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서울 성북동에 있는 간송미술관은 조선시대 회화의 걸작들로 가득한 국내 최고의 사설 컬렉션이다.
'한국 미술사의 보루'로 일컬러지는 미술관의 권위는 소장품의 양과 질 뿐 아니라 '변함 없이 변화를
추구'해온 전통에서 나온다.
일제시대 명품 문화재의 수집 보존에 전 재산을 바친 간송 전형필(1906-1962)과 그이 수집을 자문한
예인 오세창의 뛰어난 감식안이 기초를 닦았다면, 60년대 이래 한국 미술사학의 큰 줄기 간송학파를
만든 최완수 연구실장과 제자들의 집요한 국학 연구가 무디어졌던 법고창신의 전통을 되살려냈다.
그 놀라운 인연으로 71년 이래 매년 봄, 가을 전시를 빠지지 않고 치른 것이 올해까지 75차례,
그 사이 조선 중후기 문예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올해는 1938년 '보화각'이란 이름으로 세워진 간송미술관의 건립 70돌이다.
미술관은 이를 기려 12일 시작하는 가을 기획전에 컬렉션의 등뼈인 조선시대
각 시기 서화 명품들을 처음 한꺼번에 내놓는다. '보화각 설립 70주년 기념 서화대전'이다.
그리 넓지 않은 미술관을 둘러싼 주위 숲에
석탑과 석상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장 안은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 문 앞에서 1층 안의 정경을 잡은 것이다.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감상하여야 하기 때문에 좀 힘들었다.
한가한 그림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돌아와서 보기도 했다.
혜원 단원 겸재... 조선 서화 거장들이 한 자리에 있었다.
유명한 추사의 명품들도...
조선 회화사 재현 '최고 컬렉션'이 시기별 명품들이
처음으로 동시 공개되었다고 한다.
입구에서 왼편으로 들어가면 정선의 청풍계가 위풍당당하게 펼쳐져 있다.
맞은 편에 추사의 글씨들이..., 특히 내가 주목한 것은 '茗禪'이다.
차 싹 '茗'자와 고요할 '禪', 추사는 마땅히 茶와 禪이 하나인 경지에서
썼을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사진으로만 본 글씨, 대단히 큰 글씨로 대작이었다.
감격스러운 반가움이었다.
전시장에서 수필가 은옥진씨를 만났다.
내 수필집을 드렸더니 집에 가서 바로 읽었다고 했다.
돌아가는 전철 안에서 그의 전화를 받았다. 여고 선후배여서
반가웠다고. 최근 소설 추사를 읽었던 참에 추사의 글씨를 보니
눈물이 왈칵 나올려고 했다고. 그는 최근 일년여 동안 병환 때문에
밖앗 출입을 못했다가, 혜원의 '미인도'가 공개된다고 해서
어려운 나들이를 했다고 전화로 이야기 하였다.
'미인도'는 일층 전시장 오른 편에 서 있었다. 요즘 화선지
로 말하면 온전한 한 장만한 크기라고 해야 할까.
이층 전시장이다. 좀 한가한 편이라고 한 시각이 오후 3시 정도 되었을까.
특히 주목한 그림은 역시 신윤복의 그림들이었다. 단연 '바람의 화원' 드라마의 영향이다.
'야금모행' 달밤이면 생각나는 '월하정인' 시냇가의 '계변가화' 아름다운 이야기 '단오풍정'
'문종심사' - 종소리를 들으며 절을 찾아가다, 주유청강, 맑은 강에서 뱃놀이하다, 등이다
드림들은 서책으로 이루어졌는데 크기는 A4 용지의 한 장 반만 하다고 해야할까.
대부분의 명화들이 조선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던 '정조임금'시대의 예인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정조임금의 능숙한 글씨와 혜경궁 홍씨의 궁체도 볼 수 있었던 것은 인상적이었다.
정명공주(1603-1685)의 글씨도 있었다. 또한 내 흥미를 끈 것은 홍현주(1793-1865)의
'山房讀書' 란 그림이다. 그는 정조임금의 부마, 선숙공주의 남편,였는데. 그림도 잘 그리는
유학자였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그 그림은 추사의 '세한도'를 연상하는 그림으로 내 흥미를
끌었다. 왜냐하면 정약용과 추사와 초의선사로 인하여 우리나라 차문화의 부흥기를 맞게 한
단초가 되었던 분이었기 때문이다. 초의선사의 '동다송'은 정조의 부마였던 '홍현주'의
부탁으로 저술되었던 것이다.
'간송' 그 이름에는 절대 명품의 권위가 따라 붙는단다.
미술관 찾아 간다고 또 많은 사람들 틈을 비집고
명품들 사이로 드나드느라 땀을 많이 흘렸다. 후줄근해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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