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일기

내 사랑, 화암사 (2)

차보살 다림화 2015. 8. 10. 17:04

 

 

 

지난 겨울에 우화루 앞의 도랑을 건너는 나무 다리가 돌다리로 튼튼한 돌다리로 바뀌었다. 어쩐지 어울리지 않은 것 같지만,  먼 장래를 위해서는

불가핀 한 일이리라. 돌다리에 이끼라도 입혀서 우화루의 멋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야 할까.

 

우화루의 바라지창이 활짝 열려 있다. 반갑게 객을 맞아주는 것 같아 환해지는 마음이다. 처음으로 화암사가 나에게 마음을 열어주는 것 같아

이제 내가 그를 만났다는 말을 누구에게 해도 될 것 같다.

 

우화루 밑은 성벽을 샇은 듯 하다. 세 칸이지만, 가운데 찬의 중심부에 기둥을 하나 더 세워서 네 칸처럼 보인다.

우화루를 돌아 마당으로 들어가면 밑에서는 이층으로 보이던 누각은 일층이 되어서 네모난 마당에 마주한 극락전과 나란히 앞 마당에서 마주 본다.

적묵당과 불명당이 동서로 마주보아 네 건물이 공평하게 마당을 나누고 있다. 극락전이 우화루 보다 약간 높게 자리하교, 적물당이 불명당보다는 약간 낮은 듯하여 그 격의 차이가 별로 느끼지 않는 것이 또한 본래 부처의 뜻 같지 않은가.

 

주변에 여름 꽃이 화사하게 피어 있어 오랜만에 절집은 잔치를 맞은 듯 하다.

 

 

 

우화루 옆으로 붙은 세 칸의 여염집이 붙어 있는데, 두 칸은 살림집이고 한 칸이 대문 격이다. 여나믄 계단을 올라 우화루와 적묵당 사이로 들어가면

네모난 마당에 들어서서 극락전을 마주한다.

 

좁은 마당을 둘러싼 네 건축물이 결코 답답하지 않다. 극락전과 불명당 사이 틈으로 철영제가 보이고,

우화루와 불명당 틈 사이로는 명부전이 훤히 보이는 여유가 있다. 적묵당 마루기둥에 한참 숨을 고른 뒤 극락전으로 들어서

참배를 한다. 절로 몸을 낮추어 경배하게 된다. 

절을 하면서 올려다 본 아미타불, 부처를 안치한 닫집은 화려하고 신비하게 장식하였다. 꿈틀거리는 용 한 마리가 부처의 머리 위에 머물고,

주위를 날고 있는 비천상과 화려한 연꽃 등이 환희심을 일으키게 한다. 부처를 장식하는 탱화나 광배의 문양 등은 알 수 없는 기호로 되었다.

부처의 깨달음의 세계를 상징한 표상이지 싶다. 그 깨달음의 내용을 모르니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초현실적인 추상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으리라.

그 모든 문양은 진리의 상징하는 것이기에 거기에 닿도록 끝없는 수행으로 마음을 밝히라는 불명산의 뜻일까 싶다.

 

 

 

 

 

백제식의 하앙식 공포라는 것. 앞 쪽은 용의 얼굴 모양으로 조각했다.

 

 

극락전 뒤의 하앙식 공포는 단순하게 처리했다.

 

 

 

 

 

 

 

 

'꽃비 흩날리는 누각', 우화루가 봄, 여름 가을까지 꽃 동산에 쌓여서 불명의 꽃비를 내릴 것이다.

바라지창이 활짝 열린 우화루에 달린 목어도 오늘따라 생기를 얻어 이빨이 날카롭게 삐져 보인다.

창으로 바깥이 내다보여서 시원함을 더한다.

 

 

 

 

 

 

 

 

 

 

해우소 뒤 언덕으로 오르면 화암사 중창사적비가 서 있다.

중창비에서 화암사의 내력을 알 수 있다고 한다. 화암사는 아마도 삼국시대 말엽부터 절터가 있은 듯하다. 원효와 의상이 기도했다는 원효대와

의상암이 있었다는 중창비의 한 구절로 전해진다. 이 절은 고려 때 첫 중창이 이루어졌다. 모든 건축물은 복원 중수하면서 전 시대의 양식을 전통적으로 고수하게 된다.  그이전에 백제의 절이 있었는지도 모른다. 백제 식의 하앙식 공포가 남아 있게 된 것이 그 이유이다. 백제계 건축 요소의 인식을 환기시키는 촉매라고 볼 수 있다고 한다.   고려믜 모습과 조선 세종 7년에 중건하고 선조 때 극락전 둥수하였으나, 임란 때 불탔다고 한다. 이 깊은 산중까지 침입하여 절집을 불태웠을까.  1605년에 극락전과 1611년 우화루 중건하였고, 이후로 여러차례 보수를 거쳐 오늘에 이른다고 한다.  단청을 덧입히지 않은 절집은 시인의 말처럼 잘 늙은 절집. 곱게 늙은 절집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저리 곱게 늙어가서 아름다운 무너가를 전할 수 있다면 사람으로서도 잘 살았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바위골짜기를 쉬엄쉬엄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수월관음을 만나러 간 선재동자처럼 환한 마음을 담고 바위골짜기를 내려오면서 생각했다. 화암사는 긴 세월을 거슬러 오르는 시간의 계단인지도 모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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