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2010년 만추의 전주시

차보살 다림화 2010. 11. 15. 01:44

 

 

지난 11월 12인가

도청에 볼일이 있어 갔었지요.  금요반 수업도 빠지고.

날짜를 잘못알고 헛탕쳤으나 대신 예기치 않았던 행운을 만났지요.

단풍나무 밑에서 차를 마시고 있는데, 어찌나 달콤했던지요.

분명 연잎차를 우려 보온병에 담아갔는데 재스민차 같은 맛이라니요.

주위를 살펴보았지요. 그 향의 진원지는 담장의 가로수였습니다.

그날 예쁜 낙엽과 향기꽃으로 점심회식 자리를 장식했습니다.

 

 

 

 

수상소식을 접하고 다시 홍해리 시인의' 명창정궤의 시를 위하여' 결구가 간절히 생각났습니다.

수필을 쓸때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회원들의 성원에 감사합니다. 기쁘기만 한 것보다 무거운 벌도 같습니다.

 

 

 

"시를 쓰는 것은 육체가 행하는 것처럼 숨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영혼의 행위이다

어떤 곡해나 구속도 용납되지 않는다

시 쓰기는 영혼의 자유 선언이다

시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늘 설레고 한편으로는 한 편 한 편으로 완성되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에서는 잘 익은 과일의 향기가 난다

잣, 호두, 밤, 대추, 사과, 배, 석류, 모과, 매실, 감이나 앵두의 향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시집은 잘 갖춰진 과일전과 같다

시는 호미나 괭이 또는 삽으로 파낸 것도 있고 굴삭기를 동원한 것도 있다

시인은 감투도 명예도 아니다

상을 타기 위해, 시비를 세우기 위해, 동분하고 서주할 일인가

그 시간과 수고를 시 쓰는 일에 투자하라

그것이 시인에겐 소득이요, 독자에겐 기쁨이다

오로지 올곧은 선비의 양심과 정신이 필요할 따름이다.

변두리 시인이면 어떻고 이웃사이더면 어떤가

목숨이 내 것이듯 시도 rf 때는 다 놓고 갈 것이니

누굴 위해 시를 스는 것은 아니다

시詩는 시적是的인 것임을 시인詩人으로서 시인是認한다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를 세울 일도 없다

상賞으로 상傷을 당하고 싶지 않고 시비詩碑로 시비是非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받을 보상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 ♧"

 

 

 

 

호랑가시나무인가 했더니, 구골나무목서라고 합니다. 작고 하얀 눈물같은 꽃이 조롱조롱 붙어서 맛있는 향기를 뿜고 있었습니다.

 

 

 

 

 

 

 

 

행촌수필 동인지 18호 원고 교정날인데 같이 동참하였다가 ...  이날 같이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감사했습니다. 편집위원 여러분...

 

 

평생교육원 마당입니다.

 

 

 

경기전 담 밖에서 본 은행나무들

 

 

 

 

 

 

 

경기전 마당 안의 장한 회화나무

 

전사청 안에서

 

경기전 맞은편의 전동성당

 

 

 

 

 

우진문화공간을 찾아가 하루 내 전주시를 돌아다녔습니다.

 

 

진북사 전경

 

 

수상소식을 접하고 보니 홍해리의 명창정궤의 시를 위하여가 생각났습니다.

그 시의 시인은 수필가나 문인이라 해도 같은 뜻이라고 생각됩니다.

 

 

전주 향교 홍살문 앞에서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詩를 위하여

                                                    홍해리(시인)

 

목재소를 지날 때면 나무 살 냄새가 향긋하다

나무의 피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나온다

목이 잘리고 팔이 다 잘려나가고 내장까지 분해되어도

도끼나 톱을 원망하지 않는 나무는 죽어서도 성자다

한자리에 서서 필요한 만큼만 얻으며

한평생을 보낸 성자의 피가 죽어서도 향그러운 것은

나일 먹어도 어린이 같은 나무의 마음 탓이다

사람도 어린이는 향기로우나 나일 먹으면 내가 난다

목재소를 지날 때면 나도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한 그루 나무 같은 시를 쓰고 싶다.

 

 

양파는 얇고 투명한 껍질을 벗기고 나서 살진 맑은 껍질을 까고

또 까도 아무것도 없다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양파를 까는 사람이다

양파의 바닥을 찾아야 한다

양파의 바닥에까지 천착해야 한다

철저히 벗겨 양파의 시작/씨앗/정수/처음을 찾아야 한다

늘 처음처럼 시작/始作/試作/詩作해야 한다

 

 

매화나무가 폐경기가 되었지만 해마다 봄이면 이팔청춘이다

삼복에 맺은 인연의 끈을 잡고 삼동을 나고

봄이 오면 여봐란 듯이 몸을 열어 보인다

겨우내 폐가처럼 서 있더니 어디에 저 많은 꽃을 숨기고 있었을까

수많은 청매실을 달고 있는 모습이 장관이다

몇 분 안 되는 정정한 노시인을 뵙는 것 같은 기분이다

오늘은 귀로 향기를 맡고 싶다

노매 같은 시인을 만나 고졸한 시 한 편 듣고 싶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고

먹이 찾아가기 전이나

잠자리 찾아 들기 전

날아다니는 수묵화로

가창오리 떼가 하늘을 가득 메우는 것은

혼신으로 먹을 갈아 일필휘지로

호수를 품에 띠어 가고 싶기 때문이라고

가창오리 떼는 움직이는 시로 말하고 있다.

 

 

시인은 죽으면 신이 된다

시을 버리면 사람만 남고

사람을 버리면 시만 남도록

시와 사람이 하나가 되어 신으로 탄생한다

사람의 영혼을 실어나르는 신이 되기도 하고

영혼을 노래하는 신神이 되기도 한다.

 

바다가 내 속으로 들어왔다

신선한 푸른 수평선이 눈쩝에 걸렸다

해가 빨갛게 지고 있다

수평선의 두 끝을 잡고 해를 걷어올려라

너의 넑을 잡고 맬달려라

시가 걸릴 것이다.

 

 

모든 예술이 놀이이듯

시 쓰는 일도 영혼의 놀이이다

시는 내 영혼의 장난감

나는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어린이

나의 시는 울퉁불퉁핟

그래서 자박자박 소리가 난다.

그리움이란

소리없이 불어왔다 사라지는

바람 같은 것

언젠가는 떠나보내야 할 것이라며

바람은 멀어지면서

보이지 않는 몸짓으로 말해주고 있다.

맨발로 뛰어가는 발자국소리

그것이 시였다.

한평생의 그리움을

파도에 실어보낸

천길 바다를 물질하는 잠녀들을

네가 그리움을 아느냐고 묻는다

바다에 묻은 푸르고 깊은 그리움

숨비소리로 뱉어내던 쉰 목소리

그것이 한 편의 시였다

해녀는 천길 바다의 시를 다시 바다에 묻는다.

 

풍경소리 시끄럽다고

바람 부는 날에는 떼어놓으라는

입이 큰 옆집 여자

하늘붕어는 바람 부는 날에나 제 목숨꽃을 피우는데

바람호수가 없으면

붕어는 어디서 사나

죽은 붕어는 시가 아니다.

 

새벽 세시

발가벗은 영혼이 나를 만나

말을 타고 천리를 달리면

금빛 현란한 언어의 사원에 닿을까

풀어진 마음을 매어

하늘과 땅을 잇는 시간

풍경소리 푸르게 울리는 곳

시뻘겋게 타오르는 불에 사금을 녹여 관을 만든다

법당 안 가장 낮은 자리에 놓고

석달 열흘 목탁소리로 다듬으면

가는 현의 찬란한 울림의 시 한 편이 관속에 놓일까

바람 가는 길을 따라 무작정 가고 있다.

눈을 잔뜩 뒤집어쓴 오후

신이 저물대로 저물어서

어스름 속으로 절름절름 지고 있다

어디선가 눈 속에서 새 한 마리 울고 있다

시 한 마리 따라 울고 있다.

죽은 나무에는

죽어도 새가 깃들지 않는다

둥지를 틀 마음도 없다

보금자리 치는 사랑도 없다

집이란 그늘이 깃들지 않는 곳

그늘이 짙으면 풀이 나지 않는다

시도 싹을 틔우지 않는다.

시 한 편을 가지고

시집에 넣기 전 마지막으로 손을 본다

손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파여 있는 굽은 길이 보인다

손금이다

마지막 퇴고의 길에서도 부끄러워

발길을 돌리지 못하고 망설인다

시집에 넣고 나서 또 고칠 것이기 때문이다.

 

 

 

 

너를 한 번도 잊은 적 없다

해가 지고 밤이 와 어두어지면

칠흑 속에서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도 너를 잊은 적 없다

너도 내가 보고 싶은 때가 있느냐

내 마음을 다 모아 불을 밝혀도

그리움은 그리움대로 두고

어딘가로 스친 듯 하루가 진다

쓰지 못한 시가 노을따라 지고 있다.

꽃 속의 궁전은 황홀하나 허망하게 무너진다

부질없는짓인 줄 알면서도

궁전을 짓는 부산한 역사

도끼질 톱질 대패질 망치질소리

향기에 취하는 것은 찰나

깨고 나면 허무의 푸른 지옥

피어날 때야 영원할 것 같지만

며칠이나 붉겠느냐

이내 꽃이 진 자리 찬바람 불다 가고

자궁 속에서 아기가 놀 듯

나무 속에서 봄이 노는 소리 들린다

다시 붓을 들어라.

 

 

먹어야 산다고 아무것이나 먹기만 해서야 쓰겠는가

화려한 재료에 인공 조미료 듬뿍 쏟아붓고 지지고 볶고 튀기고 굽고

끓이고 삶아

익힌 것이 아니라 날 냄새나는 날것을 요리하라

천연 조미료로 맛을 낸 날것으로 시탁詩卓을 꾸며라

신선한 안주 옆에 맑은 술도 한 주전자 놓여 있기를!

그래야 자연을 만날 수 있다.

자연 속으로 들어가라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라, 자연, 그 자체가 되라

우주의 자궁은 늘 열려 있다

냉수로 눈을 씻고 마음을 헹구고 손을 모아라

새벽 세시 우주와 독대하라.

 

'여시마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