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시와 글 모음

[스크랩] 추사 김정희와 박제가의 말과 시 - 한승원, 『추사』중에서

차보살 다림화 2011. 8. 30. 18:43

  박제가는 그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해가 기울어지면 "오늘은 늦었으니 예서 자야겠습니다"

하고 그와 겸상하여 저녁밥을 먹었다.

 

  달이 있는 밤에는 대청에 나와서 를 이야기했다. 하인에게 막걸리를 받아오라고 해서 한 잔 하고

추사에게도 권했다. 소동파를 이야기하고 이태백두보굴원도연명백낙천을 이야기했다.

 

  "소동파는 권세 있는 사람들에게 아부아첨하지 않고 바른 말을 잘한 까닭으로 많은 귀양살이를 했지

만, 아주 대단한 시인이었습니다. 중국의 뜻있는 시인들은 소동파가 태어난 날에 한데 모여 동파상

앞에 놓고 제사를 지내곤 합니다. 그 정도로 그분의 시와 삶을 극진히 숭앙합니다. 이태백은 흔히 별이

나 달이나 꽃만을 아름다운 언어로 노래한 시인으로서, 평생 술에 젖어 반미치광이처럼 살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사실은 굉장히 저항적인 시인이었습니다. 두보는 서민들의 아픈 삶을

노래한 시인이고, 굴원은 신화적인 시인이고, 백낙천은 감수성이 아주 예민한 시인으로서 풍자적인 시

를 많이 읊었는데, 양귀비와 현종의 사랑을 노래한 「장한가「자회시(自誨詩)가 아주 유명합

다. '낙천아, 낙천아, 슬퍼하지 마라……' 강주로 유배 가면서, 낙천은 운명을 하늘에 맡기겠다고 그 시

를 읊은 것입니다. 시를 모르는 사람의 삶은 건조합니다. 시를 모르면, 세상 살아가는 진짜 맛과

멋을 모르게 되고, 닥쳐올 역경을 지혜롭게 이겨내지 못하게 됩니다. 『시경은 말할 것도 없고,

선인들의 좋시를 만나면 줄줄 외어 머리에 담아버려야 합니다. 좋은 문장도 마찬가지로 줄줄 외어버

려야 합니다. 머리에 들어간 좋은 문장이나 시는 그 사람 속에 감추어져 있는 알 수 없는 영혼의 기름을

태워 불을 밝히는 것인데, 그 불은 자기의 삶을 한층 빛나게 하고, 더불어 세상을 밝혀주는 것입니다."

 

  별 총총한 밤에는 마당에 멍석을 펴놓고 추사와 마주 앉아 별들을 쳐다보았다.……

…………

……

 

  드넓은 세상에서 마음을 진실로 나눌 수 있는

  벗을 사귀고 싶은

  가슴 벅차게 하는 사념이여

  마음과 마음을 얽을 수 있는 참된 벗을 얻는다면

  그 사람 위해 목숨을 버릴 수도 있을 터인데

  그 환한 하늘 아래엔 이름 떨친 사람 많다 하니
  부럽고 또 부럽기만 하다

 

  慨然起別想  四海結知己

  如得契心人  可以爲一死

  日下多名士  艶羨不自已

 

 

- 한승원, 『추사(秋史)

박제가가 제자 원춘(김정희)에게 해준 말과

소년 추사가 스승 박제가에게 올린 시 -

출처 : 수문재(守文齋)
글쓴이 : 마타리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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