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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도앵부(陶甖賦)/이규보(李奎報)

차보살 다림화 2013. 5. 1. 00:30

 부(賦)

 

 

도앵부(陶甖賦)/이규보(李奎報)

 

내가 질항아리 하나를 가졌는데, 술맛이 변치 않으므로 매우 소중히 여기고 사랑한다.

또 내 마음에 스스로 비기[擬]는 바가 있기로 부(賦)를 지어 노래한다.


내가 가진 질항아리는 / 我有小甖
무쇠도 아니고, 놋쇠도 아니요 / 非鍜非鑄
불로 흙을 구워 / 火與土以相熬
골[型]에 넣어 만들어진 것 / 落埏埴而乃就
목애는 혹[瘤], 배는 불룩 / 頸癭腹膰
주둥이는 젓대 아가리 비슷한데 / 觜侔笙味
주전자에 비하면 손잡이가 없고 / 譬之瓴則無耳
손잡이가 있으면 령(瓴)이라 한다. [有耳曰瓴]
병이라 하자니 아가리가 퍼졌네 / 謂之甀則摦口
질그릇 단지 중에 주둥이가 작은 것을 추(甀)라 한다.[瓦甖小口日甀]
갈지 않아도 번들번들 / 不磨而光
옷칠을 한 듯 새까맣네 / 如漆之黝
금접시가 무엇이 소중하리 / 何金皿之是珍
질그릇이나마 수수하네 / 雖瓦器其不陋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아서 / 適重輕以得宜
한 손으로 들기 알맞고 / 合提挈於一手
값이 싸 구하기 쉬우니 / 價甚賤而易求
깨진다 무슨 원망하리 / 雖破碎其曷咎
술을 얼마나 담는가 기껏 한 말도 못 차네 / 盛酒幾何未盈一斗
차면 이내 비워지고 / 滿輒斯罄
비면 되 받되 / 虛則復受
질[陶]이 잘 익고 정밀하매 / 由陶熟而且精
젖거나 새는 법 없고 / 故不淪而不漏
아가리가 옆으로 트이어 술술 나오매 / 由旁通而不咽
진국 술을 제법 내고 들이네 / 能出納乎醇酎
곧잘 내는 때문에 기울거나 엎어지지 않고 / 由能出故不傾不覆
곧잘 들이므로 술이 연방 저축되어 / 由能納故貯酒斯續
한평생에 담은 것을 돌아보니 / 顧一生之攸盛
몇 섬인지 셀 수 없네 / 羌難筭其幾斛
마치 군자는 겸허하여 / 類君子之謙虛
꾸준한 덕을 잡아 미혹하지 않는 듯 / 秉恒德而不惑
아아, 소인은 재물에만 맘이 끌려 / 嗟小人之徇財
두ㆍ초가 작은 줄을 모르고 / 眛斗筲之局
한도 있는 양으로써 / 促以有涯之量
그지없는 욕심을 내어 / 趂無窮之欲
쌓고 흩을 줄 모르며 / 積不知散
오히려 부족하다 하니 / 猶謂不足
작은 그릇 쉬 차서 / 小器易盈
금방 엎어지네 / 顚沛是速
내가 이 질항아리를 좌우에 두어 / 予置斯甖於座右
차고 넘침을 경계하고 스스로 힘쓰노니 / 戒滿溢而自勗
분수를 헤아리고 정도에 알맞게 / 庶揣分而循涯
제 몸과 제 녹이 오롯하리 / 儻全身而持祿

[주B-001]부(賦) : 시나 산문이 아닌 운문인 점에서는 사와 비슷하나 서술을 위주로 한다는 점에서 사와 구별되는데, 〈이소(離騷)〉와 〈풍부(風賦)〉같은 것은 부인지 사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주D-001]두(斗)ㆍ초(筲) : 두(斗)는 열 되, 초(筲)는 대그릇 두 되들이. 모두 작은 그릇인데, 짧은 재주와 얕은 도량(度量)을 지닌 소인을 “두초의 사람”이라 한다.

출처 : 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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