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영상물 모음

남복헌에서 차 한 잔의 여유를

차보살 다림화 2007. 10. 24. 20:44

차 한 봉지를 보내며

 

이른 봄날
산이 푸르러지기 시작하면
그 산빛 우려내고 싶다
다신(茶神)이 부르는 듯
찾아간 그 차나무 숲
아! 내 사랑 같은 첫 차 싹
하늘을 찌를 듯한 정기
고 작은 창 끝에 농축되었더라
일창이기, 격지 만한, 참새 혀 만하다는
쬐그만 어린 찻 잎을 한 잎 한 잎
따서 모으기를 한 나절
오체투지 하는 심정으로,
하늘 아래 그 어느 것이 종일토록
나를 그리 열중하게 하는 것이
또 있을까
가을이 오면 사랑이 익어가는
그 차 숲에서 소담한 차 꽃과
봄날부터 간직해온 사랑을 나누리라


옛날 다인들이 손수 귀하게 만든 차를
정성껏 마셔줄 차 벗에게 보내는
심정이 이랬을까.
차를 봉하며 그 내밀한 즐거움을
맛보네

 

 남복헌 정원에는 가을 꽃들이 만발했다

 

 돌틈에 핀 채송화

 

 

붉은 꽈리 봉 안에는....

 

 백일홍 꽃

 

차나무는 참으로 신비한 나무이다. 사철나무이면서 꽃은 초가을부터 핀다. 겨울 눈 속에서도 피었다가

열매를 맺고 봄부터 돌이 돌아올 때까지 일 년 내내 엉근다. 꽃피던 지난 가을의 가지에서 동생 꽃과

조우한다. 같은 가지에서 열매와 꽃이 만난다고 해서 실화상봉수라 일컫는다. 세상에 그런 나무가

어디 있으랴!

 작은 차밭

 

"어느 때에 이와 같은 것을 생각하였던 것이다. 땅에 머리를 붙여 거꾸로 나서 인류의 수요를

공급하는 것. 즉 식물은 그 종류가 많아 이루 헤아리기가 힘들다. 그 중에서도 우리의 주림을

충족시켜주는 곡식과 추위를 막아주는 솜과 삼 등이 일상에 필요한 물품인 것은 일반 사람과

아이들까지도 다 알고 있다. 또한 그것들은 세시의 평온함과 소란함으로 말미암아 쓰이거나

안 쓰이거나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차茶라고 하는 물건은 기후가 온화하고 어진 사람들이 사는 이 땅의 우수한 산물로써,

산천의 신령스러운 기운이 집중되어 있어 가슴을 열며 답답한 기운을 씻으며 맑고 화창한 기분을

내게 한다는 것도 누구나가 다 아는 일이다 . 또한 그 담박하고 간결하며 높고 고요한 운치는

소란한 시기에 있어서도 더욱 숭상 받아온 것이다."

 

 

위와 같이 송나라의황제 휘종은 대관다론에 그 서문을 썼다.

그렇게 차는 시끄럽고 소란한 시기에 있어서도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식량 의복과 더불어 오래 애용되어 온 것이다.

 시끄럽다는 것은 비단 한 시대의 번접한 문화의 흐름 뿐만 아니라 한 개인의 삶에 있어서

수없이 들끓는 번뇌를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바람처럼 늘 일어섰다 사라지는 마음의 물결을, 차생활의 실제에서 고요롭게 다스리는 작업을 하려면,

먼저 차가 지니는 여러 가지 덕목 뿐만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일반지식이나 특성을 익히면 좋으리라.

 

 

 

 

올 추석 무렵, 남복헌 지기에게 봄날 만들었던 차봉지를 선물하러 

갔다. 정원에 핀 각가지 꽃들을 만났다. 특히 차나무 무리들이

작은 차밭을 이루어 차꽃들이 피고 있었다. 차꽃과 차 씨앗을

만나는 기쁨이 더 컸다. 내가 만든 차이지만 남복헌님이 손수

우려주는 그 차맛이 정말 현묘한 맛을 내었다. 내가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울 만치. 차 마시기 어언 30여 년이라, 아! 내가 드디어

다도에 입문했구나! 하는 안도와 믿음이 있었다. 둘이 마시는 차를

승勝이라 했는데, 화창한 기분을 즐겼다. 녹차는 사람에 따라서

많이 마시는 것을 삼가해야 한다. 더 마시고 싶을 때는 이렇게

꽃차를 마시며 여운을 즐기면 좋다.

2007년 가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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