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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아까시나무 꽃의 추억

차보살 다림화 2010. 6. 14. 20:27

 

땔감 때문에 산이 헐벗은 것을 보고 미국 등지에서 갖다 심은

아까시나무는 어디서나 잘 자라 흔하게 볼 수 있었고, 꽃이 피면

그 향기로 기분이 상쾌했었다. 한가한 여름날 그 그늘에서

잎을 따서 잎사귀 따기 놀이를 하거나, 풀피리를 불었었지.


아까시나무는 콩과의 낙엽 교목으로 높이는 20m까지 자라며,

잎은 어긋나고 깃모양 겹잎이다. 5~6월에 흰 꽃이 총상(總狀)

꽃차례로 피고 향기가 강하며 열매는 평평한 선 모양으로 5~10

개의 종자가 들어 있다. 밀원식물로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아까

시나무를 ‘아카시아’로 부르는데, 아카시아는 미모사아과의

아카시아속에 속하는 식물의 속명이다.



 

♧ 아카시아 향기 바람에 날리고 - (宵火)고은영


물밀듯 가슴에 차오른 계절의 향연

그러므로 너는 열린 가슴

함박 웃는 미소 머금어 아름다운

오만하지 않은 겸손한 순결이다


네 몸에 두른 하이얀 면사포에

창백한 손길로 써 내려가는 편지마다

사랑은 향기로 머물다 가는 아픈 사연일까

오로지 꽃피워도 열매 없는 고독한 연가일까


때가 되면 일어서는 흐드러진 네 고백은

눈부신 얼굴에 감추인 향기로 피는   

너의 이면에 가장 절실한

혹은 또 다른 지독한 슬픔일까


천지를 진동하는

내어 주고 너를 비우는 말줄임표

그것은 언제나 생색 않는 소박한 사랑이다

표 나지 않는 위대한 사랑이다


벌들이 침노해도

용서로 키우는 공존의 법칙이다

세상을 향한 고귀한 애틋함이다

푸른 창공에 흔들리는 순수다



 

♧ 아카시아 2 - 정군수

                 

나무들이

푸른 잎으로 몸을 감추고

속살 채워갈 때

거친 껍질에 가시를 세우고

한번도 사랑 받지 못한 나무

낫으로 베이고 괭이로 찍히다가

황토밭에 뿌리내린 죄

동학군 내려오던 보릿고개

보리모가지 푸른 오월에 꽃이 핀다

동학군 흰 옷자락 나부끼며

봄이 가는 산자락

등성이 너머 들녘까지 밀고와

하얀 함성으로 피어오른다

쑥부쟁이 엉겅퀴 순 솟는 길

속살 훤히 드러내고 웃으며

꽃물 질겅질겅 향기 토해내는

갑오년의 아프디 아픈

허어연 웃음으로 피어난다



 

♧ 아카시아 - 홍수희


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


단발머리 갸웃이 기울이고

지금도 까만 교복의 그때 그 소녀


아카시아 잎을 뜯고 있을까

아카시아 한 잎을 뜯을 때마다


가슴에서 떨어지던 빗방울 소리


첫사랑은 저 만치서 걸어오는데

그분의 발자국 천둥소리만 같아


뚜욱, 그대로 멈춰버릴 것 같은

크고 깊은 숨 몰아 쉬며


월화수목금토일

월화수목금토일


햇빛 눈부신 교정

나무 벤치에 오도마니 앉아


죄 없는 이파리만 뜯고 있을까

지금도 그 소녀 거기 있을까

 



 

♧ 아카시아 꽃그늘에 앉아 - 許英美


아카시아 흐드러진

꽃그늘에 앉아 너를 생각한다.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오월 아카시아 가지마다

벌 떼가 날아드는 건

아카시아 꽃 입술마다 농익은

맘의 단물을 머금고

사랑의 언어를 속삭이는데

얼마나한 서로의 행복이겠는가.

맘의 빗장은 애초부터 쓸모가 없음이야

참 인생은

맘의 문부터 활짝 열어놓고.


맘 하나 툭툭 터트려

열어버리면 이토록 향기롭지 않느냐



 

♧ 아카시아(2) - 손정모


책갈피가 넘어가듯

휩쓸리는 수목의 물결 위로

잘 닦인

뻐꾸기의 울음이 눈부시다.


눈꽃보다 하얀 꽃잎 위로

햇살은 물결처럼 흘러내리고

굽이치는 솔바람을 타고

수줍은 낮달이 남실거린다.


시린 바람은

목청마저 얼어 파랗게 젖었다고

눈송이처럼 휘날리는 꽃잎에 매달려

자꾸만 칭얼댄다.

 



 

♧ 아카시아를 만나면 - 목필균


늘 곁에 머물고 싶은 향기

꽃 숭어리마다 넘치게 담아놓고

너는 하얗게 웃으며 손짓했지


천지가 목말라 갈래갈래 터진 입술로

허공의 습기를 핥아댈 때에도

척박한 땅 어디든지

흐드러지게 차지하던 너


내게도 네 질긴 근성이 있었더라면

지금쯤 가슴 가득 향기 품고

그리운 사람 내 곁에 모셔둘 수 있을 걸


해마다 너를 만나면 내가 너이고 싶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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