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2009년 쟈스민

차보살 다림화 2009. 5. 18. 18:16

 

 

  몇 년 째인가. 이 쟈스민과 함께 해 그 첫 해, 꽃핀 화분을 받고 꽃이 지자 상태가 좋지 않아 식물원에 맡겼다가 가을에 찾아왔다. 늦가을에 잎을 전부 다 따주면 다음해 봄에 꽃이 많이 핀다는 아저씨의 말을 기억했다. 아직 싱싱한 것 같은 잎을 따주는 일은 마음을 크게 먹어야 했다.  해마다 겨울맞이 행사처럼 잎을 따주는 의식을 거듭하고는 안스런 마음으로 지켜보았다. 4월에 작은 잎이 가지마다 돋아나고 잎이 커지면 꽃봉오리가 맺고 벙글어 향을 선물했다. 그때마다 너무나 기특해서 쟈스민 1. 2의 수필을 탄생시켰다. 쟈스민의 기념비였다.
  신록이 탁해지기 전에  나는 쟈스민 이야기를 또 하고 싶다.  천리향이 피고 지고 춘란이 피어도 쟈스민의 가지에는 소식이 없는 듯했다. 그러나 믿었다. 잎이 나고 꽃이 필 것을. 4월 12일 철감선사 차살림을 살펴보고 오던 중 전통한옥집을 건축하는 분의 집에 들렀더니 그 집은 웬 향을 평소에 피워놓는가 했다. 만발한 쟈스민 화분이 집안에 있었던 것이다.  우리 집 것은 그 때 겨우 잎눈이 트기 시작하고 있었다. 쟈스민은 4월 초부터 잎눈이 트기 시작해서 잎이 크고 잎이 무성해지면 꽃눈이 맺힌다. 꽃향의 기념비를 새겨두지 않으면 다음 일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4월 28일 첫차 잎을 따던 날 맺기 시작한 꽃봉오리는 일 년을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가슴 벅찬 마음의 파문은 분명 생명의 약동 이상이었다. 차잎을 따면 그날은 집에서 밥도 먹지 못하고서는 차 사랑에 빠져 있어야 한다. 다음날 오전까지. 그날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고 내 햇차 맛의 전조에 꽃향을 선물하고 있었다. 차 손질을 마무리하기 전에 다른 음식 냄새를 피우지 못하고 쟈스민 꽃분 아래서 차잎을 손질했다. 꽃이 다 피고 꽃잎이 하얗게 바래면 그 꽃잎을 차잎과 함께 마지막으로 덖어주면 쟈스민 꽃차가 될지도 모른다.

  문향(聞香) 성(見聲)이란 말이 이럴 때 생각난다. 쟈스민 꽃은 전에도 말했듯, 봉오리 때부터 막 피었을 때는 색조가 예쁜 보랏빛이다. 날이 갈수록 점점 하얗게 바랜다. 힘들어 하얗게 바래는 꽃잎과 함께 나도 깊고 고요한 호흡을 하며 위안을 받곤 한다. 도대체 그 향기는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냄새가 들어오는 내 신체의 기관인 코가 없으면 향을 느끼지 못할 건지. 그러나 가까이 가서 가끔 킁킁거려 보지만 결코 그 향은 코로만 들어오는 것 같지는 않다. 문향견성에 대하여 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 건가. 들리는 듯 보일 듯 말 듯, 무슨 뜻일지 서성거리면서 꽃 주위를 돌아보는 것이다.

 

 화분의 쟈스민 가지는 잎 하나 없이 겨울을 지냈다가 하나씩 새 잎이 돋고 있다.

 

 새 잎이 나고 있는 쟈스민 가지

 

 천리향은 꽃진 자리에 새 잎이 나고 있다.

 

 춘란은 다 큰 꽃대 자체로 오래도 그 모습 그대로 있다가 후에 갈색으로 변했다.

 

 쟈스민 잎은  컸다. 잎자루 끝에 작은 꽃몽오리가 섰다.

 

 

 꽃몽오리가 여기 저기 맺힌다.

 

 

 

 옆에서 작은 사랑초들이 사랑스럽게 피고

 

 

 

 다용도실에서 무꽃이 철망을 뚫고 피어오르고

 

 

 쟈스민 꽃몽오리 속에 꽃대가 쑤욱....

 

 

 드디어 보랏빛 주름진 꽃이 활짝 폈다.

 

 간난이 조막보다 더 작은 꽃봉오리

 

 

   

 

 

 

 

 

 

 꽃송이들이 거의 다 피고, 일찍 핀 꽃이 하얗게 변색하고 있다.

 

 

 

 

 몇 송이만 보랏빛을 간직하고, 모두 하얗게 바랜다. 그래도 향은 여전하다.

 

 

 

 5월 동안은 하얀 향기를 줄 것이다.

 

'영상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장미  (0) 2009.06.02
누가, 무엇이 그를 벼랑으로 몰았는가  (0) 2009.05.26
영원에서 순간으로  (0) 2009.05.15
YESTERDAY  (0) 2009.05.03
찻잎 따던 날 - 신록의 고허  (0) 2009.04.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