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아! 불국사

차보살 다림화 2013. 7. 15. 17:52

 

 

 

아! 불국사

 

                                                              조윤수

                              

 

   초가을비 촉촉히 내리던 어느 해, 안개비를 헤치고 불국사에 내린 적이 있었다. 꿈같은 화엄세계, 장엄한 불국의 정취를 스쳤으나, 그 꿈속의 아름다움을 다 찾을 수가 없었다. 갑자기 사바세계를 건너 불국토에 떨어졌으니 들어가는 길도, 나오는 길도 아련하여 깨고 나니 역시나 꿈이었던가! 그 꿈속의 불국을 다시 더듬고 있다. 백제의 미륵사지에서 이루지 못한 미륵의 꿈이 허전하면 불국사를 그리고, 불국사에서는 보아도 보이지 않는 그 무엇을 찾을 수 없어 차라리 미륵사지의 폐허를 걷고 싶다. 앞으로 올 미륵세계는 어디로 올 것인가. 보이는 형상에서 찾으려면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으리라.

   오늘은 순서대로 불국에 들어보자. 언제나 놓쳤던 절집 입구에 있던 당간지주부터 찾는다. 불국사에 처음 들면 먼저 안양루와 자하문을 오른 연화칠보교와 청운백운교에 시선이 빼앗기게 된다. 돌다리와 석축대 위의 전각부터 올려다보고 안양루와 자하문의 전체를 조망하는 곳에서 머물다가 당간지주를 놓치곤 했다. 긴 세월 당당하게 서 있는 불국사의 당간지주, 지주 높히 당을 펄럭이며 화엄을 불렀을 천 년의 불국사. 안양문 앞쪽의 나무 밑에 멀찍이 기품 있게 서있는 당간지주를 발견한다. 당간지주 두 기가 완전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 당간지주에 기대어 세월의 온기를 느끼며 사진을 찍었다. 원래부터 이 자리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불국사에서는 석조 건축물을 유심히 들여다 볼 일이다. 1400여 년의 세월을 견뎌준 석조미술품이 아직도 건재하고 있으니 불국으로 들어가는 길은 돌계단을 밟는 것으로 시작된다. 물론 일주문을 통과하고 사천왕문을 지난 뒤, 청운교를 밟고 백운교를 밟아 자하문에 들어서서 대웅전, 석가모니불을 만나야 한다. 아니면 연화교와 칠보교를 밟고 안양루를 거쳐 극락전의 아미타불전에 들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래 동안 그 돌계단을 밟을 수 없으니 아마도 오늘날에는 불국이 오지 않을 지도 모른다. 년 중 4초파일 하루만 이 돌계단을 개방한다기에 언젠가 꼭 그 계단으로 불국에 들어볼까 한다. 석축대 앞으로 드리운 단풍이 물들면 단풍잎이 당간처럼 펄럭이며 부를 것이다. 

   극락전보다 대웅전이 2층처럼 높고 넓은 까닭이 있고 무설전과 관음전 그리고 비로전이 뒤에 배치한 것 모두 오묘하고 복잡한 화엄세계 정신을 표현한 것이리라. 대웅전 마당이 꽉 찬 듯하게 보이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한,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다보탑과 석가탑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이다. 다보여래의 보이지 않는 원력의 형상인가 오밀조밀 흙을 만지듯 조각해낸 탑 형상의 미려함이라니. 안타깝게도 연화좌에 홀로 앉은 사자상, 일제시대에 없어졌다는 다른 세 사자상은 흔적이 없어 홀로 남은 사자상은 그 짝들을 그리며 탑을 수호하고 있다. 방문객의 찬사와 예배를 먼저 받는 석가탑은 이전과 이후에도 없는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통일신라 때 와서 그 이전의 다층 식 석탑들의 형상이 삼층석탑의 완전한 모습을 갖추게 되어 한국의 모든 석탑의 전형이 되었다. 이를 두고 미술사가 유홍준은 위대한 삼층석탑의 탄생이라 했다. 그리하여 석탑을 볼 때 석가탑 이전 것과 이후의 것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모든 아름다움에는 비례와 조화와 균형의 세 가지 조건이 있다는 것. 그 모든 조건을 갖춘 석가탑에는 황금비례의 비밀이 있다는데....

  석가탑과 석굴암의 본존불의 아름다움을 과학적으로 먼저 밝힌 사람은 일본의 측량기사인 요네다 미요지였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비밀을 다시 따져보고 또 보았다. 모든 아름다움에는 과학적인 수의 배열이 있었던 것이다. 꽃의 아름다움에 피보나치 수의 배열이 있는 것과 같은 것. 지금 그 비밀이 해체되고 있는 중인가. 초가을비에 젖은 석가탑만을 정신없이 바라보았을 때는 다보탑이 복원 중이었으나 이번에는 석가탑이 해체 중이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이층 몸돌 지붕이 기운다는 소식이 있던 차. 그 고통의 아픔을 잘 견뎌주기를! 화엄세계의 정신을 형상화한 불국사를 받치고 있는 것은 석축에 그 모든 뿌리가 있었다. 기단 석축의 짜임새를 보라! 극락전 회랑을 받치고 있는 축대. 자연돌에 맞추어 깎은 돌로 엉성한 듯 얼기설기, 무심한 듯하나, 정교하게 쌓아올린 솜씨. 돌계단 밑의 홍예문의 아치며 범영루의 축대의 구성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언제라도 날아오를 듯한 학의 날개 같은 범영루의 처마선. 범종과 물고기와 운판이 한꺼번에 울리는 날 날렵한 범영루의 날개가 활짝 펴지지 않을까. 지상의 생물과 바다와 하늘의 중생, 모든 생물, 무생물까지 성불이 이루어지는 날이면...... 범영루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것은 누각을 받치는 석주이다. 돌기둥을 어쩌자고 저리 우아한 곡선을 자아내게 깎을 수 있었는지. 볼 때마다 속 감탄만 할 뿐이다. 또한 드러나지 않는 대웅전 계단 옆모서리. 단순하게 버선코처럼 돌려 깎은 선. 나무를 주무르듯 일심으로 조각했을 옛 사람들의 숨결을 어찌 흉내라도 할 수 있으랴.

   불국사의 목조건축은 임진왜란 때 불탄 뒤 18세기 조선시대에 중창되고 회랑 건물은 1960년대에 복원된 것이다. 석조물만이 기적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런 바탕 돌의 기초가 있었기에 다시 불국을 복원 할 수 있었다. 정신을 담으려면 저리 튼튼한 기초가 서야 하리라. 사람도 몸이 건강할 때 올바른 정신을 담을 수 있고 구현할 수도 있다. 사람이 하는 모든 일도 그 기초가 튼튼해야 목표한 바를 이루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아직도 다 볼 수 없었던 곳곳의 비밀의 일부를 찾는다. 대웅전 앞마당에서 문루인 자하문에 들어 천정을 유심히 살펴보고 돌계단을 아래로 내려다본다. 다른 때 이 천장의 들보까지 올려다 볼 겨를이 없었다. 반듯이 걸쳐져 있을 들보 기둥이 곡선으로 유려하게 걸쳐 있다. 단청도 한껏 어울린다. 들보의 곡선 장치는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인지, 건축상 기법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나, 이런 곡선의 통나무를 어떻게 절묘하게 갖다 붙일 수 있었던가. 여행객은 그 의문을 따질 시간이 없다. 대웅전 뒤의 무설전이 앙팡지게 앉아서 뒷통수를 잡아 댕기는 듯 하지만 눈짓만으로 일별한다. 햇살에 빛나는 범영루 석주도 손으로 쓰다듬고 싶었지만 근질근질한 손바닥을 움켜쥐고 아쉬운 발걸음을 재촉했다. 불국사 후문으로 나오는 길은 짙은 초록 숲이다. 망중한을 거닐며 토함산불국사 불이문을 나오며 생각한다. 미륵세상이 오면 저절로 불국이 이루어질까. 불국의 정토를 이루는 실현지는 바로 내 안에서부터 기초를 닦는 것이 아닐까! 아름답고 굳건한 석주처럼.



 

 긴 세월 당당하게 서 있는 불국사의 당간지주, 지주 높히 당을 펄럭이며 화엄을 불렀을 천 년의 불국사.

 

 

 영원한 불국사의 포토 죤.

청운교, 백운교를 올라 대웅전으로

연화교, 칠보교를 오르면 극락전으로

이 돌 계단은 사월 초파일에만 개통한다기에

지난 사월 초파일에도 기 기회를 놓쳤으니 다음

초파일에 또 꿈을 가져나 볼까.

 

 

 

얼기설기 정교한 듯, 무심한 듯,

쌓아올리 석축의 짜임새.

 

 

연화교와 칠보교를 오르면 아미타불이 본존인 극락전에 든다.

 

 

 

 극락전 아미타불

 

 대웅전 오르는 돌 계단 옆 모서리다.  간단하지만 삼각을 이루는 모서리를 보라

버선코처럼 돌려 깍은 신라 장인의 섬세한 조각 솜씨여!

 

 

 다보여래의 보이지 않는 원력의 형상인가

오밀조밀 흙을 만지듯 조각해낸 탑 형상의 미려함이라니.

안타깝게도 연화좌에 홀로 앉은 사자상,

사자후를 토해내듯한 부처의 법문을 듣다.

 

 대웅전 앞마당을 지키는 다보탑과 석가탑

석가탑은 지금 해체 보수 중 가건물 안에서 수술 중.

석가탑이야말로 한국 탑의 모든 석탑들을

볼 때 그 이전과 이후를 따지는 전형이 되었다.

아쉽게도 이번에는 볼 수 없었다. 오래전부터 이층 몸돌

지붕이 기운다는 소식이 있던 차. 드디어 해체 중이다.

그 고통의 아픔을 잘 견뎌주기를!

 

 백운교를 올르지 못하니 돌아서 문루인 자하문에 들어  천정을 유심히 살펴본다.

다른 때 이 천장의 들보 보기를 놓쳤으니 이번에는 구석진 곳의 건축미를 맛본다.

반듯이 걸쳐져 있을 들보 기둥이 곡선으로 유려하게 올려져 있고 그 단청도

한껏 어울린다.

 이 들보의 곡선 장치는 아름다움을 강조한 것인지,

건축상 기법으로 한 것인지는 잘 모르나, 이 곡선의 나무를 어떻게 절묘하게

갖다 붙일 수 있었던가.

 

 

 

 

 

 

 

                                대웅전 뒤의 일곱칸 짜리 무설전이 앙팡지게 앉아서 말없는 설법을 내리는지....

 

 아래 계단이 청운교이고, 윗 계단이 백운교이지 싶다.

 

 범영루의 범종과 물고기와 운판,

지상의 생물과 바다와 하늘의 중생, 모든 생물, 무생물까지

성불이 이루어지기를.

 

 

 불국사 후문으로 나오는 길은 짙은 초록 숲이다.

 망중한을 거닐고...  토함산불국사 불이문을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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