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스크랩] 쌍계사 벚꽃 길

차보살 다림화 2016. 4. 13. 23:22

쌍계사 벚꽃 길

                                                           

                                                                                      양 명 학

 

그대, 어느 해든 좋으니

청명절(淸明節) 맑은 꽃바람이 불거든

전라도와 경상도가 DNA로 꼬여 흐르는

섬진강 화개장터로 한번 오시게.

 

사랑이 꽃()으로 피어나()는 화개(花開) 주막에서

전라도 안주로 경상도 막걸리 몇 잔 칼칼하게 마시고

맑은 화개천 따라 십리 벚꽃 길을 걸으면

백억 송이의 벚꽃은 우리의 인연을 다 헤아릴 수 없어

그냥 연분홍 구름으로 피어나리니

우리 사는 이승이야 까짓

역려건곤(逆旅乾坤)이면 어떻고 역려과객(逆旅過客)이면 어떠랴?

 

사랑이 꽃으로 피는 길은

먼먼 십리길이라도 차타고 갈 수는 없는 길

목이 말라도 다리가 아파도 내색 않고 걸어야 하는 길

끝내는 이별이 되든 죽음이 오든 원도 한도 없어야 하는 길.

 

말없이 걸어도 벚꽃은

연분홍으로 살픗 사랑을 색칠해 주고

노래하지 않아도 개울물은

밝은 소리로 마음의 꽃가지를 흔드나니

구름 속의 쌍계사 도통(道通)스님들이야

어찌 세속(世俗)의 이 그리움들을 알랴?

 

우리, 불일폭포에 들어 목욕재계(沐浴齋戒) 하고

다시 거슬러 반야봉(般若峰)에 오른다면

지리산 천왕신(天王神)도 마고선(麻姑仙)

사랑하였으므로 행복하였다’*는 말

저 구름 같은 벚꽃목걸이로 만들어

우리 사는 길에 걸어주지 않으랴?

<2016, 4, 8>

*유치환의 서간집에 나오는 말임

 

 

 

 

 

 

 

 

 

 

 

 

 

 

 

      <꽃 구름 속에서> 포토에세이를 보시고,

<쌍계사 벚꽃 길> , 절창의 시를 보내왔습니다.

같이 걸을 수는 없어도 마음으로 걸으며,

같은 하늘 아래 살아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는 친구라고...

감사합니다.

 


 

출처 : 수필과비평 작가회의
글쓴이 : 조윤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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