땔감 때문에 산이 헐벗은 것을 보고 미국 등지에서 갖다 심은
아까시나무는 어디서나 잘 자라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꽃이 피면
그 향기로 기분이 상쾌했었다. 한가한 여름날 그 그늘에서
잎을 따서 잎사귀 따기 놀이를 하거나, 풀피리를 불었었지.
아까시나무는 콩과의 낙엽 교목으로 높이는 20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 깃모양 겹잎이다. 5~6월에 흰 꽃이 총상(總狀)
꽃차례로 피고 향기가 강하며 열매는 평평한 선 모양으로 5~10
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밀원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아까
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는데, 아카시아는 미모사아과의
아카시아속에 속하는 식물의 속명이다.
♧ 아카시아 향기 바람에 날리고 - (宵火)고은영
물밀듯 가슴에 차오른 계절의 향연
그러므로 너는 열린 가슴
함박 웃는 미소 머금어 아름다운
오만하지 않은 겸손한 순결이다
네 몸에 두른 하이얀 면사포에
창백한 손길로 써 내려가는 편지마다
사랑은 향기로 머물다 가는 아픈 사연일까
오로지 꽃피워도 열매 없는 고독한 연가일까
때가 되면 일어서는 흐드러진 네 고백은
눈부신 얼굴에 감추인 향기로 피는
너의 이면에 가장 절실한
혹은 또 다른 지독한 슬픔일까
천지를 진동하는
내어 주고 너를 비우는 말줄임표
그것은 언제나 생색 않는 소박한 사랑이다
표 나지 않는 위대한 사랑이다
벌들이 침노해도
용서로 키우는 공존의 법칙이다
세상을 향한 고귀한 애틋함이다
푸른 창공에 흔들리는 순수다
♧ 아카시아 2 - 정군수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몸을 감추고
속살 채워갈 때
거친 껍질에 가시를 세우고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나무
낫으로 베이고 괭이로 찍히다가
황토밭에 뿌리내린 죄
동학군 내려오던 보릿고개
보리모가지 푸른 오월에 꽃이 핀다
동학군 흰 옷자락 나부끼며
봄이 가는 산자락
등성이 너머 들녘까지 밀고와
하얀 함성으로 피어오른다
쑥부쟁이 엉겅퀴 순 솟는 길
속살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꽃물 질겅질겅 향기 토해내는
갑오년의 아프디 아픈
허어연 웃음으로 피어난다
♧ 아카시아 - 홍수희
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
단발머리 갸웃이 기울이고
지금도 까만 교복의 그때 그 소녀
아카시아 잎을 뜯고 있을까
아카시아 한 잎을 뜯을 때마다
가슴에서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
첫사랑은 저 만치서 걸어오는데
그분의 발자국 천둥소리만 같아
뚜욱,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은
크고 깊은 숨 몰아 쉬며
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
햇빛 눈부신 교정
나무 벤치에 오도마니 앉아
죄 없는 이파리만 뜯고 있을까
지금도 그 소녀 거기 있을까
♧ 아카시아 꽃그늘에 앉아 - 許英美
아카시아 흐드러진
꽃그늘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오월 아카시아 가지마다
벌 떼가 날아드는 건
아카시아 꽃 입술마다 농익은
맘의 단물을 머금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데
얼마나한 서로의 행복이겠는가.
맘의 빗장은 애초부터 쓸모가 없음이야
참 인생은
맘의 문부터 활짝 열어놓고.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 아카시아(2) - 손정모
책갈피가 넘어가듯
휩쓸리는 수목의 물결 위로
잘 닦인
뻐꾸기의 울음이 눈부시다.
눈꽃보다 하얀 꽃잎 위로
햇살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굽이치는 솔바람을 타고
수줍은 낮달이 남실거린다.
시린 바람은
목청마저 얼어 파랗게 젖었다고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꽃잎에 매달려
자꾸만 칭얼댄다.
♧ 아카시아를 만나면 - 목필균
늘 곁에 머물고 싶은 향기
꽃 숭어리마다 넘치게 담아놓고
너는 하얗게 웃으며 손짓했지
천지가 목말라 갈래갈래 터진 입술로
허공의 습기를 핥아댈 때에도
척박한 땅 어디든지
흐드러지게 차지하던 너
내게도 네 질긴 근성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가슴 가득 향기 품고
그리운 사람 내 곁에 모셔둘 수 있을 걸
해마다 너를 만나면 내가 너이고 싶다.
'사진 영상물 모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조팝나무꽃 점점이 박히다 (0) | 2010.06.14 |
---|---|
[스크랩] 꽃사과 꽃 고운 자태 (0) | 2010.06.14 |
[스크랩] 이팝나무 꽃 흐드러진 날에 (0) | 2010.06.14 |
[스크랩] 비양도의 백합의 눈부심 (0) | 2010.06.14 |
[스크랩] 종처럼 매달린 때죽나무꽃 (0) | 2010.06.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