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원서문학관 가는 길

차보살 다림화 2009. 8. 2. 22:25

 충주댐에서

 

 

 

 

 

 

 청풍호

 

 지난 유월 전북문인협회대동제가 열렸다. 행사의 하일라이트는 역시 문학강연이었다.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맡고 있는 오탁번 시인의 강연이었다. 유연하고도 완벽한 문학강연을 들을 수 있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  문학의 장치에 대하여 특히 시작을 하는 과정에서 시의 배경과 문장의 단어 하나를 선택하는 과정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를 친근감 있고도 쉽게 이야기 해 주었다. 시인의 시작 생활 40년의 전 과정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밥냄새'란 시에서, 시골에서 밥먹기도 어려웠던 시절 어머니 등에 업혀서 진외가집에 갔다. 그냥 지나다가 들른 것처럼 금방 나오려고 했다는 어머니 등에서 어린 시인은 대문까지 풍겨나오는 밥냄새에 칭얼대었다. 밥먹고 가라는 진외당숙모의 말에 울음을 그치고 밥을 먹는 어린 아이의 모습을 표현하는 단어를 찾았다. '빨리' 먹었다 라는 말도 '허둥지둥'먹었다 는 말도 시적 표현이 아이었다. 그래서 시인은 사전을 찾아 보니 거기 '하동지동'이란 허둥지둥의 어린 표현 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럴 때 시인은 소주 한 잔 짝 들이키고 싶을 정도로 손뼉을 치며 정확한 단어 하나를 찾았다는 쾌감을 맛본다고 했다. 그리고 시작한지 40여 년을 지난 지금도 그런 재미를 찾아 사전을 찾는다고 했다. 수필을 쓰는 데도 마땅히 본받을 태도여서 기쁜 감동을 받았다.

그 때 난 처음으로 오탁번 시인을 보았다. 그전에는 신문에서 가끔 마주친 것 같았으나 그의  시에 대하여 아는 바는 없었다. 그러나 내 동생이 그이 부인과 친구지간이어서 약간의 정보만 알고 있었다. 내 동생이 내 수필집을 그의 부인께 선물하고 평을 들은 바 있었다. 그의 부인도 강원대에서 국어를 가르치는 국어교수이며 평론가였다. 시인의 약력을 보면 나와 같은 학번인 것 같았다. 같은 서울 하늘 아래에 있었어도 같은  영문학과를 수업하는 학생이었지만 만날 인연은 전연 없었고 다른 인생을 살았다. 그러나 내 동생 친구는 오탁번 시인과 같은 문학도로써 같은 길을 가며 같은 동아리 활동에서 서로 만나게 되어 후에 결혼하게 된 것 같았다.

이 여름 한 가운데 장마 기간이어서 우리 자매는 미술관을 산책하며 하루를 보냈다. 다음 날도 만나서 박물관의 전시를 보기로 하였다. 동생을 만난 자리에서 이야기 하는 도중에 얼마전에 있었던 오탁번씨의 문학강연이 참 좋았다고 전해 달라고 했다. 마침 장마 중 한나절이 반짝 날이 개어 있었다. 그러지 말고 그 애련리에 가자고 서둘렀다. 언젠가 동생이 이야기 한 적이 있었다. 제천시 애련리에 있는 그의 문학관에 친구 따라 갔다 온 적이 있다고. 정말 말 그대로 애련한 마을에 적막하고 조용한 시골 작은 폐교에 마련한 문학관이어서 얼마나 낭만적이었던지 모른다고 했다.

 

 

 

 

 

 

 

청풍문화재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