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이야기

[스크랩] 연밭에 갔습니다

차보살 다림화 2011. 5. 24. 16:59
게으른데다 바쁜탓에 한달이나 늦은 종강 날 그동안의 게으름에 대한 보상으로
마지막수업은 야외에서 점심을 먹고와서 하기로 했습니다.
갓 잡은 도날드에 굵은 소금 팍팍 뿌려 백탄에 구워먹고 오리죽을 먹는
코스를 선택을 했다는데 맛있고 담백하고 쫄깃하고 어쩌고 저쩌고( 타인들의 이야기의 종합편..)
부산 출신 그녀, 난 노무살이 좋아... ㅡ.ㅡ;;; 섬찟한 표현을 합니다. 노무 살은 싫습니다.

배부르게 식탐을 부리고 나니 꾀가 나는 모양입니다'
날씨도 좋고 종강인데 산으로 들로 야외수업을 가자고 아이들처럼 떼를 씁니다
어차피 예상했던 일인지라 연밭에 가 연꽃 두어송이씩 얻어주면 주변인들과 더불어 연차회라도 하겠지 싶어
지인에게 연락을 하고 연밭으로 갔습니다

벌써 연들이 서로 예쁜 모습으로 어우러져 피어 있었습니다.
 



길섶에 분홍빛 메꽃도 수줍게 피어 있었네요



연꽃 구경 간다더니 햇살이 따가운지 연잎을 따서 모자로 쓰고 양산 대용으로 쓰고 오면서
뭐가 좋은지 왁자지껄합니다
동화속의 장난꾸러기 요정들 처럼 연잎을 뒤집어 쓰니 세월을 잊게 만드는 모양입니다.



유기농 연구가인 지인의 복숭아 밭에는 탐스러운 복숭아가 옹기종기 볼 밝히며(?) 익어가고 있었습니다



산야초로 효소를 만들고 막걸리와 참게 허물 벗은 키토산이 풍부한 물로 거름을 만들어 뿌리는 것으로
농약을 대신한지인 농사꾼은 동네 민간요법의 의사이며 나름 화려한 치유경력을 갖고 있는 산들초의
학위없는 체험 박사입니다



아무때나 그렇지는 않지만 시간이 허락하고 미리 간다고 예약을 하면 각종 약이되는 산야초 효소주와
연밥, 가끔은 촌닭과 각종 유기농 과일과 야채등으로 객을 반쯤 홀려놓곤 하는데 그 중독성이 강한 인심에
일년에 몇번은 꼭 가게 됩니다. 오늘은 졸지 방문이고 복숭아 따는 철이라 바쁜 모양입니다

우렁으로 벼농사를 짓느라 까맣게 탄 얼굴이 고운 미모를 다소 가리긴 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농사꾼 같지 않는 외모의 소유자인데도 느낌은 천상 타고난 농사꾼이란 생각이 듭니다
일행들은 따놓은 복숭아가 없어서 바로 딴 복숭아들을 배부를 정도로 실컷 먹고 한 박스씩 챙겨왔습니다



연꽃을 보니 갑자기 연차를 마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즉석 연차회를 갖기로 하고
들판에 지붕만 얹은 원두막에서 모자와 양산 대신 이고, 쓰고 왔던 연잎으로 차판을 만들고
어딜가나 차판 벌리기 좋아하는 탓에 차에 싣고 다닌 휴대용 차도구를 배치했더니 다들 좋아합니다.

그럴듯한 찻자리가 되었지요? ^^



그러나 연차도구가 아니니 연차를 낼수 없는지라 이집의 유일무이한 차도구에 백련 두송이를 통채로 넣고
지난 봄 제다 실습때 만든 녹차를 넣고 차를 우렸습니다.



차를 따르자 마자 소낙비가 후두두둑 쏟아져 찻자리로 뿌려대는 바람에 차회가 잠시 야단법석이 났습니다



휴대용 다구들은 대부분 소품들이라 역시 혼잡스러워짐과 불편함을 감수해야만 했지요
그러나 싱그러운 연차향과 감미로운 연차 맛에 다들 감탄했습니다.
연밭에서 마시는 연차  정말 환상입니다



소낙비가 그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맑은 햇살을 비춰주고
소낙비때문에 우왕좌왕하다 찻자리를 정리하고
소낙비가 온 덕에 떨어진 연꽃잎으로찻잔 받침을 하고했더니 다시 그럴듯한 찻자리가 되었습니다.



밖으로 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 마음속으로 정말 예쁘구나 하고 생각을 하는데
이 봐라 봐라, 샘 얼굴이 지금 행복해가꼬 나죽는데이 표정아닌교 차만 있으문 행복해진다 아니가"
부산 출신의 그녀는 제 마음도 잘 읽기도 합니다
" 샘요 밖으로 나오길 잘했지예?
귀중한 시간들을 유용하게 채워주려는 제 마음은 모르고 자기 덕분이라 생색입니다



소낙비가 그치고 다시 찻자리를 정리하는데 빗방울과 찻물이 흘린 연잎위에는 이슬처럼 맑은 물이
또로롱 또로롱 굴러다닙니다. 누군가가 화장지로 닦으려고 하는걸
그냥 두라하고 일본다도의 중흥조인 센노리큐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가을날 로지(차실로 들어가는 정원)의 낙엽을 아들이 비로 깨끗이 쓸어놓았는데 리큐가 보고
나무가지를 흔들어 다시 낙엽을 떨어뜨려 놓았다는 유명한 일화를 이야기 하면서
연잎의 물방울이 있어서 더 자연스럽지 않냐고 했더니
샘의 깊은 뜻을 우리같은 초삐리(?)가 어찌 알리요 마는 그래도 좋습니다. 하며
무엇이 그렇게 좋은지 다들 깔깔대며 웃습니다.

물론 소나기 덕분에 사방천지가 젖었습니다
찻잔을 연꽃받침위에 놓고 차를 마시니 다들 기분이 좋아지는 모양입니다



예쁜 사진작품 하나가 탄생했습니다 . 멋있지요? ^^



채련곡 采蓮曲 / 허 난설헌

秋淨長湖碧玉流 맑은 가을호수는 옥처럼 푸르른데

蓮花深處繫蘭舟 연꽃 우거진 곳에 목란배를 매었네

逢郞隔水投蓮子 물 건너 임에게 연밥 따서 던졌다가

或被人知半日羞 혹시나 누가 보았을까 반나절이 부끄러웠네



연꽃들의 모습이 참으로 어여쁘지요?





복숭아를 다 따서 한박스씩 챙기고 연꽃 두세송이씩 챙기다 보니 시간이 꽤 흘렀습니다.
들판은 벌써 석양빛으로 물들고 소낙비가 내리다 그친 때문인지 석양의 풍경 또한
아름다워 보는이로 하여금 행복하게 했습니다.

오늘 야외 차회는 오감만족 120%의 차회였습니다.


 
출처 : 운보연 云普硏
글쓴이 : 丹香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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