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상물 모음

2010전라예술제

차보살 다림화 2010. 9. 6. 03:57

 전라예술제에서
 
                                                                        조윤수


  최근에는 각 도시마다 최신식 문화예술회관이 훌륭하게 지어져서 예술인들의 활동 무대가 더욱 확장되었다. 이번 전라예술제도 모든 장르의 예술 분야가 참여하여 볼거리가 많았다. 김제예술회관 로비의 시화전과 사진 전시가 눈맛을 즐겁게 하였다. 문인의 행사로는 강당에서 열린 문학강연과 시낭송, 시극 공연이 있었다. 다음에는 수필과 소설도 참여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필과 소설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는 한 대목을 뽑아서 낭송하면 시적 효과나 낭독의 재발견이 될 수 있으리라.

  이날 고려대학교 명예교수인 송하춘 교수가 <문학의 힘, 김제의 힘>이란 주제로 문학강연을 하였다. 송하춘 교수는 이 고장의 명필 강암 송성룡 서예가의 자제인데 형제들 중 강암 선생을 가장 많이 닮은 용모였다. 김제에서 나서 자랐던 모든 체험이 문학의 바탕이 되었다고 하였다. 문학은 어쩌면 거미가 허공에 거미줄을 치는 일과도 같아서 허망하고도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고 하였다. 그러므로 문학의 힘이 되는 자신의 체험이란 받침대에
거미 실을 단단히 엮어야 한다고 했다. 문학 강연의 서두에서 문학이 걸어온 길을 이해하기 쉽도록 먼저 요약했다. 본래 문학이란 것이 농경사회에서는 혼자 골방에서 구현하는데 만족할 뿐 문학인들은 경제활동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학이 학문의 한 분야로 대학에서 국문학으로 발전하여 인재를 배출하였고 나아가 문예창작반이 개설되고 프로작가가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현재는 전국의 대학 평생교육원에서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문예창작반이나 수필창작반이 생겨서 많은 아마츄어 작가들이 나오고 있다.

  문학의 효용성은 어디에 있는가. 작품에 나타나는 캐릭터의 효용. 호랑이를 키우지 않고 호랑이 그림을 그려서 붙이는 까닭은 무엇인가. 토끼나 여우가 아니라 왜 호랑이를 그리는 것인가. 호랑이를 보면서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을 끄집어내야 하는 것. 지혜, 용맹, 슬기 등. 그것이 메타포이며 이미지라는 것이다.
  근래에 들어서 모든 예술 장르가 문화콘텐츠 개발 사업에 열중하고 있다. 매체가 다른 예술이 과학기술과 합쳐서 집단예술이 되고 산업화가 되는 실정이다. 가장 앞장 선 것이 영화산업이라고 할 수 있다. 영화 한 편을 수출하는 것이 자동차 몇 만대 수출하는 것과 비교도 안될 만큼 경제적 효용성이 높다는 것이다. 영화 예술이 성공함으로써 예술의 정당성 확보를 얻은 셈이다. 이렇게 예술이 직접적 경제에 영향이 되어서 언뜻 문학의 위기를 맞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전통 예술 장르가 힘을 합쳐 현대 예술산업이 생산되는 것은 문학의 인식을 새롭게 하고 그 의미를 확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여전히 현대 예술의 뿌리와 핵은 문학이라는 결론이었다.
 
  현대는 물질문명이 타락하여 값비싼 상품이 잘 팔린다. 상품에 대한 정보가 너무 많아서 정보의 무용화가 대두될 정도다. 각종 웰빙상품이나 모든 전자제품에 이야기를 도입하여 감성을 이끌어내야 한다. 세계에서 가장 영화를 많이 생산하고 있는 헐리우드가 공해를 으뜸으로 생산하게 된 요인이기도 하다. 경제생산이 바로 공해생산과 맛 물려 있기 때문에 헐리우드는 녹색혁명의 새로운 시도를 벌이고 있는 시점에 와 있다.

  이야기의 시대, 스토리텔링의 시대, 문화콘텐츠의 시대라고 한다. 잘 만들어진 이야기 하나가 자동차 몇 만대 판매량만큼의 경제적 가치를 지녔다고들 하는 이유이다. 우리나라 전통 이야기 중에 가장 뛰어난 이야기의 캐릭터를 든다면 '춘향'이라고 했다. 사실 전라북도 남원 지방은 춘향이가 먹여 살린다고 하지 않는가. 그렇다고 하면 전라도는 많은 스토리텔링이 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다. 같은 이야기인데 왜 스토리텔링이어야 하는가. 전문적인 설명은 잘 할 수 없지만 간략하게 말한다면 고전적인 의미의 이야기가 새로운 '이야기하기의 방식(storytelling)'을 만나는 일을 뜻한다.
  얼마 전에 우석대학교 김경중 교수가 '콩쥐 팥쥐'의 근원이 '완주군 이서지방' 이란 것의 정당성을 밝히고 공연한 바 있다. 이번 전라예술제에서 시극(詩劇)을 공연한 것은 시대성이 있는 뜻깊은 일이라 생각된다. 전북문인협회 회장이며 시인이자 문학박사인 이동희 교수의 작시와 구성으로 창작된 시극 '임의 사랑 받으소서! - 오, 고매하신 희생, 단야아가씨!' 가 그것이다.

 "벼고을 김제는 지금으로부터 1천7백여 년 전, 백제 비류왕 330년에 만들어진 세계 최대 최고의 수리시설인 벽골제가 있는 곳이다. 우리나라 도작문화의 발생지이지 농경문화를 꽃 피웠던 곳이다. 벽골제가 완성되기까지는 농민들의 숱한 애환이 가득하다. 그런 농민의 삶은 오랜 세월 풍화되어 전설이 되었다. 통일신라 원성왕(785-798) 때 왕명으로 벽골제를 쌓기 위하여 현지에 파견된 원덕랑과 그의 서라벌 약혼녀 월내, 김제 태수 유품의 딸, 단야의 삼각관계의 사랑과 원덕랑을 딸의 배필로 삼으려는 태수의 음모, 연못에 사는 백룡·청룡의 방해를 극복하면서 농민들의 염원인 최대의 수리시설 <벽골제>는 완성된다."
  '단야(丹若)아가씨의 전설'은 스토리텔링이 가지는 전제들을 충분히 안고 있는 이야기다. 주인공이 하고자 하는 것을 가로막는 세력이 있어 갈등 구조의 효과가 있고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망에 어필할 수 있는 구성이지 않은가. 김제의 대표적인 스토리텔링이 되어서 지평선 축제의 상설 공연으로 발전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떤 형태로든 다른 매체와 합쳐지면 문화 상품으로 손색없을 것 같다. 남원에 춘향이 있다면 김제에는 단야 아가씨가 있었다.
( 2010년 9월 4일, 김제문화예술회관에서)
 
 

 

 

 

 

 

 

 

 

 

 

 

 

 

 

 

 

 

 

 

 

 이동희 전북문인협회 회장 인사말

 

 허소라 교수님의 축사

 

 

 송하춘 교수의 문학 강연

 

 '단야 아가씨' 전설의 시극 공연

 

 시낭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