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월채(斧鉞采)
신 진 탁
어려서부터 동자로 입산생활을 했다면 별 문제는 없을 것을 속세에 살다가 삶의 노정에 끝간데로 찾아든 곳이 산사였다. 때로는 벗어나고자
몸부림도 쳤지만 이 길이 내 삶인 것을 하며 스스로 위안 삼았으나 가슴 재우기 여러 번 누가 씌워 놓은 너울도 아닌데 스스로 얽혀 괴로워하는
왕초보 입문이었다.
속세 사람들을 만나기 두려워했던 어느 날 조그만 책을 받았다. 바늘구멍보다 더 작은 마음을 우주라도 감쌀 수
있는 신묘한 마음으로 바뀌는 과정이 되고 말았다.
나는 각오했다. 전생에 빚진 인연이라면 다 갚고 싶다. 미운 인연이라면 사랑으로 갚고
싶다. 중상모략의 인연이라면 화합과 이해로 갚고 싶다. 이렇게 열심히 책을 보았고 정신을 통일했으나 어찌할까? 육신은 점점 따라 주지
않았다.
하루에 두끼를 제대로 먹기 힘든 시간을 쪼개 쓰는 입문생활이고 보니 오장에 영양이 충분히 공급 될 리 없으니 건강유지가 어렵게
되었다. 이때 큰스님이 진맥을 하고서 "약은 부월채(斧鉞采)인데…." 그리고 "하산하라!" 하셨다.
나의 실력으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이었다. 그는 '부월채' 다시 또 한번 '부월채' 했으나 알 길이 없었다. 선배스님을 찾아 "도대체 부월채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다.
소나 돼지고기는 도끼로 다듬은 나물이라 하여 도끼 부(斧), 도끼 월(鉞), 나물 채(采)해서 부월채(斧鉞采)라
한단다. 그럼 계율을 파한 몸이 되지나 않을까 궁금했다. 다 부질없는 것이라 선답(禪答)을 한다면 할 말이 없겠으나 부질없는 것이 부질 있는
것이고 부질 있는 것이 부질없는 것이거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