 받는 것이 아니고 한국처럼 단체가 지원금을 받는 입장이기에 오히려 단체가 공연을 주선하기가 어렵지 않은 것 같았다.
◀ 연주자들 |
아일랜드에서의 초연 날 극장에는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사람들로 빼곡했다. DTI는 아일랜드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는 몇 안 되는 단체 중 하나이며 또한 이 프로젝트를 위해 대대적으로 지원을 받았기에 공연을 많이 해야 하는 의무가 있었다. 극장들은 대부분 15~30유로 정도의 입장료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로 만원이었다. 특히, 어린 학생들만 공연장을 찾았던 한국과는 대조적으로 나이가 지긋한 관객들을 위주로 하면서도 학생들까지 관객층이 다양하였다. 대부분의 극장은 그동안 DTI가 갔던 극장들이었으며 관객들도 여러 차례 DTI의 공연을 보았지만, 이번엔 한국과의 공동 작업이어서인지 대다수극장들은 상당한 관심을 보였다.
아주 조그만 마을의 극장들은 공연뿐 아니라 극장활동에 지역주민들의 참여가 많았다. 아이들을 위한 문화 활동을 관장하기도 하고 특히 극장의 레스토랑은 싸면서 품격 있는 음식을 팔기도하였다. 낮에도 대부분의 극장에는 사람들이 많았다. Claire 마을의 An Glor라는 극장에서의 공연은 지역의 문화발전을 위하여 주민들이 만든 한 단체가 공연에 드는 모든 비용을 부담하여 이루어졌다. 사실, 한국도 작은 마을로 가면 축제를 마을주민들이 많이 관장하는 편이다. 한국의 축제문화도 멋진 우리 고유의 풍토이며 권장되어야 할 문화적 활동이지만, 축제가 지나치게 상업화되는 것을 지향하여 좀 더 고급화된 공연문화와 병행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한 달간의 투어 일정을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나는 길고 긴 호흡을 하였다. 거의 일년의 절반을 투자했던 공연일정, 수많은 경험과 성과를 올렸던 좋은 프로젝트였다. 이런 공동프로젝트가 없었다면 한국의 NOW무용단이 그렇게 짧은 시기에 아일랜드 전국을 돌면서 투어 하는 것이 가능했을까? 우리나라에서의 6개 극장 8회 공연 역시 “동서양 춤과 음악의 충돌, 한국 아일랜드 최초 공동제작 공연”이란 부제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무용관객이 많지 않아 늘 2~3회의 공연 외에는 공연할 장소도 관객도 없는 상황에서 이렇듯 국가 간 공동 프로젝트는 무용예술의 유통 확장과 춤 관객의 대중화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국가 간 공동 작업이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NOW무용단이 한국문화예술위원회가 차별화된 지원 프로젝트로 시행한 공연예술집중육성지원 사업에 의해 3년 동안 지속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아일랜드와의 공동프로젝트로 얻은 새로운 에너지로 나는 올 초, 아르헨티나와의 공동프로젝트를 위하여 1월 4일 다시 긴 여정을 떠났다.
※ <아일랜드 & 아르헨티나 국가 간 공동작업을 마치고>는 3회 연속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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