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봄꽃이 피어나는 것처럼 웃음을

차보살 다림화 2007. 3. 26. 13:46

새봄, 꽃처럼 활짝 웃읍시다.

 

바야흐로 봄이 만개(滿開)다.

 

개나리 진달래는 이미 지천이고, 산수화며 매화도 흐드러졌다.

 

목련이 망울을 터뜨리더니, 벚꽃도 이번 주면 한창일 게다.

 

말 그대로 ‘이 꽃 저 꽃 온갖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며 ‘날 좀 보라’고 활짝 들 웃고 있다.

 

그러고 보면, 우리는 저들처럼 티 없이 웃어본 적이 얼마나 되는가.

 

모든 게 아름다워서, 기쁘고 즐거워서 참을 수 없어, 드러내고 웃음을 터뜨렸던 게 언제였던가.

 

찬미나 환희의 웃음은 차라리 사치스럽다.

 

한바탕 웃고 나니 찌뿌드드하던 몸이 한결 가뿐해지고 뭔가 짓누르던

 

스트레스가 싹 사라졌다는 소리가 귀에 익다.

 

웃음이 스트레스에 대한 최고의 해소책이자 스트레스 자체를 막아주는 예방 주사라 하지 않던가.

 

우리처럼 웃음과 관련된 말이 발달된 나라도 드물 것이다.

 

종류도 다양하거니와 웃음과 관련한 의성어(擬聲語)

 

의태어(擬態語)만 모아도 여러 분량이 될 것이다. 대충 한자로 된 것만 살펴보자.

 

소리 없이 빙그레 웃으면 미소(微笑)이고, 한바탕 떠들썩하게 웃으면 홍소(哄笑)다.

 

크게 웃으면 대소(大笑)이고, 갑작스럽게 터뜨리면 폭소(爆笑)다.

 

기뻐서 웃는 희소(喜笑), 귀염성 있는 교소(巧笑), 때로는 바보처럼 웃는 치소(痴笑)도 있다.

 

온 얼굴로 활짝 웃는 파안대소(破顔大笑)가 있는가 하면

 

손뼉을 치며 깔깔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가 있다.

 

배를 움켜쥐고 쓰러지도록 크게 웃는 포복절도(抱腹絶倒), 허리가 끊어지고

 

배가 당길 정도로 웃는 요절복통(腰折腹痛)은 어떠한가.

 

남에게 상처를 주는 사나운 웃음도 있다, 조소(嘲笑), 비소(誹笑), 냉소(冷笑)' 등이다.

 

웃음을 예찬하는 글귀는 동서고금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다.

 

“웃음은 자신을 변화시키고 타인에게도 그대로 전염되는 행복의 바이러스”,

 

“웃음은 마음의 치료제일 뿐만 아니라 몸의 미용제”,

 

“웃음보다 더 좋은 천연진통제는 없다”라는 찬사도 보인다.

 

생리적 의학적 효험을 강조한 금언(金言)은 또 얼마나 많은가.

 

<동의보감>에서 허준은 “웃음은 보약보다 좋다.”고 가르치고 있고,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웃음이야 말로 몸과 마음을 함께 치료하는

 

최고의 치료수단이다”고 갈파했다.

 

서양 속담에는 “하루에 한번 실컷 웃으면 의사를 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 속담에도 보인다. “웃는 낯에 침 뱉으랴”, “웃는 집에 복이 온다 (笑門萬福來)”,

 

“일소일소 일노일노(一笑一少 一怒一老)” 등이다.

 

실제로 웃음이 인체의 면역력을 높여 감기와 같은 질환은 물론

 

성인병을 예방해 준다는 것은 이미 상식이 돼 있다.

 

암을 일으키는 종양세포를 공격하는 킬러 세포(killer cell)를

 

생성케 한다는 것도 의학계에 공인돼 있다.

 

많이 웃는 사람들에게 심장병 발병이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몇 년 전 영국에서 발표된 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어린이들은 하루에 대강 4백번을 웃는다고 한다.

 

이 숫자는 어른이 되면서 하루 6번 정도로 줄어든다.

 

왜 어른들은 웃음을 잃어버리는 것일까?

 

웃음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것은 웃는 데는 돈이 안 든다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잘 웃는 사람을 '실없다', '허파에 바람 들어 갔다',

 

 '헤프다'며 부당하고 억울(?)하게 취급해왔다.

 

오래도록 웃음을 잃어버리고, 또 ‘웃기’를 잊고 살아온 탓이다.

 

웃음은 신이 인간에게만 내린 축복이다. 짐승은 웃을 줄을 모른다.

 

오직 분노하거나 슬퍼할 뿐이다. 그러니 잘 웃는 사람은 ‘인간적’이고,

 

버럭버럭 화를 내는 사람은 ‘짐승적’이다.

 

꽃조차도 봄이 찾아왔다고 온갖 ‘폼을 잡는’ 마당이다.

 

명색이 만물의 영장들이 허구한 날 지난겨울의 ‘우거지상’을 뒤집어쓰고 있다면

 

미물(微物)인 개구리며 지렁이조차 가가대소(呵呵大笑) 웃을 일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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