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영원에서 순간으로

차보살 다림화 2009. 5. 15. 22:49

 

영원에서 순간으로

 

                                                      조윤수 (수필창작반 원우)

 

  연못으로 들어서는 순간 내 마음의 깊은 강에 꽃잎이 내려앉는다. 해마다 보아온 연꽃이지만 그것은 모두 사라진 것들이다. 오로지 이 여름의 이 연못에서 핀 이 순간의 연꽃. 처음 보는 연꽃이다. 화가 '모네'에게도 모든 것은 일시적이고 다시 돌아오지 않는 순간이지 물질적인 사물 그 자체가 아니었다고 하지 않았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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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네의 대표적 소재는 하늘과 물로 이루어진 풍경이었다. 하늘과 물은 언제나 흐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흐름을 본질로 하고 있는 시간의 개념과 가장 부합되는 모티브였다. 물 위의 사물이 물밑에 똑같이 반사되어 비추어지는 것은 또 다른 아름다움이며 빛의 변화를 잘 관찰할 수 있는 좋은 소재이기도 했다. 나도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물가에서 꽃과 잎의 주변 정경을 한 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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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빛과 시간을 어떻게 잡을 수 있는가. 그것은 허무였다. 그 형체 없는 허무 자체를 어떻게 그려낼 것인가. 모네는 과연 물에서 그 해답을 얻었다고 할 수 있을까. 시간의 순간성을 포착하려고 평생을 바쳤던 그의 그림 그리는 일은 결국 인간의 삶이 지닌 유한성을 닫아들이는 노력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돌아오지 않는 순간의 반짝임이 그의 그림 속에 영원으로 빛나면서 세계인의 가슴을 그의 빛 속으로 녹아들게 한다. 그것은 영원의 빛이었다.

                       

                                                                          (월간 한국수필 2009년 4월호) 중에서

 

 

 

 

 

 

 

모네의 그림, 연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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