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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청명절에 내보내는 개별꽃

차보살 다림화 2010. 6. 14. 20:31

 

 

 

 

어제는 입도조를 비롯한 어른들의 묘제墓祭가 있었다.

화창한 날씨에 여러 종친들끼리 반나절을 보내고 나서

작년에 이장한 고조부로부터 아버님, 어머님 무덤을

둘러보았다. 금년에는 비가 많이 와서 잔디가 잘 살았다.

 

좀 늦었지만 가까운 곳, 빌레못굴에서 진행되고 있는

 4.3 문학기행에 가보니, 점심시간이다. 

‘순이 삼촌’을 쓴 현기영 선생이 강연이 있었고

무명천 진아영 할머니가 살던 곳에도 가보았다.

퍽이나 외로웠을 조그만 오두막에

역사적 희생이 된 할머니의 영정만 오도카니 맞는다.


 

저녁에는 문예회관 소극장으로 가서

‘사월굿 - 백조일손’을 보았다. 

60년 전 송악산 속칭 섯알오름에서 예비검속이라는

명목으로 희생이 된 130여 명의 대량학살 장면의 재현을 보며

왜 그 때 그러지 않으면 안 되었는지 분통이 터지는 일이다. 


개별꽃은 석죽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높이는 8~15cm이며,

잎은 마주난다. 5~6월에 흰 꽃이 꽃자루 끝에 한 송이씩 피고

열매는 삭과로 작은 달걀 모양이다. 어린잎과 줄기는 식용하고

한방에서는 위장약으로도 쓴다. 산지의 나무 그늘에서 자라는데

우리나라 각지에 분포한다.



 

♧ 개별꽃 - 김윤현


한 발짝 물러나면 생은 꽃이 되고

하늘에 오르면 반짝이는 별이 된다

두 발짝 물러나 바라보면

꽃은 별처럼 반짝이고

별은 꽃처럼 아름다워진다

행복은 꽃씨만 하다는 생각에

홀로 피어도 외롭지 않아서 그럴까

작은 소망이 뿌리 내려 꽃잎이 하얗다

스스로 피고서는 함께하는 나날이

땅에서는 꽃이 되고

마음에서는 별이 된다



 

♧ 그네 - 김수우

 

       1


바람문을 당기며 앞으로 나아간다

햇살의 아우성을 발목으로 밀어낸다

종아리에 출렁이는 하늘

원시숲이 달려나온다 날개뼈 근질거려

자유라는 망둥어 날아오른다

허공은 수만 이랑 풀렁이는 강

물비늘 파아랗다 강물자락을 물고

총총총, 개별꽃 떠들며 피어난다

높이가 얼마쯤 익숙해졌을 때 누군가 소리친다

내려와, 내려와,

손들이 그네를 뺏으려 애쓴다

비슷한 지문을 가진 누군가의 손들

 


       2


놀이터 칠 벗겨진 그네에서

흔들림을 배운다 흔들리며

측백나무 옹알이를 듣는다 흔들리며

거슬러 흐르는 강물의 팔뚝을 본다 흔들리며

흔들림을 사랑하게 된다 흔들리며

바람집을 짓는다 흔들리며

높이를 포기하는 법을 안다 흔들리면서

누군가의 누군가가 된다

망둥어는 추락하고

어지럼증으로 그네를 탈 수 없는 세기

모든 누군가와 함께 그네는 녹슬어 간다

동화를 버린다



 

♧ 청명 - 박만식


왜식 역사驛舍 처마 밑에

흰 고무신 한 짝

빗물에 삭아가고

맵싸한 고추장 냄새 아리아리한

역전 상회 장독대 옆,

아침 햇살 담뿍 머금고

참새들과 숨바꼭질하다가

화물기차 지나는 소리에

하늘이 노래지며

화들짝 놀라 터지는

임피역 개나리꽃 



 

♧ 청명(淸明) - 권경업

 

숲이 되고 싶으세요?


써레봉 자락 새순 돋을 즈음

장당골 아직 아린 내 [川]를

둥둥, 맨종이리로 건너보세요

누구라도 금방

무성한 숲 될 거예요


겨우내 얼어 붙었던 탄성

절로 풀리며



 

♧ 청명날에 - 석화(石華)

    

술을 붓고 절을 하고 흙을 떠올리고


상돌 앞에 펑덩하니 앉아

담배 한대 꼬나물다가 무심히

물오르는 나뭇가지에 앉아 바라보는

한 마리 참새와 두 눈을 마주치다

저렇게 바라보는 참새가 있는 것은

언제부터였을까고 생각하다가

친구가 건네주는 구운 참새를 안주하던

지난겨울의 늦은 저녁이 떠올라서

오늘이 청명날임을 다시 느끼다

 

출처 : 김창집의 오름 이야기
글쓴이 : 김창집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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