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만추의 계절에 2010

차보살 다림화 2010. 12. 21. 01:31

 

 

 

 

 

 

"시를 쓰는 것은 육체가 행하는 것처럼 숨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영혼의 행위이다

어떤 곡해나 구속도 용납되지 않는다

시 쓰기는 영혼의 자유 선언이다

시란 첫사랑이자 마지막 사랑이다

늘 설레고 한편으로는 한 편 한 편으로 완성되는 이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에서는 잘 익은 과일의 향기가 난다

잣, 호두, 밤, 대추, 사과, 배, 석류, 모과, 매실, 감이나 앵두의 향기를 품고 있다

그래서 한 권의 시집은 잘 갖춰진 과일전과 같다

시는 호미나 괭이 또는 삽으로 파낸 것도 있고 굴삭기를 동원한 것도 있다

시인은 감투도 명예도 아니다

상을 타기 위해, 시비를 세우기 위해, 동분하고 서주할 일인가

그 시간과 수고를 시 쓰는 일에 투자하라

그것이 시인에겐 소득이요, 독자에겐 기쁨이다

오로지 올곧은 선비의 양심과 정신이 필요할 따름이다.

변두리 시인이면 어떻고 이웃사이더면 어떤가

목숨이 내 것이듯 시도 rf 때는 다 놓고 갈 것이니

누굴 위해 시를 스는 것은 아니다

시詩는 시적是的인 것임을 시인詩人으로서 시인是認한다

생전에 상을 받을 일도, 살아서 시비를 세울 일도 없다

상賞으로 상傷을 당하고 싶지 않고 시비詩碑로 시비是非에 휘말리고 싶지 않다

시인은 새벽 한 대접의 냉수로 충분한 대접을 받는다

시는 시로서, 시인은 시인으로서 존재하면 된다

그것이 시인이 받을 보상이다.

 

여시아문如是我聞! ♧"

 

 

 

 

 

 

 

 

 

 

 

 

 

 

 

 

 

 

 

 

 

 

 

 

 

 

 

 

 

 

경기전 담 밖에서 본 은행나무들

 

 

 

 

 

 

 

 

경기전 마당 안의 장한 회화나무

 

전사청 안에서

 

경기전 맞은편의 전동성당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詩를 위하여

 

                                                    홍해리(시인)

 

 

 

목재소를 지날 때면 나무 살 냄새가 향긋하다

나무의 피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나온다

목이 잘리고 팔이 다 잘려나가고 내장까지 분해되어도

도끼나 톱을 원망하지 않는 나무는 죽어서도 성자다

한자리에 서서 필요한 만큼만 얻으며

한평생을 보낸 성자의 피가 죽어서도 향그러운 것은

나일 먹어도 어린이 같은 나무의 마음 탓이다

사람도 어린이는 향기로우나 나일 먹으면 내가 난다

목재소를 지날 때면 나도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한 그루 나무 같은 시를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