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책 한 권
조윤수
<<나의 차마고도(茶馬孤道)- 오심지다(吾心之茶)>>, 나의 4번째 수필집 ‘차(茶)에세이집’이 출간되자, 2014년 12월 5일 금요일 전북일보의 <책과 세상>에 소개되었다. <책과 만나는 세상> * 조윤수 수필집 <나의 차마고도>란 제목이었다.
이 기사를 읽은 KBS 라디오 프로그램의 기자가 전화를 해왔다. <내 인 생의 책 한 권>에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인터뷰를 했다. 안녕하세요? 오늘 추천하고 싶은 책은 <<나의 차마고도(茶馬孤道)- 오심지다(吾心之茶)>>입니다. 이렇게 시작하여 책에 대한 몇 가지를 질문하고 답하는 과정에서 책의 내용을 소개했다.
커피는 지옥보다 검고, 죽음처럼 강렬하며, 사랑보다 달콤하다는 터키의 속담처럼 향기는 매력적입니다. 커피 카페가 우후죽순처럼 생기는 이 시대 우리나라 거리입니다. 물론 커피도 좋은 효능과 그에 알맞은 도(道)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지구의 태생과도 함께 해온, 동양의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마실 거리인, 차나무의 잎으로 된 차에 대하여 소홀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소박하지만 은근하게 맑은 녹차와 풍미가 깊은 발효차의 매력을 오랜 체험을 통하여 알게 되었습니다. 차에 대한 상식과 역사뿐 아니라 차(茶)를 둘러싼 풍경과 역사적 인물에 관한 일화와 문학작품 등을 소개했습니다.
차를 소재로 글을 쓰게 된 계기도 궁금합니다.
내 인생의 전반기를 정리해보려고 수필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어쭙잖은 수필집 3권을 낸 바 있습니다만, 저의 두 번째 수필집인 <<나도 샤갈처럼 미친(及) 글을 쓰고 싶다>>의 작품 해설에 보면 이런 글이 있습니다. “...... 심미안을 연마하가 위하여 작가는 ‘수필’이라는 매우 성능 좋은 도구를 향기롭게 부려 쓰고 있습니다. 마치 차를 마시듯이, 잘 구워 빚어낸 다기에 알맞게 식힌 찻물을 앉히고 그 녹색의 잎에서 푸른 영혼이 우러나오는 것을 기다리듯이, 그는 수필을 우려내어 사유의 풍성한 자락을 펼쳐 보입니다. 작가에게서 차(茶)를 제외하고는 그를 제대로 읽을 수 없습니다. 전통 차문화에 대한 천착의 이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활 속에서, 혹은 사유의 매개체로서, 또는 삶의 구체성을 사유의 맥락으로 끌어들이는 과정에서, 차는 중요한 도구가 되고 있음을 그의 작품 곳곳에서 엿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고 보면 그가 즐겨 차를 우려내는 것은 수필의 향기를 우려내는 일이요, 삶을 아름답게 우려내는 일이며, 나아가 인생의 향기를 우려내는 일의 다름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글을 쓰는 나는 의식하지 않았지만, 해설가는 저의 작품집에서 저의 생활 중심에 차가 있다는 것을 간파하였던 것입니다. 그 뒤로 언젠가 차(茶)를 주제로 하는 수필집을 출간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차 생활이 익어감에 따라서, 차의 경영이야말로 바로 내 인생의 경영이라는 깨달음이 왔습니다. 이제야 겨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어렵고 힘든 작업이었지만 보람 있는 일이었습니다.
책 제목이 <<나의 차마고도>> 인대요, 정확하게 무슨 뜻인가요?
차마고도(茶馬古道)는 비단길보다 200여 년 앞선 동서양의 교역 길로 중국의 차(茶)와 북방의 말을 매개로 중국 서남부(윈난 지역)에서 티베트를 거쳐 인도까지 인류가 교류하는 길이었습니다. 차의 교역로인 <차마고도(茶馬古道)>를 빌어 내가 걸었던 차 생활의 길이란 뜻으로 옛 고(古)를 고(孤)로 바꾸어, 고독한 차(茶)의 길이란 뜻을 담았습니다.
사실 나는 그 방송을 직접 듣지는 못했다. 어느 날, 지인 한 분이 운전 중에 우연히 kbs 래디오 프로그램의 <내 인생의 책 한 권>의 방송을 듣고 반가워서 나에게 바로 전화를 해주어서 나도 기뻤다. 또 한 날은 내가 일주일에 하루 근무하는 국립전주박물관으로 손님이 찾아왔다. 그는 <책과 세상>의 신문기사를 보자 즉시 책방으로 가서 그 책을 구입하고 내 친필 싸인을 받으려고 왔다. 참으로 놀랍고 반가웠다. 그는 내 여고 후배로써, 내가 책을 낼 때마다. 선물하였더니 정말 고맙게 읽는다고 하면서 나의 팬이 되었다. 이번에는 더 기다릴 수 없어서 책방으로 달려갔다는 것이다. 기쁜 마음으로 싸인을 하고 답례로 차 한 봉지를 선물했다.
얼마 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화 한 통을 또 받았다. 운전 중이었는데, 잠시 멈추고 통화를 했다. 여자였다. 내 책을 반 쯤 읽다가 도저히 참을 수 없어서 목소리라도 듣고 싶었다고 했다. 남편이 도서관에 간다기에 자신이 읽을 만한 책을 빌려오라고 부탁했는데, <나의 차마고도>를 가져다주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차 생활을 하긴 하지만 자기보다 고수(高手)란 생각이 들어 스승으로 생각해도 좋겠다고 한다. 참 반갑기도 해서 언젠가 만날 시간이 있을 거라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남편이 도예가이니까 찻그릇도 만들고 차를 배워 아이들에게 가르치기도 한다고 했다. 차우(茶友)들이 모두 멀리 있는데 새로운 지기(知己) 하나를 얻은 것 같았다.
첫눈이 내린 다음 날, 뜻밖에 출판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나의 차마고도>>가 <2015년 세종도서 문학나눔>으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이다. 세종도서란 2013년까지 문화관광체육부가 선정하던 우수 도서(학술, 교양, 문학나눔 세 부문)의 새로운 이름이다. 「세종도서」는 출판산업 진흥 및 독서문화 향상을 위하여 벌이는 사업으로, 문화관광체육부에서 주최하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에서 주관하여 해마다 우수한 도서를 선정한다. 선정된 도서는 공공도서관, 작은도서관, 초중고등학교, 사회복지시설 등 3,800여 곳에 배포된다.
내 책을 받은 많은 문인과 지인들이 참으로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었다. 부끄럽고 감사하다. 이미 내 손을 떠난 것이기에, 독자들의 몫으로 더 깊은 수필의 맛을 빚어가면서 읽어주기를 바랄 뿐이다. 시집에 자신의 시를 넣고도 끊임없이 퇴고한다는 시인처럼, 나도 지난 부끄러운 수필집을 가끔 다시 읽으며 퇴고를 한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다도(茶道)야말로 이제 입문한 것 같아서 더욱 정진하며 못다 한 말을 다시 쓸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기력이 쇠잔해가지만, 생이 다하도록 공부하며 전진하려고 한다. 이렇게 <내 인생의 책 한 권>이 은혜롭기도 했지만, 채찍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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