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승원 시 모음
그리운 연꽃 등불 하나 ―變歌 1. | 기도 ―촛불 연가 16. | 나 죽으면 ―열애 일기 3. |
낙타 -도선사 가는 길 20. | 내가 진실이야 | 도라지꽃 |
바다에 간다 ―열애 일기 13. | 바위 ―촛불 연가 3. | 불바퀴 ―촛불 연가 2. |
사랑 |
▶ 한승원 <POEMER&NO=>1939년 전남 장흥 출생, 장흥 중 고등학교를 거쳐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 1968년 대한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목선(木船)」으로 등단 한국소설문학상, 한국문학작가상, 현대문학상, 대한민국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 - 시집 『열애일기』『사랑은 늘 혼자 깨어있게 하고』 - 소설집 『앞산도 첩첩하고』『안개바다』『미망하는 새』『포구의 달』 『누군들 나그네가 아니랴』『낙지같은 여자』『새터말 사람들』 - 장편소설 『불의 딸』『우리들의 돌탑』『포구』『아제아제 바라아제』『흥부의 칼』 『그대 어느 하늘 밑을 헤매는가』『아버지와 아들』『地神』『해일』『동학제』 『시인의 잠』『까마』 등 |
그리운 연꽃 등불 하나 ―變歌 1. 한승원 초파일에 그리운 연꽃 등불 하나 너를 위해 달았다 금산사 가는 산굽이 위에서 밤은 별들을 초롱같이 켜달았다 이 여름엔 나도 한 점 혼령이 될거나 눈 부릅뜨고 수묵화 같은 너의 숲을 헤매는 철 이른 반딧불이나 될거나. |
기도 ―촛불 연가 16. 한승원 갈대보다 더 약한 것은 이슬이고 이슬보다 더 여린 것은 콧바람 한 줄기에도 곧잘 출렁거리는 촛불 그대라지만 그 불길로 세상의 모든 바다와 우리들의 수미산을 태워 녹이는 비법을 가르쳐주십시오 그대의 가슴으로 이 늙은 가슴을 끌어들여 타오르게 하곤 하는 실 같은 바람 한 줄기에도 꺼지곤 하지만 결코 제 가슴에선 꺼지지 않고 타오르곤 하는 그 비법을 가르쳐주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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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도선사 가는 길 20. 한승원 살아가는 일 모두가 비지땀을 흘리지 않으면 안되는 중노동이었다 돈황의 모래산 밑에서 내가 중국돈 10원 주고 탄 낙타 고개를 외틀어 나를 노려보며 소리친다 잘 보아라 내가 네 전생의 모습이다 그날 밤 꿈에 나는 낙타가 되어 있었고 전날 내가 탄 그 낙타는 사람이 도어 낙타인 나를 타고 있었다 내가 탄 그 낙타 그 모래밭에 그냥 두고 왔는데 내 서재에 낙타 한 마리 부지런히 땀을 뻘뻘 흘리며 사람들을 실어나르곤 한다 모래산을 타넘는다 그 낙타 고삐 끊고 연꽃바다로 도망가려고 발버둥치지만 그 바다는 멀고 먼 사막 모래산들 저쪽에 있고 꿈에 태우고 모래산 넘었던 그 낙타 이 새끼들아, 다음 생에서 너희들은 다시 나같이 될 것이다 하고 울부짖으며 오늘도 사람들을 싣고 불볕 사막을 건너간다. |
내가 진실이야 한승원 반쪽 얼굴의 흰 낮달 그림자 품고 사는 늙은 시인의 집 소주 한 잔 하자고 찾아가니 저승꽃들 다투어 피는 살갗에 사발한 실국화꽃같은 머리털 늘어뜨리고 먼지 하나도 없는 방안을 쓸고 또 쓸고 있었다 말 없이 내가 마당귀에서 몽당 빗자루 하나 찾아 들고 마당을 쓸고 났더니, 진실이 무어냐고 대답할 말 찾지 못하고 멀거니 건너다보기만 하는 나에게 늙은 시인 말하기를 ꡒ조금 전에 저 창문 너머로 늙은이 하나가 떨어져 죽었는데 지금 그 늙은이 떨어져 죽은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내가 진실이야.ꡓ |
도라지꽃 한승원 뙤약볕 여름 기들어지고 귀뚜라미 울면 나 산으로 들어갈 거야 머리 옥빛나게 깎고 송낙 깊이 눌러쓰고 송이송이 살구꽃 눈바람에 날리던 날 나 버리고 훌쩍 떠난 그대 마을로 탁발가게 나무 관세음보살 사랑 시주하십시오. |
바다에 간다 ―열애 일기 13. 한승원 사랑하는 법 배우러 바다에 간다 파도와 모래톱은 억겁을 사랑하고도 그것이 아직 부족하여 거품을 입가에 물고 헐떡거린다 우리 할머니는 할아버지의 마음을 붙잡기 위하여 합환화를 뜨락에 심었다지만 나는 당신을 영원히 즐겁게 하는 비법과 힘을 터득하려고 바다엘 간다. |
바위 ―촛불 연가 3. 한승원 붉은 피돌기 가진 그 누군들 불가마 속을 거쳐나오지 않은 자 있으며 불망치로 제련되지 않은 자 있으랴 내 의식 한 자락을 퍼렇게 멍이 들도록 짓밟고 있는 그대의 깸 없는 잠은 잠 없는 영원한 깸으로 곰팡이 낀 일상을 성난 얼굴로 짓두들기는 파도 같은 사랑이다 그대의 감춘 숨결은 내 치열한 불을 일으키게 하는 화톳불이 되고 그대의 감춘 말은 늘 홍수로 범람하는 강을 평화처럼 흐르게 한다 달콤한 육신 속에서 깸 없는 잠에 빠져 있는 나 그대 속에서 조그마한 돌미륵으로 드러누워 있다가 몇 천 억겁 뒤에 한 안목 있는 석공의 정과 망치 끝에서 살아나게 하여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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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한승원 모든 실개천물들 큰 강물들 다 흘러들어가는 그 바다 토굴 앞 마당에 가져다놓고 하루에 열두번씩도 더 거기 풍덩 빠져 죽곤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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