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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조팝나무꽃 점점이 박히다

차보살 다림화 2010. 6. 14. 20:29

 

2010 ‘4.3’ 62주년 제17회 4.3평화예술축전 초청 엽서가 왔다.

평화 음악제 “○○씨, 평화를 부르다”로 명명된 이 축전은

4월 9일과 10일 오후 7시 문예회관 소극장에서 열리는데

첫날은 필뮤직 앙상블, 제주빌레 앙상블, 주니어 레인보우,

트레블스, 작은새 밴드의 공연이 있고,

다음날은 제주민예총 음악위원회 ‘원’, 최상돈,

응웬 비엣 하, 김강곤(충북민예총 음악위원회)의 공연이 있단다.


오늘 오랜만에 별도봉과 사라봉에 오르는데

개구리갓꽃이 만개하고, 미나리아재비도 피었다.

그러나 두 오름, 특히 사라봉에는 온통 하얗게

장딸기 꽃이 바닥을 온통 장식하고 있었다.

오늘 올리려 했으나 포토샵이 없어 다음 올려야겠다.



 

♧ 조팝나무 꽃 - 김종익 


식장산 한적한 계곡 오르다가

조팝나무 하얗게 핀 군락 만나

왈칵 눈물나도록 반가웠다

어린시절 누나 등에 업혀 오르내리던

언덕길에 반겨주던 꽃

오랜만에 만난 누나인 듯

어루만지며 서로 안부를 물었다

조밥도 배부르게 먹지 못하던 시절

그 누나 조팝나무 꽃 하얗게 어우러진

고개를 넘어 시집가다가

자꾸 뒤돌아보며 눈물짓던

한번 헤어지고 만나지 못한 누나

몇 번 철책 선에 가서 그 너머 어딘가에 있을

그 이름 불렀었지만 메아리 되돌아오고

눈물을 삼키느라 목이 메었는데

오늘 누나 조팝나무 꽃에 소식 전해준다

누나 등에 업혀 응석부리던 나도

이젠 머리 하얀 조팝나무 되어 서 있다



 

♧ 조팝나무 - 반기룡


조팝나무를 

보면 밥이 고프다


허리가 휘청거리듯

잔뜩 나무를 싣고

집으로 돌아오면

허기가 허리끈을 당기고

눈알이 핑핑 돌지만

고봉밥 한그릇이면

금세 생기가  나고

다리가 듬직해진다

 

 

"밥이 보약여"

하시던 아버지의 말씀이 떠오른다

"얘야 밥 많이 먹고 힘쓰거라"

하시던 어머니의 목소리도 낭랑히 들리는 듯 하다


힘줄이 툭툭 솟고 알토란 같은 근육은

고봉밥 덕분인가 보다

 

산자락에 서 있는

조팝나무가 고봉밥처럼 환하다



 

♧ 조팝꽃 - 최원정


하얗게 부서지는

저, 밥알 같은 꽃으로

한 끼 때우면

그리움의 허기를

채울 수 있을까


너를 향한 마음은

수평선 끝에서부터 밀물로 다가와

폭죽처럼 터지는 흰 포말이

끝내

주저앉지 않듯이

내게, 눈부신 아픔으로 남는다



 

♧ 조팝나무 꽃 - 도광의


중참(中站)먹고

밭고랑에서 담배 한 대 피우고 나면

서럽게 우는 한 마리 뻐꾸기


햇빛 쨍쨍한 나절

길 복판에 퍼질고 앉아

투정하는 아이의 눈물


쓸쓸한 음식이라고

목월(木月) 선생이 이름을 붙인

목 한 사발


팔베개를 하고 눈감아 보면

배고픈 시절에 피었던

조팝나무 꽃 


 

♧ 조팝꽃 - 오세영


칠석(七夕) 지나고

가랑비 그쳐,

구름 한 점 없이  파아랗게 하늘 개인 날

함빡 물먹은 초록 잔디밭에

한 떨기 조팝꽃이 눈부시게 피었다.

약속도 믿기지 않았던가.

견우와의 이별이 서러워

옷섭에서 뜯어내 지상으로 팽개친

직녀의

하얀 백금 부로치.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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