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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Re:은행나무골, 온고을

차보살 다림화 2007. 11. 22. 17:46

은행나무골 온고을

 

   가을이 다시 왔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처럼 간 사람은 영 오지  않습니다. 벌써 일 년이 되었는데...
 지난해 가을이 익어 가는 그 길을 매일 다녔습니다. 그의 병실을 지키기 위해. 초록색이던 은행잎이

하루가 다르게 노랗게 물들고 느티나무 잎들도 앞 다투듯 서로 다른 빛을 머금기 시작했습니다.

겨자빛 들녘은 어느새 비기 시작하고 투명해지는 나뭇잎의 빛깔이 선연해지고 있었지요.
   나뭇잎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하자 조바심이 일었습니다. 저 나뭇잎들이 떨어지지 않을 수만 있다면

그도 떠나지 않을 것만 같았습니다.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의 날을 맞이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착잡하였습니다. 병실의 창가에서 전주시가지의 은행나무 길 풍경을 내려다보곤 했습니다.

누군가 창밖에 떨어지지 않을 마지막 잎새를 그려줄 화가는 없을까 하고.
  가로수들이 품었던 가을을 다 풀어헤칠 때쯤 그도 떨어지는 낙엽처럼 고개를 떨구고 말았습니다.

세 발 자전거를 탈 때부터 걸어다녔다는 전주시라고 다른 도시로 가기 싫어했던 그였습니다.
학업 때문에 몇 년을 비운 것 외에는 거의 전주에서 살았던 그였기에 그는 경상도 태생인

나에게는 전주 자체였습니다. 전주 이씨의 사대부집 후손으로써 맹목적인 자부심만 넉넉한 그였지요.
  그가 떠난 전주시는 텅 빈 것 같았습니다. 하늘 나라에 그이의 입적 신고를 하던 날, 시내는

온통 샛노란 은행나무 숲에 싸여 있었습니다. 해마다 보았건만 그 거리들이 눈물겹도록 아름답게

 내 가슴으로 들어찼습니다. 새삼스러이 메어터질 듯 온 몸이 뻐근했습니다.
   올 가을, 나도 몸살치료를 위해 그 길을 자주 다니게 되었습니다. 멀리 가을 구경을 굳이

가지 않더라도 전주시를 한 바퀴 돌아오는 것만으로도 가을 정취는 넘쳐납니다.
   한벽청연을 본 적이 없지만, 처음 전주에 왔을 때 한벽당 아래 빨래터에 따라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그 때의 풍경은 한 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으뜸 갔던 전주팔경 중의 하나가 새로 난 도로

 때문에 가리워졌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 훤칠한 길을 지나면 전통문화센타 뒤쪽 하늘에

노란 물감이 점점이 박혀 있습니다.  만추晩秋가 되면 그 은행나무들을 보고자 누구나 한 번쯤 전주향교에 들리게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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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향교 명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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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년 넘은 대공손수가 세월을 무게도 아랑곳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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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들 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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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로 혼자 산책와서, 친구를 만나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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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행나무골. 세월을 떠받치고 있는 명륜당의 대공손수들이 떨군

나무잎들이 마당을 노랗게 메웠으나 글 읽는 소리 온데 간데 없고

잎 잎에 새긴 옛 사람의 정신 어립니다. 은행나무는 벌레도 타지 않아

썩지 않는 선비정신의 상징이라지요. 공손수라 하듯 어르신이 심어 자자손손

대까지 열매를 먹는달 만큼 오래 그 수명을 자랑합니다. 회화나무 역시

마(魔)를 타지 않아 울타리에 심는다는 데 …. 전주시는 거리거리마다

은행나무요 회화나무입니다. 오늘날 전주사람들은 그 정기를 얼마나 받고

그 정신을 얼마나 키워가고 있는 것일까요.


  전주천에 뱃놀이 하던 옛사람들, 한벽당 앞 빨래터에서 빨래하던

옛 아낙네들, 다 어디로 가서 무얼 하는가. 배를 띄웠다는 그 물,

어디로 흘러갔을까. 계절은 변함 없이 다시오나 옛사람은 오지 않는다고

 옛사람 노래 많이 하였지요. 그 나무 잎 꼭 같은 것 같아 보일 뿐,

그 잎 아닌 줄 알 나이는 벌써 지났네. 나도 지난해의 내가 아닌 걸.
  그사람 이 아름다운 전주의 가을을 내게 안겨주고 떠난 까닭을

알 것 같기도 한 이 가을. 전주시도 품었던 가을을 여위고 있습니다.

 옛사람에게 묻고 싶습니다. 이 아름다운 세상 어찌 두고 떠났는지.

노랑 은행나무 잎들 어리는 하늘에 흰 구름이 유유히 떠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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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그냥바람 마음
글쓴이 : 다림화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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