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선교장에서
강릉 지역을 떠올리기만 해도 시원한 관동팔경으로 유명한 지역이 아닌가. 이번 답사는 오랜만에 강릉 지방의 나들이로서도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처음 도착한 선교장이다.
선교장에 대해서는 사진 자료나 영상으로 많이 보았지만, 직접 방문하기는 처음이다. 말로만 듣고 본 것보다 훨신 규모가 짜임새가
있고 아담하게 보였다. 설명으로만 들을 때는 산만하게 보였으나 실제로는 짜임새가 치밀한 구성을 하고 있음을 한 눈에 알 수 있었다. 주로 집을 나타내는 '당'이나 '각'이 아니고 '장'이 붙은 걸로 보아서도 특별한 집이란 것을 알았다. 격이 높고 넓게 꾸며진 집?
장원 같은 집이라고 할까. 또한 수많은 사람을 포용할 수 있는 집이란 뜻도 되겠다. 관동팔경과 금강산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던 만큼
수많은 인사들이 찾아오고 머물었던 곳이다. 선교장 입구에서 앞으로 난 공원 같은 넓은 지역이 전에는 경포호까지 이어진 물길이었다니 배를 타고 경포호까지 건넜던 정경을 그릴 수 있었다.
<월하문> 기둥에 걸려 있는 주련,
鳥宿池邊樹 (조숙지변수) 새는 못가의 나무에서 잠자고
僧鼓月下門 (승고월하문) 스님은 달빛아래의 문을 두드리도다
궁중의 새도 머물고 잠자고, 늦은 밤 스님도 달빛 아래서 문을 두드려도 환영한다는 의미이리라! 누구는 문을 두드려도 환영한다는 주인의 넓은 아량을 엿볼 수 있다. 그 옛날처럼 며칠이고 머물 수 없는 오늘이 아쉽다.
창덕궁 부용정을 닮은 활래정, 爲有源頭活水來 -맑은 물은 근원으로부터 끊임없이 흐르는 물이 있다는 뜻으로 '활래정'이란 정자 이름을 지었다. 물 위에 뜬 정자에서 차 한 잔의 느긋함을 맛보는 것을 마음으로 그리면서 활래정을 지났다.
선교장에는 다른 곳에서는 볼 수 없는 23칸의 일자형 행랑채가 담처럼 놓여 있다. 얼마나 손님을 많이 받을 수 있었던가 상상하고도 남음이 있다. '선교유거仙嶠幽居 이란 현판이 걸린 솟을 대문으로 들어간다. 신선이 거처하는 그윽한 집이란 뜻이다. 이렇게 대문의 기둥에 주련과 현판의 글만 보아도 이 가문이 지닌 가풍과 이 집이 뜻하는 바를 알 수 있게 한다. 선가의 풍류를 즐기고 느낄 수 있는 구조인 것 같다. 누구든 이 집에 머물다 가면 신선이나 격이 높은 선비가 정신을 가다듬고 떠났지 않을까 싶다. 긴 행량채가 담의 역할도 하니 문이 두 개 있었다. 솟을 대문으로는 남자와 손님이 다니고 평대문은 아녀자와 가족이 출입하는 구조라고 한다. 장원의 웅장함을 대변해주는 행랑채이다. 행랑채의 현판 선교유거의 글씨는 대원군이 천재로 불렸던 소남 이희수(1836-1909)의 글씨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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